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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May 29. 2019

실업률이 낮다는데 이게 정말 맞는 거야?

실업률은 어떻게 측정되는 걸까? 건강보험료는 어떻게 측정되는 걸까? 물가인상률은 어떻게, 금리는 어떻게 측정되는 걸까? 이런 질문을 계속해보면 도착하는 곳은 통계이다. 개개인의 입장에선 가까운 사람을 통해 체감하기 때문에 '요즘 살기 힘들구나'라든가, '취업하기 힘들겠거니'등의 생각을 갖지만 이게 전체적인 문제인지, 내 주변에 한한 문제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때문에 뉴스라든가 국가 관련 사이트에 들어가면 연월 단위로 통계가 집계되어 발표한다. 그것을 대대적으로 발표하지 않지만 찾아가면 의외로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통계는 현상에 대한 판단기준을 단순화하는데 탁월하고, 결과를 근거하여 다양한 정책을 실행한다. 결정된 정책들은 우리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통계가 가진 장점은 명확하다. 그렇다면 통계는 항상 올바르게 측정될까?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걸까?



# 우리가 체감하는 실업과 정부에서 내놓는 실업률 어느 게 맞는 거야?


한국의 실업률은 2019.04 기준 4.4%이다. 여기서 청년층 실업률은 11.5%이며 고용률은 66%이다. 4.4%면 사실상 완전고용형태로 본다. 이직을 하는 동안 생기는 텀이 있기 때문에 4%대의 실업률은 사실상 거의 모든 사람들이 취업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면 그 말은 거짓인 것처럼 보인다. 그나마 주변에 있는 젊은 층은 취업을 대부분 했지만,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일용직 하루 일당으로 사시는 분도 있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도 적잖이 보이기 때문이다.

링크: e-나라지표

http://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063



# 한국에서 말하는 실업률 기준


사실상 지금의 한국은 일본 버블 시기의 고용상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매우 낮다. 그럼에도 이런 집계가 나오는 이유는 실업률을 측정하는 기준을 국제기준으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함정은 또 있다. 고용률이 66%밖에 안된다고 하면서 실업률은 4.4% 라니 아무리 봐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둘의 차이점은 각각 수치를 산정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 고용률 = 총 취업자 / 노동 가능 인구(15세 이상 인구)
- 실업률 = 실업자 / 경제활동인구 (노동 가능 인구 - 비경제활동인구)


둘의 분모가 묘하게 다르다. 그렇다 경제활동인구에서는 노동 가능 인구에서 '비경제활동인구'를 뺀 것이다. 그렇다면 비경제활동인구는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일까? 바로 여기에 통계의 함정이 있다.



# 비경제활동인구는 대체 누구를 말하는 거지?


비경제활동인구는 말 그대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인구를 말한다. 여기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주부, 의무 군인, 취업 포기자, 취업준비생 등이 포함된다. 노동능력이나 노동 의사가 없는 인구를 비경제활동인구로 본다는 것이다.


한국의 현재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은 얼마나 있을까? 뉴스를 보니 대략 54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 거 같다. 이 사람들은 모두 실업자가 아니다. 비경제활동인구 이기 때문에 실업률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실업률이라는 용어를 이해하다 보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이 좋아서 취준생을 자처한 것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생각보다 취준생 생활을 오래 한다는 점에서 통계상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는 공시생(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이다. 2018년 기준 44만 명으로 추정되는 공시생의 이들 역시 실업률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중에는 직장을 다니면서 준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해마다 공시생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통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 기준에 따라 달리 집계되는 통계의 문제점


한국의 인구를 100이라 해보자. 이중에 15세 이상의 인구가 90명이고, 취업자가 60명, 그래서 고용률은 60/90 = 66.67% 가 나온다. 그럼 나머지 30명은 비취업자가 되는 것인데, 이대로 계산을 해보면 실제로 일을 안 하는 사람은 다음 식과 같다. 


30(비취업자) / 90(15세 이상 인구) = 33% 


그런데 비취업자 중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는 인구가 10명이라고 치자. 그러면 통계수치는 다음과 같이 조절된다


(30(비취업자) - 10(비경제활동인구)) / (90(15세 이상 인구) - 10(비경제활동인구))

: 20 / 80 = 25%


분모에 따라 발표할 수 있는 수치가 전혀 다르게 추산된다. 이런 상황은 통계를 모르는 사람이 보면 25%만 본 후 '생각했던 것보다 작네'라고 생각하고 취업난이 심각하지 않을 거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상은 훨씬 심각한 것이다. 


모든 통계 분석에도 적용되는 교훈은 가장 정밀한 측정치들과 계산 값들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상식에 반하지 않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 <벌거벗은 통계학> 중


그들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팩트를 기반으로 해서 진실을 가리는 경우가 제법 보인다. 방금의 사례가 그중 하나라 생각한다. 25%를 보여주느냐 33%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체감도, 거기에 따른 정책도 전혀 다르게 변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것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면 우리의 삶은 팍팍한데, 누군가 볼 땐 실업률도 낮은데 '재들은 왜 취업을 안 하는 거야?'라든가 더 나아가 '재들은 노력하지 않는 거 같아'라는 식의 대우를 받게 되고 갈등은 점점 커져가게 될 것이다.




우리가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이 같은 진실을 올바르게 보고 현상을 제대로 파악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다. 누군가가 들이미는 수치가 정당한 것인지 상식선에서 판단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수치가 올바른 것인지를 점검할 방법을 알아야 한다. 올바로 알아야 올바른 대책이 서고 해결방법을 세울 수 있다. 거짓을 알고 믿을 경우 우리의 행동은 어긋날 수밖에 없으며, 그에 대한 보상이나 피해는 누구도 보장해 주지 않는다.


공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자 생존이다. 통계학은 수학이고 수학은 머리 아프니까 저리 던져두자 라는 생각보다, 조금씩 한 발짝 한 발짝 밟아 나가면 된다. 나 역시도 수포자였고, 여전히 통계라든가 수학은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상기하고 레벨업 하기 위해 틈틈이 공부한다. 어떤 대단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공부하는 것도 아니다. 어느 기업을 살펴볼 때, 그 기업의 재무제표를 본다거나 매출액과 영업이익, 투자를 보고 그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갸늠하는 간단한 것부터 시작한다. 잘 모르면 인터넷 누군가가 쓴 글에서 도움을 받기도 한다.


포기하는 것보다 끈질기게 붙잡는게 중요하다. 꾸준히 보고 관심 및 학습하다 보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다 어느 임계점이 넘으면 그 기술을 기존에 가진 기술과 융합시켜 나만의 색깔을 가지게 할 수 있다. 때문에 학습은 꾸준히 해야 하는 것이며, 학습의 기본인 독서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 생각한다. 통계에 관심이 간다면 <벌거벗은 통계학>을 보면서 통계가 어떻게 활용되고, 어떤 방식으로 오류가 점철되는지 한번 살펴보자. 많은 통찰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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