상담 잘하는 특수교사 되는 법

장애 자녀가 있는 보호자와 상담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by 레몬자몽

신학기가 시작되었다.

특수교사로 일하면서, '신규 때 이렇게 했다면 더 좋았을걸.'하고 문득문득 떠오르는 상황들이 있다. 오늘은 장애 자녀를 둔 보호자 분들을 상담할 때에 특히 신경쓰면 좋을 지점들에 대한 글이다.


특수교사로서 진행하게 되는 상담은 크게 세 종류이다. 첫 번째는 신학기 개별화교육계획을 위한 상담, 두 번째는 진학 상담, 세 번째는 수시 상담이다. 각 상담마다 시기나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상담에 적용되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상담 전, 보호자 이해하기


장애 자녀를 둔 보호자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불안은,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환영해 줄까? 우리 아이가 여기에서 잘 지내고 있을까?"이다. 장애의 중증도가 높을수록 이 불안은 더 크다. 특수교사는 보호자와의 상담을 하는 시간 동안 이 불안을 해소하면서도, 상담의 목적(IEP를 짜기 위한 정보 수집 등) 달성해야 한다.




1. 상담자로서의 기본 자질은 필수


보호자와 적당히 눈맞춤을 하며 보호자의 말을 경청하자. 계속 부담스럽게 쳐다보고 있는 게 아니다. 눈뿐만 아니라 코와 입, 또는 책상 위 자료 등 내 시선을 필요에 따라 적절히 움직이자. 말의 속도는 천천히, 목소리는 너무 높지 않게, 제스처는 너무 부산스럽지 않게 천천히 움직일 것.


지나친 반응은 상담의 몰입을 깨뜨린다. 적당한 끄덕임과 이야기의 내용의 따른 표정 변화, "음", "아"처럼 최소한의 반응을 주로 하자. 메라비언의 법칙에 따르면, 대화하는 상대에게 미치는 영향은 다음과 같다: 말의 내용 7%, 목소리 톤 38%, 얼굴 표정 55%. 그만큼 상담자의 말보다는 얼굴 표정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특히 "네"는 한 번만 할 것. 간혹 "네네", "네네네", "네네네네 맞아요"처럼 네를 남발하는 경우가 있는데, 무척 가볍고 전문성이 떨어져 보일 수 있다. 그러지 않도록 유의하자.


상담은 보호자와 그 자녀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다. 내가 말을 많이 하는 시간이 아니다. 공감과 존중의 자세를 가지고 보호자와 '연결된다'는 마음으로 상담에 임하자.


2. 파트너임을 강조하기: '같이'


보호자들은 자녀의 장애를 여러 사람들에게 설명하느라 심적으로 지쳐 있다. 자녀가 언제부터 발달이 느리다고 생각했으며, 무엇 때문에 장애 판정을 받았으며, 어떤 병원과 센터, 치료실을 다녔으며, 의사는 뭐라고 말했으며, 내 마음은 어떠했으며... 그 모든 것을 이미 수차례 설명한 뒤이다. 전문가라고 하는 전문가는 모두 만나본 뒤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교사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을 수 있다. 교사가 어려 보인다면 더 그렇다.


그런 보호자 분들이 마음을 더 빨리 열게 하려면, 교사인 내가 '파트너'임을 인지시켜야 한다. 경력이 적을수록 이 점을 더 강조해야 한다. 경력은 상담을 하는 태도나 가지고 있는 배경 지식에서 결국 티가 나게 마련인데, 신규 교사로서 보호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무기는 '나는 당신의 자녀를 위한 협력자'라는 인식이기 때문이다. 핵심 단어는 '자녀 이름' + '같이'이다. '당신의 자녀를 위해 같이 노력하는 사람'이라는데, 어떤 보호자가 마다할까? 아래는 내가 상담 중 한 번씩은 꼭 했던 말들이다.


"일 년 동안 ㅇㅇ이가 기관 생활 잘 할 수 있도록 저희 선생님들이 다 같이 노력할게요.

"저희 모두 ㅇㅇ이를 위해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같이 해 봐요."

"괜찮으시면, 언어치료 선생님하고 통화해 볼게요. ㅇㅇ이를 더 오래 본 선생님이시니까, 유치원에서 필요한 목표가 무엇일지 같이 논의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3. 내 앞의 보호자에게 초점을 맞출 것


어느 정도 라포가 형성됐다고 판단하면, 반드시 보호자에 대한 질문을 한다. 너무 침범적이지 않은 정도로. 결국 아이가 기관에서 잘 지내려면, 그 아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보호자가 심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가족 이외의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보호자에게는 위로가 된다.


"ㅇㅇ이도 ㅇㅇ이지만, 저는 하루 중 어머니께서 혼자 커피 한 잔 하실 시간이라도 확보가 되는지 걱정이에요."

"ㅇㅇ 교육 관련해서 자세히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니, 속상한 일 있을 때 맘 편히 얘기 나눌 분은 계세요?"


이렇게 보호자의 마음건강 상태 및 인적 자원을 확인하는 질문을 하거나,


"그때 보신다고 했던 넷플릭스 드라마 정주행은 끝내셨어요? 요즘은 또 어떤 작품 보세요?"

"필라테스는 계속 배우세요?"


이 정도로 보호자의 근황을 확인한다.


4. 상담 시간을 명확하게 정해둘


내가 신규 교사 때 가장 지키지 못한 점이다.


장애 자녀를 둔 보호자 분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이야기만 듣다가 1시간이 훌쩍 넘어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양쪽 모두를 위해 상담 시간의 맺고 끊음은 명확해야 한다. 불필요하게 긴 상담은 교사의 다른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며, 상담의 본질을 흐려 보호자도 목적성을 잃게 만든다.


물론 대화를 많이 하면 라포가 쉽게 형성될 수는 있다. 하지만 일정 시간 이상부터는 대화의 양에 따라 라포 형성 정도가 정비례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교사인 나와 보호자 모두를 위해 상담 시간을 명확히 정해 두자. 상담이 정해진 시간보다 길어진다면, "이후에 일정이 또 있어서요~ 더 궁금한 게 있으시면 따로 연락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가장 깔끔하다.


온라인으로 상담 신청을 받을 때, 가정통신문에 '상담 시작 시간과 종료 시간'과 '총 상담 시간'을 꼭 명시하자. 그리고 상담 전, 이번 상담을 통해 얻어야 하는 정보들을 나만 보는 상담 기록지에 나열한 뒤, 각 내용을 다룰 최소 시간도 적어두자. 상담을 유연하게 진행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한 가지 팁이 있다면, 교실에서 상담 자리를 마련할 때 교사인 나와 보호자 모두가 시계를 볼 수 있는 곳에 상담 자리를 세팅하면 좋다. 그게 어렵다면 적어도 교사인 나는 시계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시간에 맞추어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특수교사는 '가르치는 능력'보다도, 상처 입은 사람들을 '마음으로 보듬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그 능력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게 보호자 상담이다. 신학기를 시작하는 모든 특수교사들을 응원한다.


*대표 이미지 출처: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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