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덕근 Apr 07. 2020

역사는 꼭 공부해야 하는 걸까

사람들은 역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역사적으로 일어난 일부터 살펴보는 걸 우선으로 삼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의 문제 해결 시작을 내가 겪은 경험, 혹은 누군가 겪은 경험에서 찾으려고 하는 본능 때문이다. 이렇게 시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가장 효율이 좋기 때문이다. 모르는 것을 끙끙대며 헤매는 것보다 누군가가 잘 정리해놓은 노하우와 사례를 살펴보는 게 시간을 단축시키며 실패할 확률을 낮추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가 반복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역사공부를 하기엔 너무나 방대한 것도 사실이다. 수천 년의 역사를, 그것도 한 나라의 역사뿐 아니라 전 세계의 역사를 들춰본다는 것은 아마 평생을 봐도 불가능할 것이다. 때문에 어느 선까지 봐야 할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더 중요한 것은 역사공부가 반드시 도움이 되느냐 하는 문제다. 지식이 많으면 당연히 써먹을 수 있는 것이 다양하기 때문에 유리하다. 하지만 그 사건들이 주관적으로 기록된 것이라면? 기록된 역사가 내 상황과 너무 맞지 않는다면 과연 그곳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잠깐 스크린에서 눈을 떼 생각해보고 아래 글을 읽어보면 좋겠다.


# 역사는 주관의 산물이다


역사를 쓰는 역사가는 사람이다. 이로부터 역사는 객관적일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하나의 사건은 보통 한두 개의 관점에서 시작하고 터지지 않는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관습, 감정, 심리 등 다양한 부분에서 드러나게 마련이다. 하지만 기록되는 지면은 이 모든 것을 담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하다. 그렇기에 역사라는 것은 누가, 어떤 관점에서 편찬하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보여주게 된다는 함정이 있다.


이전 역사책들은 대부분 소수의 기득권을 그린 역사가 대부분이었다. 그들이 생각하는 것, 결정, 정책 등에 주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들의 결정이 대다수의 삶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또한 기록이라는 것이 있는 집에서 나 가능했던 시절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록이 그쪽으로 편향될 수밖에 없었다.


비교적 최근에 본 책인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의 경우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역사를 재해석했다. 이 책은 역사책이 맞을까? 맞다. 그리고 이 책을 쓴 사람은 경제분야 전문가다. 어쩌면 그같은 이유 덕분에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처럼 시대나 상황에 따라, 그리고 글쓴이에 따라 똑같은 사건이라도 달리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는 주관적이다. 그렇다면 이런 궁금증을 안게 한다. 이 사람의 책은 최신 것이지만, 역사는 옛날에 기록된것만 인정되어야 하는거 아닌가요?



# 역사는 계속 재해석된다


어릴 때 보던 책을 성인이 돼서 본 책이 있는가? 혹은 드라마, 영화라도 좋다. 똑같은 것을 본다 한들 똑같은 감정이 들지 않는다. 이는 내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폭이 더 다양해지거나 하나의 관점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10대 때 세상을 바라보는 것과 20대, 30대 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전혀 다르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변하는 것도 있지만 사회와 상호작용하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역사가 재해석되는 이유 또한 이와 마찬가지다.


왕권 체제 속에서 역사책을 본다면 그 관점에서 벗어나 해석하는 게 쉽지 않다. 지금은 민주주의가 만연하지만 1~200년 전만 하더라도 국민이 주인이라고 하면 헛소리로 취급받던 시기가 있었다. 사건을 보고 기록하는 것 역시 시대나 사상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사건을 해석하는 것 역시 시대가 가지는 막을 벗어나기 힘들다. 경제학이라는 학문도 없던 시절에 경제적 관점으로 역사서가 나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시대가 발전하면서 새롭게 발견된 학문과 과학적 지식으로 이전것을 해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새로운 발견은 이전사건을 새롭게 해석하는데 도움을 주기에 역사는 끊임없이 재해석 된다. 그런의미에서 언제 쓰인것에 신경쓰는 것보다는 어떻게 편찬되었는지를 주목하는게 더 중요하다.



# 정보의 홍수 속에 모든 것을 학습할 순 없다


인쇄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책 하나 나오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물리적 환경을 넘어 디지털로 전환되었다.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그중에는 역사 관련된 내용들도 적지 않게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것을 학습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무리 빨리 본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명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




모든 정보가 나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어떻게 판별할 수 있을까? 아쉽게도 이것을 구분하기 위해서 역사를 알아야 한다. 지금까지 볼 필요 없다고 말한 것 같으면서 갑자기 공부해야 한다고 말해 미안한 마음이 조금 드는데, 나에게 필요한 것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가 알아야 한다. 음식을 잘하는 사람은 갖가지 음식을 모두 맛보고 만들어봤기 때문에 잘하는 것이다. 내게 필요한 것을 고른다는 것은 대상과 나의 접점이 맞다는 것을 알고있음을 의미한다. 그러기 위해선 나도, 대상도 같이 알아야한다. 이 부분을 무시하면 누군가가 제시한 것만 믿게 되고 더 나아가 스스로의 생각으로 행동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타인의 생각으로 행동을 결정하게 된다.


역사는 만능이 아니다. 역사를 모르기에 반복된다는 말을 하지만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생각한다. 학창 시절부터 수많은 시간을 영어공부에 할애하지만 정작 회화를 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역사를 아는 것과 역사를 활용하는 것은 다른 분야이며 둘을 융합시키기 위한 노력을 별도로 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라면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좋다. 살아오면서 겪을 수많은 풍파들은 분명 역사의 어느 한 부분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참고:

<호모 히스토리쿠스>

<역사의 역사>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매거진의 이전글 방황하던 내게 필요했던 단 한가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