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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모닝선샤인 Dec 21. 2021

엄마의 말투

내가 아이에게 가장 자주 하는 말은 무엇인가


최근에 <엄마의 말투>라는 책을 읽었다.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며 이에 공감해주고 인정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이었다. 나의 말투를 되돌아봤다. 나는 아이의 감정을 알아주고 공감해주었는가. 내가 자주 쓰는 말은 무엇인가. 그 말은 긍정적인 언어였나 부정적인 언어였나. 많은 반성을 하게 했다.


가정 돌봄을 하면서 내 마음은 부정적으로 변했다.


'힘들다, 도망치고 싶다, 아프다, 시간이 안 간다, 너무 힘들다, 엄마 힘들어, 제발 그만해, 하지 마, 아니야, 안돼, 그만, 싸우지 마, 던지지 마, 그만해.... '


이런 단어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반복이다. 마음이 어두운 생각들로 새까매진다.  내 말투를 듣고 자란 아이들의 마음이 어떤 색으로 물들지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린다.


나도 좋은 말, 부드러운 말,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싶다. 나도 항상 웃어주고 안아주고 기분 좋아지는 말만 쓰고 싶다. 그렇게 하고 싶지만.. 현실은 너무 책과 다르다.


아이 둘을 가정 보육하면서 하루도 화내지 않고 넘어가는 날이 없었다. 둘째가 걷기 시작하면서 쿵쾅거리는 소리로 층간소음 전화가 연일 걸려왔다. 아이 둘은 서로 엄마를 차지한다고 아침부터  옆자리를 두고 소리 지르고 서로를 밀고 때린다. 언젠가부터 나는 삼각관계의 주인공이 되었다. 질투심에   아이는 서로를 미워하고 때리고 꼬집는다. 하루도 바람 잦을 날이 없다.


 돌이  지난 둘째는 말을 아직  해서 모든 언어를 소리지르기로 표현한다. 하루 종일 징징거리고 꽥꽥 소리 지르고 엉엉 운다. 둘째의 미운 행동은   권을  정도로 많다.  엎지르기, 화분   파내서 거실에 던지기, 먹던 음식 누나 머리 위에 뱉기, 변기 물로 물놀이하기 등등... 눈에 넣어도  아플 아이지만 그럴 때마다 정말 온몸이 공기인형이   힘이 빠지고 껍데기만 남은 기분이 든다.




힘든 일은 그렇게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산더미다. 그래서 힘들다는 말을 달고 산다. 마음이 늘 바닥에 닿아있는 기분이다. 화내고 나면 밀려오는 자책감과 미안함에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는다. 자고 나면 미안함에 아이들 얼굴을 한동안 바라본다. 그리고 눈물이 흐른다.


'좋은 엄마가 되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매일 화만 내서 미안해.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부드럽게 말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너무 미안해.

엄마도 잘하고 싶은데..

너무  벅찰 때가 많네.

앞으로는 더 노력할게.'


이 문장을 쓰고 있는데 눈물이 머리끝까지 차오른다. 목이 멘다.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응어리진 어두운 마음들이 눈물과 함께 왈칵 나오는 것 같다. 이렇게 내 감정을 표현해 본 적이 별로 없어서 일까. 글로 쓰고 나니 마음이 검은색에서 회색빛으로 좀 밝아진 듯하다.


책에서 말한 대로 완벽하게 좋은 엄마가 될 수는 없어도 조금은 더 노력하는, 내 지친 감정보다 아이의 마음을 더 어루만지고 바라봐주는 엄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매일 나아지고 있다면.

이 세상에 좋은 엄마는 없다고 하잖아.

그냥 옆에서 안아주고 마음을 다독여주려고 노력을 포기하지는 말자.

 '난 틀렸어'라고 생각하지 말고, 주저앉지 말고 내일은 더 좋은 내가 될 거라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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