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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낙타 Dec 07. 2019

캐리어보다 배낭을 선호하는 이유

신혼여행 갈 때는 캐리어 사야지

여행을 나설 때면 투박하고 험하게 생긴 파란색 배낭을 등 뒤로 짊어지고 작은 등산용 가방을 앞으로 멘다. 수화물 벨트에서 저기 멀리서도 또렷이 보이는 내 배낭. 사람들에게 나는 캐리어가 없고 배낭으로만 여행을 다닌다고 하면 대게 이런 질문을 한다. 


"배낭 메면 불편하지 않아?"

"엄청 무겁고 이동할 때 힘들 텐데" 


그렇다. 가끔씩 집어던지고 싶지만 거북이의 등껍질처럼 이제는 나와 한 몸이 되어버린 이 가방들. 나는 왜 배낭을 메고 다니는 걸까. 


겁쟁이였던 꼬맹이 시절 국내 여행을 다닐 때 항상 앞서 말한 등산용 가방을 짊어지고 다녔다. 검은색으로 된 작지만 들어갈 건 다 들어가는 가방이라 불편한 점은 없었다. 땀 흡수와 배출도 잘되고 등에 짊어질 때면 느낄 수 있는 묵직함이 편했다(2005년에 구입해서 아직도 쓰고 있으니 15살!).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 당연한 듯이 캐리어를 구매하려고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는 도중 문득 한 가지 의문점이 들었다. 

"나는 앞으로 어떤 종류의 여행을 할 것인가?" 

이 본질적인 질문 앞에 캐리어는 나의 가치관과 맞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친 듯이 걷거나 뛰며 심장이 터질듯한 여행을 다니는 게 나의 목표였고 캐리어는 휴양의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80리터 크기의 내 키만 한 배낭을 구입했다(이 배낭은 2013년에 구입했으니 8살!).


군 입대를 하고서 걷는 것은 나와 꽤 잘 맞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복무했던 부대는 일반 부대 중에서도 엄청나게 많이 걷기로 유명한 부대였고 20km, 40km 행군을 정기적으로 했었다. 소대장으로 60여 명의 부대원을 이끌고 모범을 보이기 위해 무게도 줄이지 않았고(?) 가장 뒤에서 걸었다.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걸으면 걸을수록 기분이 좋았다.  


지금도 군장을 챙기듯 배낭의 짐을 준비할 때면 기분이 이상하고 심장이 크게 뛴다.

"이번 여행도 신나게 걸어보자!"


짐도 군장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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