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나의 정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몬숲 Apr 01. 2024

트리거(Trigger)

빵야


트리거가 눌리면 갈 바를 알지 못한 상상력은 온몸을 통제한다. 트리거는 상대성이론이라 시공간의 제약이 없다. 트리거에 겨냥된 나는 무력하다. 이미 지나간 괴물과 앞으로 올 괴물이 현재를 향해 총알을 난사한다. 나는 박스에 갇혀 있다. 나는 날아오는 총알들을 피할 능력이 없다.


홀로 서야 외롭지 않다는데 인간이 외롭지 않을 능력이 있을까? 어떤 게 외롭지 않은 상태를 말하는 걸까? 인간은 혼자 있어도 외롭고 함께 있어도 외롭다. 싱글 이어도 외롭고 커플 이어도 외롭다. 연애해도 외롭고, 결혼해도 외롭다. 자식이 없어도 외롭고, 자식이 있어도 외롭다. 신을 믿는 사람들도 외롭다. 인간 존재가 이렇게 마음 속에 커다란 구멍을 갖고 살 수밖에 없는 걸까? 이 근원의 외로움은 죽어야지만 채워지는 걸까?


성숙이란 무엇일까? 결국 모든 것은 공수래공수거인데 열심히 살아서 무엇하나? 한번씩 다가오는 미친 외로움에 어찌 할바를 모르겠다. 방금까지 웃고 있던 내 자신이 낯선 타인이 된다. 금방이라도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질 것만 같은 명치 끝의 철렁거림이 느껴진다.


온몸이 덜덜 떨리는 트리거는 생각하는 뇌를 후려친다. 조용한 작은 방 텐트에 들어가 온수매트의 온도를 높이고 매트 위에 가만히 누워 타고 있는 명치를 손바닥으로 토닥토닥인다. 작렬하는 명치를 한참 토닥토닥이다보면 따뜻한 등바닥이 느껴진다. 따뜻한 등바닥이 느껴지면 그제서야 호흡을 인식한다.

 

'숨 쉬고 있어 괜찮아. 숨 쉬어 괜찮아'


언제쯤이면 괜찮아 지는건지. 모든 건 순간일 뿐인데 나는 순간을 꾸역꾸역 살아낸다. 이 질문의 끝은 결국 나는 왜 태어났을까로 가게 되니까. 그렇게 여러번 나의 생이 수정되던 그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었으니까. 아직은 꾸역꾸역 결국은 살아낸다.

 

'넌 해냈고 넌 할 수 있고, 넌 너잖아. '

문제도 나고 답도 나다


내가 느끼는 감정에 이름을 붙여준다. 질투인가? 소유욕인가?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은 이제 죽고 없는데 나는 무얼 찾고 있는 걸까? 인간은 외롭구나. 인간이라 외롭구나. 토닥토닥. 살아 있으니 됐다.


너는 피투성이가 되어도 살아 있으라.

매거진의 이전글 그래도 한걸음 진보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