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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몬숲 Feb 27. 2024

이혼 여부는 왜 묻나요?

W.H.Y.?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그동안 학자금대출 다 갚느라고 고생했는데 또 공부를 시작한다니!

부분적으로 착한 대출인 학자금대출이 필요해서 한국장학재단에 들어갔다.

등록 시간을 2시간 남기고 공동인증서로 로그인을 하고 학자금대출 실행란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런 게 있었다.


학생 본인이 혼인한 경우(법률혼) 기혼으로 표기, 혼인 후 이혼 시 재혼 전까지는 이혼으로 표기 (미혼 아님)


아니, 법원에서도 미혼이라고 인정해 줬는데 왜 미혼이 아니라고 함?

이걸 만든 사람은 분명히 이혼이 뭔지 모를 거다. 감수성도 없을 거다.  


마음이 너무 상했다.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려는데 내 이혼 여부가 왜 필요하냐고 대체!

미혼으로 체크하려다가 *(미혼 아님)이라는 글자를 보고 괜히 마음이 거슬렸다. 그냥 미혼으로 할 걸 그랬나.


이혼했을 경우, 제출해야 하는 서류는 건강보험자격확인서, 주민등록등본, 혼인관계증명서(상세)이다.


혼인관계증명서(상세)를 발급받으니 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 13자리가 전부 나온다.

이제 남남인데 왜 남의 주민등록번호를 내가 볼 수 있어야 하나.

그가 나의 주민등록번호 13자리를 다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화가 난다.


한국장학재단에 전화를 했다.


"학자금대출을 받을 건데 이혼 여부가 왜 필요한가요?


"이혼일 경우 부모님 소득이 아니라 개인 소득으로 진행됩니다. "


"그러면 소속학교가 저의 정보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 수 있나요?"

새로 들어갈 학교에 내가 이혼을 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건 내 개인정보인데! 소속학교에서 요구할 자격은 없지 않나?


"저희도 정보가 어디까지 공유되는지 정확히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아니 그러면 개인정보를 왜 물어보는 거임 대체. 내 개인정보를 가지고 있으면서 어디까지 공유되는지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게 또 화가 났다.



3명의 상담사와 통화했다.


"대출 실행이 늦어지고 있는데 제가 오늘까지 등록을 해야 돼서요. 좀 급합니다."


첫 번째 상담사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으셨네요."

이혼일 경우에는 가족관계증명서가 아니라 혼인관계증명서가 필요하다. 난 구구절절 나의 이혼을 설명했다.


"아 저의 신분이 이혼이라서 가족관계 증명서가 아니라 혼인관계증명서를 제출했습니다."


"아... 이혼이요? 네... 잠시만요."


두 번째 상담사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가 아니라 건강보험자격확인서가 필요합니다. "

또 서류는 왜 이렇게 복잡한지.  득실에 상세하게 나와 있는데 또 득실은 안되고 확인서가 필요하다고 했다.


세 번째 상담사

다른 상담에게 전화가 왔다.

"혼인관계증명서 상세에 이혼날짜가 명확하게 나와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자격확인서가 없어도 될 것 같습니다."




이혼한 사람들은 학자금대출 안 받는 건가?

내가 아직 이혼에 발끈하는 것을 보면 나는 아직 이혼이 아픈가 보다. 시간이 필요한 거겠지.

행복해 보이는 젊은 부부를 보면서 우울감이 밀려온다. 그렇지만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흔들흔들)

과정이야 이게 나의 종착지가 아니야. (흔들흔들)

더 나은 내일이 기다리고 있어. (흔들흔들)


집에 들어오니 마음이 헛헛해서 치킨을 시켜 먹었다.

오늘 나는 먹을 자격 있음.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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