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라서
여행을 하고 있는 도중이나 여행이 끝나기 전에 항상 떠오르는 생각은
"다음엔 어디로 떠날까?"라는 고민이었다. 나는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여행에 목말라있었을까
첫 여권을 서른 살에 발급했다.
요즘은 고등학교 수학여행도 해외로 가는 시대인데 계란 한 판을 채우는 나이에 첫 여권을 만들다니..
그렇다. 난 해외여행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당시 여자 친구의 권유로 일본을 가기 위해 여권 발급을 했던 것이다.
어색한 여권용 증명사진을 촬영하고 시청으로 가서 여권 발급 신청을 했다.
"기간은 5년과 10년 중 어떤 걸로 만들어드릴까요?"
"어... 10년으로 해주세요!(마흔 살까지 신혼여행으로 한 번은 더 떠날 수 있겠지??)"
그렇게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5년 사이에 크게 변한 점 세 가지를 나열하자면,
1. 두 번의 이직을 시도하여 세 번째 직장에 자리 잡았다.
2. 내 여권에는 도장을 찍을 여분 공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3. 마지막으로 나에게 여행이라는 것을 알려준 여자 친구가 떠났다.
1번과 3번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고(눈물도 좀 닦고)
어떻게 2번이 되었냐면
첫 해외여행으로 일본을 다녀온 후 무언가 머릿속을 한 방 맞은 것처럼 눈이 번쩍 뜨였다.
말이 이렇게 통하지 않아도 의사소통이 된다는 신기함과 TV에서만 보던 장면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음식을 먹으며 걸어 다니니 기분이 마치.. 누가 나를 간질간질거린다고 해야 하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계속 생각나는 그런 기분이었다.
한동안 여행을 다녀온 이후로도 후유증이 한 달 이상 지속되길래 이게 여행의 참맛이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에는 거침이 없었다. 일본을 두세 번 정도 더 다녀온 것은 물론 대만도 일주일 간 다녀왔는데
당시 전 직장에 회의감을 느끼고 일도 그만두게 되었다.
이렇게 된 김에 한 달간 동남아를 같이 다녀오자고 약속하여 태국을 시작으로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를 육로로 이동하는 여정을 떠났다.
그 여행이 지금까지도 나를 여행에 목마르게 한 가장 큰 계기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