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해야 할까?
지난 글에서 '비장애형제자매는 늘 우리 곁에 있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그렇다면 만약 누군가 "사실 내 동생이 장애가 있어."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또는 언니, 오빠, 누나, 형일 수도 있겠지요.)
이렇게 해 주세요.
1. 솔직하게 받아들여 주세요.
2. 신뢰의 의미로 받아들여 주세요.
3. 가끔 안부 정도 물어봐 주세요.
비장애형제자매가 장애형제자매에 대해 사람들에게 말하는 경우는 크게 2가지예요.
대부분의 경우, 비장애형제자매는 형제자매의 장애에 대해 나서서 말할 일이 없어요. 보통은 어쩔 수 없이 이야기하게 되죠. 지난 글 내용을 예시로 들어볼게요.
학령기 비장애형제자매일 경우, "왜 너희 집 못 놀러 가?" 같은 질문을 받은 상황일 수 있어요.
성인 비장애형제자매일 경우, 직장에서 "부모님 건강하셔? 그런데 왜 가족 돌봄으로 휴가를 쓰죠?"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일 수도 있어요.
드물게, '이 사람에게는 내 형제자매 이야기를 해야겠다!' 이렇게 마음먹고 말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많은 사람들은 장애형제자매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 해요. 저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동생 이야기를 해 왔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난색을 표하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더라고요. 만약 상대방이 비장애형제자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아래처럼 해 주세요.
"그랬구나. 내가 몰랐네."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보통은 그냥 이렇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돼요. 왜냐하면 듣는 입장에서는 정말 몰랐던 사실이니까요. 들은 적이 없는데 어떻게 알았겠어요. '내가 몰랐다'는 말은 장애에 대한 무지의 표현도 아니고, 무관심의 표현도 아니에요. 내 입장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 뿐이에요.
궁금하다면 솔직하게 물어봐도 괜찮아요.
"내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동생이 무슨 장애를 가진 거야?"
"어떤 도움이 필요한 거야?"
이렇게 물어보는 것 또한 전혀 무례한 행동이 아니에요. 그 사람의 상황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질문일 뿐이에요. (물론 물어보는 말투나 태도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는 있겠지만요.)
과하게 당황스러워 할 필요도("아이고! 내가 괜히 물어봤네. 미안해."),
과하게 쿨한 척 할 필요도("응. 아. 뭐, 그럴 수 있지! 요즘 가족 중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 많더라고!"),
과하게 공감할 필요도("너-무 힘들겠다... 엄마도 너무 힘드시겠다... 어떡해...") 없어요.
비장애형제자매에게 '장애형제자매'는, 먼저 말을 꺼내기 쉬운 주제는 아니에요. 만약 비장애형제자매가 먼저 장애형제자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거나 자주 그 이야기를 한다면, 대체로 상대방을 '안전 기지(Secure Base)*'로 느낄 가능성이 높아요. '이 사람에게는 이야기를 해도 되겠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지요. 이 때는 '이 사람이 나를 신뢰하는구나.' 이런 마음으로 경청해 주면 돼요.
다만,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알게 된 사실을 되도록 다른 사람에게 전하지는 말아 주세요. 물론 장애는 숨겨야 하는 비밀이 아니에요. 하지만 비장애형제자매가 다른 사람에게는 그 이야기를 할 준비가 되지 않았을 수 있어요. 때가 되면 비장애형제자매 본인이 다른 사람들에게 직접 이야기할 거예요.
*안전 기지(Secure Base)란?
개인이 위험을 느끼거나 불안할 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대상 또는 공간
사견이지만, 비장애형제자매인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가끔 가족의 안부 정도를 물어봐 주세요. 보통 장애인은 중증일수록 만나는 사람이 적고, 주로 집에만 있게 되거든요. 그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도 마찬가지예요. 그러다 보니 내 안부와 함께 가족의 안부를 같이 물어봐 주는 사람이 참 고맙고 특별하게 느껴져요.
오늘은 비장애형제자매로서 많은 이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 하나를 했네요. 다음에 또 다른 이야기로 찾아올게요.
2024년 6월 23일 뉴닉(NEWNEEK)에 기고한 글을 재구성한 글입니다.
https://newneek.co/@lemon99/article/95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