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배가 고팠다. 춥고 배가 고팠을 때에서야 따뜻하고 푹신한 기분좋음이 사라진 것을 알고 주위를 더듬었다.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운 냄새가 옅어지고 자꾸 몸이 떨려오자 저절로 울음이 났다.
몇 번인가 몸이 덥석, 잡히고 입 안으로 낯선 음식이 들어왔다. 어딘지 어색한 맛과 뜨겁다가 식어버리는 것이 싫어 도리질을 쳤다.
희미하게 보이는 것은 털 하나 없이 맨숭한 누군가였고 두려움에 더욱 크게 울었다.
하지만 곧 숨이 가빠왔다. 냄새들은 서서히 익숙해져갔고 몸을 둘러싼 까끌한 담요에 기대어 추위를 달랠 수도 있었다.
담요 안 어딘가에서 뜨뜻한 기운이 돌았으나 가까이 다가가면 더욱 숨이 가빠왔다.
잠을 깨우는 손아귀에서도 온기가 느껴져 몸을 내맡기게 되어서도 숨가쁨은 더해갔다. 문득 문득 배도 아파왔고 낯설어서라기보다 아픔이 싫어서 먹는 것이 두려워졌다.
입 안에 들이밀어지는 음식도, 삼키지 못해 입가로 흐르는 음식도 점점 더 싫어졌다.
참을 수 없는 감각에 앙앙 숨을 뱉다 몸 아래가 뜨끈하게 젖어왔다. 곧이어 뜨끈함은 사라지고 견디기 힘든 떨림이 시작됐다. 몸이 계속해서 차가워졌다.
어딘가로 도망치듯 허우적댔지만 다시 잡히고, 먹게 되고, 그러다 답답한 가슴을 뒤로 젖혀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뜬 것은 텅 빈 곳이었다.
내 냄새가 잔뜩 밴, 이제는 나 같아진 담요도 없고 어쩐지 그리워지던 커다란 누군가도 없었다.
숨쉬기는 한결 나아졌지만 희미하게 보이는 것은 하얀 벽 뿐이었다.
이대로 아무도 없게 되는 걸까. 덥석, 들어올리던 그것도 없게 되는 걸까. 감싸 안고 몸을 쓰다듬어주던 그 손길이 이제 겨우 좋아지고 있었는데. 숨막히고 텁텁하긴 해도 먹고나면 잠도 잘 왔었다.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다시 또 잠이 들면 더 낯선 곳으로 가는 걸까.
울고 싶었지만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럴 힘이 없다는 걸 깨닫자 일어서는 것도 쉽지 않았다.
엄마.. 따뜻하고 보드라운 털이 가득한 푹신한 배에서 식지 않는 젖이 스며나오던 엄마는,
어디에 있는 걸까.
다시 눈이 감겼고
뜨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