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옛날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이라든가, 로마의 황제라든가 혹은 한 나라의 대통령 등이 쉽게 떠오른다. 그도 그럴 것이 언급한 권력은 눈에 보이는 명확한 형태를 띠기 때문에, 그리고 왕이라 하면 최고 권력을 쉽게 떠올릴 수 있기 때문에 즉시 떠오르는 것이다. 그러다가 몇 년 전 프리메이슨이라는 집단이 소개되면서 은밀하게 조정당하는 배후세력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은 알 수 없는 힘으로 세상을 자기의 뜻대로 조절한다고 하여 한때 음모론의 중심에 서있곤 했다. 그 외에도 중국의 <화폐전쟁>이란 책에서 소개되는 재벌가들의 권력 등 다양하게 소개되면서 권력이라는 것은 도대체 어떤 것인가 갸웃하게 만들기도 했다.
권력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을 의미한다. 권력에 예민한 20세기 유명한 철학자인 미셸 푸코는 권력에 대해 샅샅이 파헤쳐 우리에게 알렸는데, 그는 권력이란 어떤 분명한 실체가 있다기 보단 느껴지는 것이라 한다. 좀 전에 말한 권력의 상징적인 존재들, 대표적으로 어떤 왕의 존재처럼 어떤 고유한 실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사물 자체가 소유한 것이라기보다는 다른 것과의 관계에 의해 드러나는 작용이라 말했다.
# 중세시대의 권력, 성서
유럽의 중세시대가 있다. 약 5세기부터 15세기 전후 정도로 약 1000년간의 긴 기간을 지칭할 때 사용한다. 이 시기 유럽에는 교회가 권력의 중심에 있었다. 신이 중심이던 시절에 신의 목소리가 담겨있는 책인 성경이 오로지 라틴어로만 작성되어 있어 라틴어를 모르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교황이나 목사를 통해서 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11~12세기쯤 면죄부가 등장했는데, 처음 이 면죄부는 십자군에 종군한 병사에게 주는 일종의 상이 었다. 그런데 여러 가지 형평상 종군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은 이 면죄부를 부러워했고, 면죄부를 내어달라고 요청하게 되었는데 교회는 이것을 이용해 면죄부를 본격 발행해서 팔기 시작했다.
15세기에 등장한 마틴 루터는 부패한 교황청을 겨냥해 95개 조의 논제라는 의견서를 낸다. 그리고 위선적인 교회의 지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으로 '성서를 대중화' 하기 시작한다. 라틴어로 되어있는 성서를 독일어로 번역하여 비슷한 시기에 발명된 구텐베르크의 활판 인쇄술을 이용해 대량으로 찍어 민중들에게 퍼트린다. 이전까지는 필사로 구성된 책이어서 하나를 만드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반해, 활판 인쇄술이 발전하여 대량으로 생산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어려운 라틴어가 아닌 누구나 읽기 쉬운 모국어(독일어)로 번역하여 성도가 언제 어디서나 성서를 가까이할 뿐 아니라 스스로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여 권력을 분산시킨다. 즉 이전에는 교회를 통하지 않으면 신을 대면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스스로가 언제든 신을 대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전에 소개한 푸코는 '독점적 언어가 권력으로 이어진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종교개혁 전 성서를 독점함으로써 그것을 권력으로 이용했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다. 루터의 종교개혁이 유명하고 역사적인 이유는 이런 권력의 구도를 해체해버렸고, 그 결과 수많은 사람들의 생활양식이 크게 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권력에 대해 생각을 해보자. 푸코의 말대로라면 우리가 생각하는 권력은 막강한 군대를 동원하거나, 돈이 많은 어떤 한 집단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그것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 시대의 '지식을 독점'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어떤 행동을 결정할 때는 알고 있는 지식이나 정보를 통해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는데, 지식의 독점은 행동의 반경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결론을 유추할 수 있다. 중세시대 당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신에 대한 지식이었고, 교회는 이것을 독점함으로써 사람들의 생활양식이나 문화를 점령한 것이다.
# 지식을 독점하면 항상 승리할까
주식을 하다 보면 내부정보를 아는 사람에게 듣는 정보는 확실하며 기반으로 투자를 하면 크게 벌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경험해본 바로는 이 말이 다 맞지는 않는다. 우선 상장되어 있는 회사에 다니는 지인과 대화해보면 자기 회사의 매출이나 영업이익도 잘 모른다. 물론 그 사람은 재무와 그 어떤 상관도 없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처사다. 어떤 사람은 자사라고 해서 주식을 왕창 샀다가 지금 몇 년째 물려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유추해 볼 수 있을 거 같다. 그 사람은 단순 사원이고, 임원급 되면 알 수 있지 않을까?
맞는 말이다. 임원급이 된다면 회사 내부 사정에 밝기 때문에 고급 정보를 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임원들은 전부 주식투자가 성공적이어야 하겠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다.(임원이 직접 투자하는 것도 조작 의혹을 받아 조사받을 수 있다) 결국 회사가 잘되고 말고는 별개의 문제이며, 주가라는 것은 매출이 늘어난다고 해서 반드시 동반해서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이미 주가가 뻥튀기되어있어 역대급 매출을 뽑아냈어도 하락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몇몇 주식을 하는 분을 보면 우리는 알 수 없는 비밀리의 정보가 있을 것이고 그 차이 때문에 우리는 주식에서 항상 질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것은 사실일까?
내 생각을 말해보자면 일정 부분은 맞지만 전체가 다 맞는다 생각하진 않는다. 그렇다면 그들은 벌써 부자가 되어있었어야 하니까. 그런데 애널리스트들을 보면 잘 맞출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다. 더 좋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데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그들조차도 실상 어떻게 움직일지 정확히 예측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들이 정보의 양은 더 많이 가졌을 수 있지만 그것이 반드시 유리한 형태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 요즘 시대의 지식으로 인한 권력이란
웬만한 양질의 정보는 대부분 인터넷에 있다. 주식의 경우도 투자를 위해 필요한 기업의 재무제표라든가 실적 등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금 같은 시대에는 지식의 독점을 이전과 같이 숨기면서 하는 형태만으론 부족해진 것이다. 종종 기업의 내부 PDF가 구글에 검색되는 것을 보면 보안이 허술하네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많은 정보가 인터넷에 나돌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요즘의 지식은 어떤 형태를 띠고 있을까? 숨기는 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이제는 마음껏 분출하고 있다. 문제는 모든 정보를 보는 데는 한계가 있고 하루만 지나도 엄청난 정보들이 매일 생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모든 것을 다 해석하려면 아무리 계산기를 두들겨봐도 불가능하다. 하루 데이터의 생성량은 약 10억 기가바이트이며, 이는 해리포터 책 6500억 권에 이르는 양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요구되는 핵심기술은 정보 해석 능력이다. 어떤 정보가 내게 필요한 정보이고 중요한 것인지를 판별하는 게 중요해졌으며 앞으로도 점점 중요해질 것이다. 때문에 '정보가 없다'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정보를 제대로 해석하고 있나'라고 자문을 해보는 게 더 중요하다.
권력을 없애는 것은 가능할까? 개인적인 생각으론 권력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권력을 분산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산주의는 도리어 더 강력한 권력을 만들어 군림했다. 돈이나 물리적인 힘도 분명 존재하지만 지식으로 인한 권력이 가장 막강하고 오래 살아남았다. 그리고 그 형태는 여전히 변형 중이며 진화하고 있다. 때문에 힘이 없다고 주저앉아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해 공부하고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책이야 말로 가장 저렴하면서 가장 효율적인 자기 계발인 샘이다.
참고:
-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835142
- 종교 개혁: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EC%A2%85%EA%B5%90_%EA%B0%9C%ED%98%81#95%EA%B0%9C_%EB%85%BC%EC%A0%9C
- 권력은 보이지 않는다: 보고 듣고 만지는 현대사상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4355955&cid=41908&categoryId=59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