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의 한 끗차이, 도시 전체의 색감을 좌우하다
작년 9월, 런던과 파리를 다녀왔다.
즉흥적으로 여행 티켓을 구매하고 다녀온 여행이라 깊은 고민이나 남들이 세우는 치밀한 계획 따위란 없었다.
다만, 마음이 끌리는 대로 그 두 도시를 선택하였고 그렇게 비행기에 올랐다.
왠지 세련된 유럽의 감성이 그리웠고,
디자인이나 문화 예술 감성이 도시 전반에 묻어있는 나라를 가고 싶었다.
그렇게 선택한 런던과 파리였다.
두 도시는 지리적으로는 매우 가까이에 위치해있고
두 도시 모두 문화 예술 디자인의 역사적 중심지이자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 가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곳이라는 공통점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두 도시 자체의 질감은 매우 달랐다.
'런던의 흔한 일상'
런던은 도시 곳곳이 고풍스러운 느낌과 우아함, 절제된 모던미, 그리고 비비드함이 묻어나는 도시였다.
건물 외벽 하나하나 허투루 지은 것 같지 않은 느낌에 과하지 않은 모습이 런던의 첫인상이었다.
시크한 사람들 표정 속의 에지 있는 악센트가 도드라지는 영국식 영어 발음이 곳곳에서 들리는 런던 한 가운데서, 들뜬 표정과 연신 웃고 있는 나의 모습은 철저한 이방인의 모습이었다.
런던 여행의 묘미 중의 하나는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
여행을 가면 난 그 나라 사람들을 관찰하는 일을 좋아한다.
그 나라 사람들을 보면 결국 그 나라 감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무엇을 입는지 주로 무엇을 먹는지 주로 뭐하고 노는지 이런 것들을 찾아보는 일이 여행의 묘미랄까,,
코벤트 가든의 활기 넘치는 바이올리니스트부터, 내셔날 갤러리의 근엄한 경비원 아저씨까지.
멋들어진 런더너의 뒤를 밟으며 따라가 보기도 하고 옥스포트 스트릿 주변 건물의 모던스러움에 감탄도 하고,
저녁에는 맥주 한 잔에 바람을 안주삼아 허세질도 해보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영국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일은
2층 버스를 타고 도시 곳곳을 누비는 일이었다.
빨간색 2층 버스, 런던의 상징. 이 버스만 타면 런던 도시 전체가 놀이 공원 같은 느낌이었다. 같은 길도 낮에 타는 느낌과 밤에 누비는 느낌은 사뭇 달랐다.
낮에는 활기참, 바쁨, 현대인, 모던함 등이 묻어난다면
밤에는 나긋함, 즐거움, 맥주, 아늑함, 고풍미가 도시 전반에 노을처럼 내리 앉아있는 느낌이랄까..
사실 서울도 그런 면에는 비슷한 것 같기도 한데,
아무래도 런던의 밤이 다르게 느껴진 이유라면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동화 속 BGM 역할을 하는 느낌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런던의 질감"
흐린, 회색빛의, 무표정한 사람들, 타고난 매너, 모던한 느낌, 투박하나 고풍스러운, 빨간 버스, 프렛따망쥬, 테이크아웃, 비비드 한 색감, 정제된 세련된 감성
'파리의 흔한 일상'
런던을 떠나 파리로의 도착.
도착하자마자 느껴지는 꼬린내와 지저분한 느낌이 '아, 여기 파리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파리는 섬세한 감성이 도시 전반에 물들어있는 느낌이었다.
사람들 표정도 섬세하기는 마찬가지. 눈썹을 있는 대로 끌어올리며 생생한 표정이 담겨있는 파리지앵들의 수다스러움은 사랑스러움 그 자체였다.
장식성이 도드라지는 건물들과 금으로 이루어져 있는 길가의 이름 모를 조각상들은 낮에는 사람들을 가만히 구경하고 있다가 사람들이 잠드는 까만 새벽에 스르르 깨어나서 도시 곳곳을 날아다닐 것만 같은 상상을 자꾸 하게 만들었다.
파리에서는 센 강의 유람선을 해질 녘에 꼭 타볼 것을 추천해보고 싶다. 파리의 곳곳을 유랑하는 느낌이 정말 인상적인 체험이었달까.. 심지어 센느강에 널브러져 있는 파리지앵들이 손도 흔들어준다.
마치 오래된 친구를 멀리서 만난 듯이 반가운 마음마저 드는 황홀한 순간.
"Bon jour ~"
스치듯 보이는 센느강의 연인들, 오늘이 세상 마지막 날인양 한 손에는 와인을 한 손에는 낭만을 가득가득 담은 사랑스러운 모습들이었다. 파리는 곳곳에 사랑과 낭만이 가득한 시적인 도시 느낌이었다.
사실 몇몇은 조금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예를 들면, 술에 취해 몸을 비틀거리며 한 다리를 강가에 내놓고 있는 파리지앵..
파리라서 모든 것이 용인될 수 있는 것만 같았다. 이 모든 것들이.
이러한 헝클어짐, 정형화되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들이 파리의 감성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았다.
고풍스러운 건물과 와인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들.
"파리의 질감"
더러움, 로맨틱, 하늘색,핑크색, 파스텔톤, 꾸민 듯 안 꾸민 듯, 까칠한 센치함, 은은한, 아기자기함. 낭만과 로맨틱이 흐드러진 비정형의 도시, 파리
파리의 밤거리 풍경이 그리운 요즘,
또 어디론가 떠나고픈 때가 왔다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