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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May 04. 2020

<책 읽어드립니다>에서 보인 설민석의 인기와 배울점


2020년 04월 27일, '책 읽어드립니다' 시즌 1이 종료되었다. 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써 tvN에 방송되었고, 약 30부작으로 진행되었다. 책에 대한 인기가 상승하면서 책에 대한 전문가 또는 예능인들의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지 소개하는 프로였다. 나 역시도 관심은 많았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유튜브에 올라온 편집본을 주로 보았는데,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설민석이었다.


아마 다양한 루트로 설민석을 알 텐데, 내 경우는 무한도전에서 한국사 강의를 한 것으로 알게 됐다. 이후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이나 <설민석의 무도 한국사 특강> 책을 본 적 있다. 그리고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책 읽어드립니다'에서 보여준 뛰어난 강독에 다시금 주목하게 되었다.



설민석이기에 가능했던 강독


남자라면 한 번쯤은 읽어봤을 <삼국지>를 너무나 맛깔나게 전달하는 것을 보며 '어떻게 저렇게 전달이 가능한 거지?'라는 고민을 한 적이 있다. <데미안>을 강독하는 것을 보고 난 후 사서 읽었다. 그의 신들린듯한 강독은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걸까? 시즌 1이 종료되는 시점에 찍은 에필로그 영상에서 전현무가 설민석에게 강독 준비를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왕도는 없고요. 책이 정해지면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을 하죠.
1인칭 화자에 빠져서 표현을 할 건지, 3인칭으로 와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할지 결정해서 연구원들 앞에서 리허설을 해요. 여기서 재미없는 것은 빼고 반응이 좋은 것은 더 살려 강독을 2번 정도 반복하고 여기 와서(스튜디오) 작가분들과 또 한 번 이야기하고...


매주 3번 이상 리허설을 기본으로 했다. 시즌 1동안 책이 총 29권 소개되었으니 대략 87회 이상의 리허설을 진행한 것. 보이지 않는 곳에서 준비하는 것까지 생각하면 그의 노력은 정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실제 본인도 '생명이 타는 게 이런 거구나'라며 우스갯소리로 털어놓았다.



목숨 걸고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 일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혼심을 다해 하는 사람. 주변에서 들리는 잡음을 모두 무시하고 혼자서 한계를 돌파해내는 사람.


물론 설민석 정도의 위치라면 아무도 '하지 마세요', '별로예요'라는 말을 건넸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충분히 잘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그런 분위기이기에 어떻게 그 무게(부담감)을 견뎠을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생명이 타는 게 이런 거구나'라고 우스개로 말하는 그의 말이 그냥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것에는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미 탑클래스에 들어선 설민석에게 적은 누구였을까? 아마 지난날의 내가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어떻게 표현하느냐, 전달하느냐에 온 힘을 다 쏟기 위해 강도 높은 강연을 매주 준비하고 몇 차례의 리허설을 준비한다. 무서운 건 왕도가 없다는 점이다. 매번 새로운 책이 정해지고 어떻게 전달할지를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 그의 노력은 비범함을 넘어 경이로움을 자아낸다.



무엇이 혼신의 힘을 이끌게 했을까


힘들었으나, 여러분의 '잘 들었습니다', '수고했어요', '감사합니다' 이거 하나로 여기까지 온 거예요.


이 부분에 굉장히 공감되었다. 어찌 보면 가성비를 따지는 요즘과 대비되는 태도였다. 물론 그는 많은 돈을 벌 것이다. 이번 인기로 몸값이 더욱 올라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돈을 잘 버는 사람이며 충분한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한 것을 해냈다. 무엇이 그를 한계까지 몰아붙였을까?


노력을 한계까지 해본 사람은 한 번쯤 경험해볼 것이다. 타인의 인정과 응원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를. 설민석이 말한 '이거 하나로 여기까지 온 거예요'의 의미는 정말 그 의미 그대로라 생각한다. 누군가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을 때 사람은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말에 힘을 얻어 더 잘 해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누군가가 건네는 응원의 말에는 사실 굉장한 힘이 담겨있다.




단편적인 해석 및 오류로 인해 종종 설욕을 겪곤 하지만, 적어도 그가 강독을 위해 준비한 노력만큼은 진실했으리라 생각한다. 비범함은 감탄을 만든다. 하지만 경이로움은 마음 깊은 울림을 준다. 감동을 주고,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를 발견하게 한다. 설민석이 보여준 신들린 강독과 준비하는 과정을 보면 어떻게 하면 닮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한다.


그랜드캐니언의 장엄한 모습은 깊은 감명을 준다. 또한 자신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느끼게 된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힘과 의욕이 솟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런 감정이 바로 경외심이다. (...) 경외심을 느끼면 사고 범위가 넓어지며 자신을 극복할 힘이 생긴다.


좋은 사람을 본다는 것은 이런 거라 생각한다. 나를 일깨우는 데 도움을 주는 사람, 나를 한층 더 높이도록 영감을 주는 사람. 설민석은 내게 그런 존재가 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cgUhOHxX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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