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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May 17. 2019

대체 불가능한 인재가 된다는 것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 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나는 분명 대체 불가능하다고 스스로 생각했는데 사실은 대체 가능하다는 현실을 맞닥뜨리게 될 때, 나는 어떤 선택을 하는 게 현명할까?


일을 하다 보면 내가 가진 일은 나만의 노하우가 된다. 업무가 나에게 몰리는 걸 보면서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현상이 한번 두 번, 1년, 2년 쌓이게 되면 점점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반대로 회사의 경우는 다른 방향을 추구한다. 한 사람에게 의존도가 높을수록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분산하고 싶어 한다. 만약 상대방이 변심으로 인해 회사를 나간다고 한다면, 그래서 회사의 모든 일이 마비되어 버린다면 곤란한 상황이 되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타트업의 경우 핵심인력이 나가게 되면서 회사가 문 닫는다는 소식을 가끔 접한다.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스타트업의 경우 그러려니 하더라도 규모가 있는 회사 역시 이것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못하다.


영향력이 커질수록 알 수 없는 자신감을 갖게 한다. 이 회사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일이 있으면 안 좋은 일도 있는 법. 업무 의존도가 너무 높아 휴가를 자유로이 쓰지 못한다거나, 일이 너무 많아 여유가 없기도 하다. 그래서 여러 방면으로 생각해 봤을 때, 대체 불가능이 되어야 하는 건 자본주의 생리에 맞지만 너무 촉박한 인생을 살 것 같단 생각이 든다.



# 기술이 나의 밥줄을 송두리째 흔들 때가 있다


기술이나 노하우는 지속적으로 발전한다. 인터넷이 발전하기 전에는 전문지식을 찾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유튜브나 블로그, 인터넷의 각종 커뮤니티에 전문지식을 아낌없이 내놓는 좋은 사람들이 있다. 만약 이분들이 자신의 노하우를 공유하지 않고 모두 자기를 찾아오게 한다면 엄청난 부자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독점하는 대신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공유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정보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기존과 같은 정보의 독식으로 인한 시대는 끝났음을 알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영원히 철옹성이라 여겨지던 것들을 하나씩 붕괴하게 했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생필품 조차 구하기 힘들어 구두가 필요하더라도 몇 개월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었지만 산업혁명 이후에는 구두가 쉽게 보급되면서 대다수의 구두 수선을 업으로 했던 사람들은 망하거나 공장으로 들어가야 했다.



# 무엇을 준비해야 했나


그렇다면 지금 내가 회사에서 한자리를 차지하면서 가지고 있는 노하우, 즉 나만의 노하우가 언젠가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아니면 회사의 주력산업이 바뀌거나 핵심업무가 바뀌면 내가 믿어왔던 노하우도 흔들리게 되지 않을까? 이런 고민을 한참 전에 해놓고 스스로 내린 결론은, 우선 많은 것을 해보고 공부하자는 것이었다. 더 이상 이전 노하우에 얽매이지 않고 무엇을 해야 할지에 초점을 두면서 불확실한 미래를 위한 대비로 바뀌었다.


그 같은 결과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걸까?'라는 질문에 빠져들게 했다. 그래서 고심 끝에 두 개로 정리되었다.


1) 회사와 나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

2) 장기적으로 내게 도움이 되어야 하는 것



# 나는 얼마나 기여하고 있을까


회사와 나는 엄연한 계약관계다. 그리고 계약이 끝나면 언제든 헤어질 수 있는 관계이다. 그렇다고 딱딱하게 대하자는 것은 아니고, 내가 받은 만큼만 일하겠다 라는 의미는 더욱 아니다. 회사가 성장하는데 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보고 공부하고 적용시키는 것이라 생각이 미쳤다. 결국 회사가 성장하는 것은 나 스스로 성장하는 것과 완벽하게 동일시되는 것은 아니어도 어느 부분 남기 때문이다.


대학시절에 졸업작품을 만들다 보면 팀원이라 하더라도 각각의 기여도가 전혀 다르다. 심할 때는 한 명이 50% 이상의 일을 도맡을 때도 있다. 그렇다면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어떤 경력(혹은 경험)이 있는가가 아니라 얼마큼 기여했는가를 물어야 한다. 실제로 내 경우 공모전 참가 이력이 있는데, 어느 면접에서 공모전 관련해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리고 얼마큼 기여를 했는지 묻는 사례가 있었다. 만약 내가 그때 대충 했더라면, 그래서 상을 못 받았다면 당연히 이력서에는 그 내용을 넣지도 못했을 것이고, 상을 받았지만 기여도가 적었다면 할 말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떳떳하게 내가 한 역할과 해당 공모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다. 당연히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돈을 위해서 회사를 다닌다는 말을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그건 하나의 부분이지 전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때문에 회사에서 어떤 시스템을 담당했다면 그 부분에서 내가 기여한 것은 어떤 것인지, 그래서 어떤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는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것들이 쌓이면 연봉협상 등을 할 때도 유리하게 적용할 수 있다. 연봉협상 한 달 전에 부랴부랴 쓰는 것보다 처음부터 어떤 프로젝트를 담당할 때 어떻게 설계해서 기대치를 낼 것인지를 생각하고 시작한 뒤 정리하는 게 더 유리한 것처럼 말이다.



 # 회사와 나의 관계를 재정리하자


내 경우, 회사를 선택할 때는 이 회사에 가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 거 같단 기대감으로 선택을 한다. 즉 내가 원하는 바와 회사가 하는 업무가 많은 부분 일치할 경우 회사를 선택한 경우가 많았다. 당연히 일이 잘 구해지지 않았을 때는 그런 것과 관련 없이 당장 고용해 줄 수 있는 곳에 들어갔지만, 여유가 있을 때는 항상 그런 기준으로 들어갔다.


때문에 지금 있는 회사의 경험은 어떻게 보면 다신 없을 경험이다. 또 누군가에겐 부러움을 살만한 경험이기도 하다. 그런 경험을 소홀히 하는 것, '시키니까 한다' 같은 마음으로 일을 하는 것은 기회를 날리는 것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나는 회사의 돈을 받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회사에서 돈까지 쥐어주며 노하우를 가지라고 기회를 주는 곳이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어느 관점에서 보든 개인의 자유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회사에서 했던 경험은 지금까지 내게 없던 경험일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것을 충분히 잘 해내게 된다면 경쟁력으로 전환될 것이다.



# 내 생각에 '대체 불가능한 인재'란


회사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개인은 자신의 노하우나 경력을 향상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한쪽에 쏠린 힘은 이 둘 관계를 서로 대립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이것에 대해 한참 고민했다가 최근에 답을 좀 찾은 거 같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좋은 팀 문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좋은 문화는 팀원들 간의 협력을 좋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성과에서도 기대할 수 있게 만든다. 그래서 내가 부재하더라도(휴가 등) 누군가 대신할 사람이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떠난다 하더라도 문화는 남아있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도 개인 입장에서도 모두 윈-윈 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즉 대체 불가능한 인재라는 것은 독점을 가진 인물이 아니라 모두 같이 갈 수 있도록 이바지하는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럴 경우 빼앗길까 봐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고, 도끼눈을 세우며 타인을 경계하지 않아도 괜찮을 거 같았다.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개개인이 가지는 불만과 불편함을 극복하게 하는데 큰 힘이 될 거라 생각했다.




멀리 가기 위해선 함께 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예전에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좀 알 것 같다. 지금 당장 잘 나가는 사람도 언제 위기를 겪을지 모르고, 지금 힘든 상황을 겪는 사람도 언제 극복하여 새 삶을 살아갈지 아무도 모른다. 때문에 서로 돕고 살면서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해 보였다. 시스템은 사람이 만들지만 사람은 시스템에 영향을 받는다. 지금 나는 시스템에 영향을 받는 사람일까, 아니면 좋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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