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를 몰듯 인생을 몰아간다. 깨어나고 싶지 않지만 애써 몸을 일으켜 세수를 하고, 먹고 싶지 않지만 나를 몰아 몰아 뭐라도 입에 넣는다. 지하철까지만 걸어가자. 지하철을 타고 버스까지만 타자. 버스를 타고. 나를 몰아 몰아 애써 움직인다.
일상을 사는 것에도 너무 큰 에너지가 든다. 나를 가만히 놔두고 싶다. 나를 이 무기력의 폭풍 속에 내팽개치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일어난다.
음식은 나의 몸을 만드는 유일한 요소이다. 내가 무엇을 먹는지가 곧 내가 된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나의 영혼을 무엇으로 채우고 있나. 내 영혼에 채워진 것은 무엇일까. 영혼은 어떻게 풍요로워지는 것일까.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을 때 짓눌림에서 벗어 나오는 좋은 방법은 편안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나를 보고 싶어 하고 격려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 앞에서 글이 가진 안전함에 기대어 한 자 한 자를 꾹꾹 눌러쓴다.
나는 언제쯤이 되면 이만하면 됐다는 안도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상실과 결핍 속에서 내가 인식할 것은 무엇인가. 과거는 이미 지나갔다는 말은 진부하게 아는 문장이다. 나도 안다. 나는 알면서도 안 되는 것인지, 정말 아는 게 맞는 것인지 모르겠는 소용돌이 속에 있다.
이미 지나간 것은 일어난 일이며, 미래는 어찌할 수 없으나 현재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나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현재가 시간 전의 시간에서 결정된 것이라면 왜 현재를 잘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생겨난다.
내가 요즘 느끼는 주된 정서는 허무였다. 그러나 나를 애써 몰아 오니 결핍의 자리에 남겨진 공간이 보인다. 나는 그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나는 상실의 자리를 무엇으로 채우고 있나?
명확히는 잘 모르겠다. 잘 굴러가던 자전거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는데 자전거가 뒤집히는 것 같이 온몸이 아스팔트 위에 까부려쳐진 것 같다. 잘하고 있는 것 같다가도 확 엎어져서 그대로 눌려 터지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자극을 지나오고 나면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채워지고 영글어진다.
좀 더 살아보면 넉넉히 지나갈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