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스위치가 꺼지면 잠이 많이 온다.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공장의 기계처럼 일어나서 기계처럼 일하고 회사가 원하는 모습이 되어 일하다 허무함에 집에 돌아온다.
쳇바퀴 도는 것 같이 인생은 계속된다. 더 나은 방법을 생각해 내는 것보다 고분고분하게 맞춰 살아가야 편안할 텐데 그것이 잘 안 된다. 내가 나를 잃은 느낌. 고통의 감정이 계속되면 마음의 병이 몸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보이지 않는 마음이 눈에 보이는 육체로 나타난다는 게 참으로 기이하다.
돈에 대한 염려에 사로잡히면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한다. 내가 이미 갖고 있는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과 싸운다. 애를 써도 되겠어? 또다시 절망은 찾아올 텐데.
나는 여기에서 어떻게 앞으로 갈 수 있을까?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이 많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은데도 게을러 지고만 싶다. 실패가 두려워 나 자신을 믿는 용기가 사라진 것 같다. 마음이 평안하다가도 갑자기 들이닥치는 절망감에 자꾸만 고꾸라진다.
그래도 아직 쓸 수 있는 힘이 남아 있다는 거지. 글을 쓸 수 있다면 여전히 희망이 있는 거지.
너는 과정 자체를 즐길 필요가 있어. 어떻게든 먹고는 살 테니 걱정 말어. 스스로를 다독인다.
정서적 결핍을 느끼며 자라온 어른이 겪는 허무함이 이런 것일까.
이 고난을 통과하면 더 단단해져 있을 내가 기대되면서도
그래도 이렇게 잘 버텨가는 내가 좋으면서도
가끔씩 이렇다. 오락가락하고, 생각하는 것이 귀찮아진다.
그래도 살아야지.
배웠으면 된 거야.
너는 더 나아지고 있어.
일상에서 경험하는 여러 경계선 속에서 이전보다 나를 더 보호하는 방법을 선택해 간다.
불현듯, 쓸데없는 경험은 없었다는 것이 깨달아지면 순간 힘이 난다.
그래 이렇게 저렇게 살아가는 거지.
포기만 하지 말자. 이 생애를 나는 아직 전부를 모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