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종종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언제부터 책을 읽었어요? 그럼 잠시 생각하는 척하다 이제 6~7년쯤 된 거 같아요 라고 답한다. 나는 원래 책을 좋아하던 사람은 아니었다. 하루 종일 게임하는 것을 좋아했고, 20대의 나는 게임으로 점철된 인생이었다. 매일매일 게임을 하던 어느 날, 만약 이렇게 살면 난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대로는 적당히 만족하며 살겠지만, 왠지 뿌듯한 삶을 살 것 같진 않았다. 그때부터 그렇다면 무엇을 하는 게 좋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평소에 막힘없이 이야기를 잘하는 한 사람이 떠올랐고, 그 사람은 어떻게 그렇게 말을 잘할까? 궁금하여 살펴본 결과 답은 책에 있었다. 그때부터였다. 책을 읽기 시작한 건.
# 책을 보기 시작한 시절
적지 않은 시간을 책을 읽는 습관을 만드는데 보냈고, 어느 순간부터는 자연스레 책을 꺼내 보는 게 더 익숙했다. 무작정 카페에 앉아 하루에 커피 3~4잔을 시키면서 하루 종일 앉아있기도 했고, 아침 일찍 도서관에 가서 폐장하는 시간까지 있어본 적도 있다. 다행히 허무함보다는 뿌듯함이 밀려왔고, 그 기분이 내 행동을 지속하게 해주는 힘이 되어주었다.
처음에는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몰라 아무거나 골랐는데, 당시 관심사는 세계사 쪽이었다. 자기 개발서는 당시엔 거부감이 있어 몇 권 보긴 했지만 주력으로 보려 하진 않았던 거 같다. 때마침 아시는 분이 철학을 권했기도 했다. 문자도 제대로 이해 못하는데 처음부터 알지도 못하는 철학 원문을 볼 순 없어 누군가 주석한 것을 보기 시작했다. 운 좋게도 '강신주' 박사가 막 방송을 타던 무렵이라서 그 사람의 각주가 달린 책을 많이 봤다. 당시에는 무엇 하나 읽어도 새로움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게임 못지않게 즐거웠다. 그렇게 한동안 책에 푹 빠져 지냈다.
# 서평을 쓰기 시작한 순간
그런데 책만 읽으니까 먼가 허전했다. 책을 읽기는 하는데, 이전보다 똑똑해진 거 같긴 한데 남는 게 없었다. 그래서 책을 보면 서평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끄럽게도 책을 읽기 시작한 지 몇 년이 지난 후에야 겨우 그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서평을 쓴 지 이제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전에는 그렇게 적극적으로 남기지 않았다. 책을 보면 적당히 갈무리한 것들을 정리하여 저장해두었고 다음 책으로 금세 넘어갔다. 나는 책을 읽었지만 사라지는 소비를 했었고, 그러던 중에 스스로 자랑스러워했던 샘이다. 지금 생각하면 메타인지가 한참 낮았던 거 같다.
서평을 쓰게 되면서 글을 쓴다는 게 어렵다는 걸 그때 처음 깨달았다. 그 전까지만 해도 글을 쓸 일도, 쓸 필요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럴 감정을 느낄 이유도 없었다. 그러다 막상 쓰려니 쓸 때마다 항상 스트레스를 동반했다. 써야지 하면서도 잘 떠오르지 않으면 툭하면 쓰길 포기했다. 그때와 지금과 같은 것이 있다면 여전히 쓰는 걸 힘들어하는 것이고, 다른 것이 있다면 쉽게 포기하진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다가 100일 프로젝트가 눈에 들어왔고, 서평과 책을 100일 동안 써봐야겠다 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아마 추석 즈음이었던 거 같다. 추석 연휴를 책 읽고 서평 쓰는데 온전히 다 보내면서 1일 1 책 서평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게 가능했나 싶을 정도로 꾸준히 썼다. 사실 어느 정도 요령을 핀 것도 있었는데 일을 하면서 병행하다 보니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아 평일에는 책을 2권 정도 읽고, 주말에 5권 정도를 몰아본 후 서평을 써둘 수 있는 건 미리 써두어 게시하는 쪽으로 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게 가능했나 싶을 정도로 열심히 였던 거 같다.
100일 도전이 끝난 후부터는 일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어 1주에 2~3권 정도로 줄였다. 나름 전문성이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공 공부를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책이 좋고 서평을 써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하더라도 내 생업보다 우선할 순 없었다. 그래서 타협한 것이 일주일에 3권 읽기였다. 요즘은 그마저도 조금 줄었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2권 정도는 꾸준히 읽고 쓰는 중이다.
# 책과 서평 대한 관점을 새롭게 디자인하다
요즘은 그때와는 다른 도전을 하고 있다. 최근에 참가하게 된 [대교] & [더불어 배우다]에서 진행하는 '씽큐베이션'에 지원했는데 합격했다. 사실 합격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나름 나만큼 서평을 쓴 사람은 많이 않을 거란 자신감이 어느 정도 있었다. 그런데 참가하고 나서 내가 보고 느낀 것은 기대 이상이었다. 나보다 책을 더 열심히 보는 사람들도 많았을 뿐 아니라, 서평도 훨씬 잘 쓰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내가 그동안 썼던 방식이 조금은 바뀌어야겠구나 생각도 든 게 이때부터였다.
이전에는 양에 집중했다면 이제부터는 질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이전과 같은 방법으로만 고집스레 한다면 이전의 것을 답습하는 꼴밖에 안될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제목도 가급적이면 클릭하고 싶게 짓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서평 제목에 책 제목을 달아두었는데, 이제는 이야기하고자 하는 화두를 제목에 달기 시작했다. 했던 관성이 있어서 제목 하나 짓는데 많은 시간을 소요하고 어색하지만 이것 또한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생각해보면 책을 든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내게 익숙한 것은 단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책을 읽고, 서평을 쓴다.
기왕 책 보는 거 더 잘 읽고 싶어 최근에는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다시 읽었다. 거기서 소개하는 많은 방법 중 관록이 있는데, 요즘 내가 추구하는 방식이 그것과 비슷하다.
다음으로 바뀐 것은 서평내용에 관한 것이다. 책을 보고 필요하면 또 보고 여러 관점으로 서평을 써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아직 어색한 것도 있고 시간을 잘 내지 못해서 한두 번 쓴 것도 있지만 씽큐 베이션과 더불어 배우다에서 강조하는 <돈의 역사>의 경우 3번 정도 관련 글을 썼다. 그리고 앞으로도 한두 개 더 쓸 예정이고, 책도 1회 더 볼 예정이다.
한 때 이런 생각도 한다. 만약 [체인지그라운드] 같은 기업을 더 일찍 만났더라면 내 독서방법을 좀 더 빨리 효율적으로 바꿀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그래서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내게 물어보면 이런 이야기를 한다. 나는 정말 무식하게 책을 접했고, 읽고, 이제야 좀 책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성장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는 거 같은데 그 기간이 너무 길었다고. 하지만 지금 막 시작하는 여러분은 고영성 작가나 신영준 박사 같은 분들의 영상을 보거나 멘토링을 받으면서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으니 축복이라고 생각한다고 권한다.
나 역시 이제라도 만나서 내가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지 가닥을 잡게 되어 많은 고마움을 느낀다. 아울러 씽큐베이션에 합격되어 기대 이상으로 많은 분들에게 자극받고 더불어 공부할 수 있어 즐겁다. 때론 힘든 책을 보면서, 타인의 잘 쓰인 글을 보면서 자괴감을 가질 때도 있지만, 이 또한 내가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오늘도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책을 펴고 탐독하고 글을 쓴다. 내가 할 줄 아는 방법은 그게 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