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덕근 May 11. 2020

경쟁보다 중요한 것

영화 <소셜 네트워크>에 대한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셜 네트워크, 페이스북 창업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지만 이번 글에서는 2명의 인물에게만 집중하려 한다. 페이스북의 공동 창업자인 에두아르도 세브린(Eduardo Saverin)과 페이스북 초대 사장인 숀 파커(Sean Parker) 다.


서비스가 시작되고 난 뒤, CFO인 세브린은 페이스북을 통해 어떻게 수익을 내어야 할지 고민한다. 이는 매우 정상적인 행동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기업을 이야기할 때 '이윤을 내는 단체'라고 말하기도 하니 말이다. 때문에 그는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 광고회사를 돌아다니며 페이스북을 홍보하러 다닌다.


그런 와중에 숀 파커가 등장한다. 그는 광고 같은 자잘한 것에 신경 쓰지 말고 우선 서비스를 확장하라 말한다. 그리고 어설프게 광고를 넣었다가는 사람들이 모두 떠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쿨한 이미지의 페이스북에 광고가 들어가는 순간 찌질해지는 인상을 줄 것이고 그로 인해 유저들이 떠날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페이스북의 내재적 가치를 투자자들에게 인정받아 큰돈을 유치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실제로 큰 투자자를 연결시키고 투자유치를 성사시킨다.


실제로 이 같은 방법은 대다수의 스타트업이 진행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초반에 수익이 날만한 방법을 포기하는 대신 잠재적 가치를 포장해 투자를 유치하여 제품 서비스를 키우려 노력한다. 그래야 유저를 빠르게 흡수할 수 있고, 투자를 많이 받으면 제품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 경쟁자를 따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세브린이 만약 자신의 고집, 광고주를 데려와 당장 수익을 내야 한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세브린는 지나치게 이전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기업은 수익을 내야 한다'한다는 말은 분명 사실이지만, 당시의 페이스북에겐 맞지 않은 방법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수익을 내야 한다'는 진리와 같은 말에 사로잡혀 있었고 결정적인 시기에 함께하지 못했다.


한편으론 그의 심정이 이해는 간다. CFO의 무게,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광고로 인한 자체 수익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해내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못 박아둔 것 같다.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였기에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야 했고 그게 자신의 역량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성과는 미미했다. 


자신의 존재감, 존재 이유가 사라져 간다고 느낄수록 이전 전략인 광고 유치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스스로가 만든 프레임에서 벗어나질 못했고 마침내 사실상 쫓겨나다시피 되었다. 만약 그가 한 발짝 뒤에 서서 전체를 바라보는 눈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일전에 읽은 <타이탄의 도구>에서는 하나에 집착하지 말라고 전한다.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경쟁할 것인지를 고민하지 마라. 그 대신 ‘더 큰 성공을 위해 경쟁심을 버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자신에게 질문하라.” 승부욕(경쟁심)이 강한 체스 선수가 있다고 해보자. 그의 뜨거운 승부욕은 마침내 그를 체스 대회 우승자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체스 외의 다른 능력을 성장시키는 데 그 승부욕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직 체스 경기에서 승리하는 데만 몰두시키기 때문이다. 경쟁심은 한 분야의 성장을 돕는 데는 유용하다. 하지만 바야흐로 세상은 한 분야에서만 특출한 인재를 원하지 않는다. 피터 틸은 덧붙인다.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을 보라. 그들은 창업가이자 투자자이자 작가이자 크리에이터이자 아티스트다. 한 우물을 판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경쟁심을 버려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성공이라고 합의한 것을 깨라. 성공은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만 동의할 것 같은 진실을 손에 넣는 것이다.”

하나만 바라보면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할 순 있지만 그것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길이 되진 않는다. 오히려 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맞는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함을 깨닫는다. 경력 많은 전문가들이 새롭게 변한 상황인지와 새로운 시스템을 받아들이지 않다가 도태되어 사라지는 것을 종종 본다. 판을 보는 능력은 10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참고: 

<타이탄의 도구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