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 수 없이 많은 아이디어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머릿속을 노크한다. 예전엔 이런 것들이 모두 돈이 될 것만 같은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돈이 되는 아이디어는 따로 있다는 것을 눈치챈 것 같다. 눈치챘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여전히 '저게 돈이 돼?'같은 것을 찾아내거나, 혹은 '아 예전에 생각해봤던 건데'라며 누군가의 아이디어를 부러워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마저도 착각이었다.
그들과 나의 차이는 무엇일까? 아이디어를 실행하지 못하는 행동력일까? 아니면,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더 있는 건 아닐까? 당연한 말이겠지만 아이디어를 구체화하여 소위 '성공했다'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아주 특별한 능력이 있거나 알 수 없는 힘을 가진 것은 아니었던 거 같다. 그들은 그저 아이디어를 실행하고, 그것이 구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물론 최선을 다한다고 안 되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아이디어를 구체화하여 성공할 수 있었을까?
# 소비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위해선 우선 소비를 해야 한다. 아무것도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나올 리 만무하고 나온다 하더라도 제한적이다. 때문에 소비를 이용해 사람들과 어느 정도 친숙성을 갖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떡볶이 장사를 하고 싶다면 우선 많은 떡볶이 가게에 가서 떡볶이를 먹어보는 것이다. 맛은 어떤지, 같이 먹는 어묵 국물은 어떤지, 떡볶이는 너무 매운지부터, 조명과 테이블 배치는 어떻게 했는지, 배달은 어떤 식으로 주문을 받는지 등 다양한 요소들을 검사해 보는 것이다. 이 과정을 그저 보기만 하고 직접 소비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소비하면서 내가 생각한 맛과 가게 손님의 수가 일치하는지, 그 외 다른 요소가 있는지 지속 점검하는 것이다.
초반엔 개인의 취향을 판매용으로 올려놓으면 안 된다. 오히려 반감을 사기 쉽다. 커피를 예를 들어보자. 아메리카노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쓰고 비싸다고 대다수의 사람이 기피했다. 당시에는 믹스커피의 달달함에 익숙했던 터라 쓰고 검은 액체가 달가울 리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점점 많은 사람들이 소비하기 시작하면서 커피시장은 어느덧 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고, 어느덧 연간 5조 원 시장(매장 판매 커피시장)을 향해 가고 있다.
# 모방
친숙성으로 어느 정도 유저를 모았다면 이젠 양의 색다름을 섞어줘야 한다. 너무 뻔한 공감은 오히려 질려하기 때문이다. 색다름은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바로 모방을 통해 학습할 수 있다. 타인의 작품을 모방함으로써 패턴을 인식하고 내 것과 다른 점을 찾아내어 색다름과 친숙함을 결합한다.
미국의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벤저민 프랭클린은 어릴 적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 화를 내는 아버지를 보면서 위대한 문필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는 높은 인기를 얻은 <스펙데이터>를 읽기 시작하면서 그 기사와 칼럼을 들을 끊임없이 모방하여 글쓰기를 다듬었다. 감탄이 나올만한 기사를 만나면 그 기사의 얼개를 만들어 다시 썼다. 글이 완성되면 원본과 비교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잘 썼는지 확인했다. 모방과 훈련을 통해 자신의 글솜씨가 점점 더 좋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창의적 공동체
혼자서 하면 당장은 쉬워 보여도 장기적으로 보면 함께 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서로 힘든 점을 돌봐줄 수 있고, 동기부여를 불어넣어주며 서로 자극과 긍정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 배울 것이 있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는 자연스레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창작가는 고독한 사람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 창작가들은 많은 사람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더 많은 경험을 쌓는다.
# 반복
소비자들의 기호는 계속 바뀌기 때문에 한때 통했던 아이디어도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해질 수 있다. 그래서 끊임없이 측정하고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영원한 것은 없고 소비자의 취향은 끊임없이 변한다. 때문에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것은 창작 과정의 핵심이다.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에서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발현되기 위한 단계를 소개한다.
개념화 => 압축 => 큐레이션 => 피드백
신제품 아이스크림을 만든다고 생각해보자. 우선 무엇을 만들 것인지 떠오르는 메뉴를 정리하고 특징을 목록화한다. 이를 '개념화' 단계로 부른다. 다음 단계는 실제 실험 가능하게 10~15개 정도로 추린다. 이를 '압축' 단계로 부른다. 이후 아이스크림 샘플을 만들어 단골에게 보내거나 작은 세트를 매장에 보내 팬들의 반응을 살핀다. 이것이 '큐레이션' 단계이다. 큐레이션이 끝나면 생산량을 늘리고 출시한다. 출시를 하고 난 후에는 고객들의 반응을 살핀다. 이를 '피드백' 단계로 부른다. 이 단계를 계속 반복한다.
어느 날 번쩍이면서 영감이 떠올랐다 해서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해리 포터> 시리즈로 전 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J.K 롤링도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른 영감이 성공으로 이끈 것은 아니었다. 행운이나 우연처럼 보이는 그 작품은 실은 치밀한 사고 과정의 결과였다. 계획을 짜고 개요를 만들고 참고 자료를 모아 끝없는 반복 작업을 거쳐 그녀의 이야기와 등장인물이 자리 잡을 때까지 계속했다. 그녀는 읽고 계획을 짜고 쓰는 데 몇 해를 보냈고, 그 치열한 노고의 결과물이 <해리 포터>였다.
아이디어만 가지고 사업할 경우 망하는 1순위는 친숙함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제품을 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르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공감대가 부족해 외면받는 경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나 역시도 이전에 친구와 함께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했는데, 힘들게 제품을 만들었지만 유저들의 반응은 냉담했고 우리는 유저들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만들지 못해 실패했다.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의 저자인 앨런 가넷은 크리에이티브 커브의 이론을 제시하며 친숙함으로 과격한 관심을 이끌고 스위트 스폿을 공략하면 누구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성공할 수 있다고 전하면서 동시에 번뜩이는 아이디어 만으론 성공할 수 없음을 알린다. 천재라고 알려진 비틀스나 모차르트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우리 역시 위에서 소개한 4가지 방법을 철저히 터득해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노력(의식적 노력을 포함한)만이 답인가?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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