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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May 08. 2020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

이동할 때는 전자책을 즐겨본다. 어차피 밑줄이나 메모를 하지도 못하기도 하거니와 가볍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전자책 리더기가 종종 말썽을 부린다. 꺼내놓으면 Low Bettery.라는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맞이한다. 분명 꺼두었는데 무슨 이유인지 화면이 켜져 있어 자기 맘대로 배터리를 다 먹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평소라면 하지 않을 핸드폰에다가 전자책을 다운로드하였다. 책은 섞이지 않게 새로운 책을 받아 읽기로 하고.


오늘 읽은 책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우리는 항상 대화를 하지만 가장 많은 대화를 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라고. 생각해보면 그렇다. 타인과 말을 할 때에는 말을 정제해서 한다. 하지만 나와의 대화는 정제된 것뿐만 아니라 시시콜콜한 잡담까지 모두 포함한다. 타인에게 말을 건넬 때 조차도 스스로에게 '이 말이 괜찮을까?'라며 되묻는다. 그렇게 보니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나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그 말의 의미를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말과 태도를 지속적으로 부추겨야 한다고 이해했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것을 의식적인 태도로만 이해했다. 스스로에게 좋은 말을 한다는 것은 어떤 좋은 말을 할지 정해놓고 하는 그런 류의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나와의 대화를 보고선 다르게 느껴졌다. 나는 나 자신에게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메시지를 보낸다. 특히 무의식이 그렇다. 온갖 시시한 이야기도 전부 '나에게'이야기를 건넨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스스로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잔혹한 말도 서슴지 않고 하게 된다. 나를 사랑하라는 말속에 나를 언어폭력으로 노출시키는 것이다.


나를 사랑하라는 말, 나를 보듬어주라는 말을 진심으로 새겨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말들이 하나씩 구체화가 되어 내 마음을 형성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스스로에게 좋은 말을 하는 연습을 하려 한다. 좋은 질문을 던지게 하고, 좋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하려 한다. 내 이야기를 가장 잘 들어주는 사람, 싫은 티 하나 내지 않고 들어주는 사람은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한다. 그러는 동안 뇌는 끊임없이 신경 경로를 만들고 재조정한다. 이 신경 경로가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좌우한다. 다행인 점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경로를 수정하게끔 생각의 방향을 튼다는 점이다. 그렇게 생각을 자신의 뜻대로 형성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의식적이고 의도적인 자기 대화를 통해서다. 핵심을 찌르고 삶의 주도권을 쥐게 만드는 그런 대화 말이다.
- <시작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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