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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May 31. 2019

신한카드가 말하는 초개인화 서비스

빅데이터가 유행어가 되기 몇 년 전, 일부 기업은 빅데이터를 가지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그때 카드계에서는 신한카드가 빅데이터를 분석해 보다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이야기했었다. 그리고 마땅한 소식이 없어 잊고 있었는데, 최근에 읽은 <DBR 272호>에서 그들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었다. 그들은 빅데이터 분석을 넘어 초개인화 프로젝트를 통해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하고, 실험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와 있었다.


초개인화 프로젝트를 이용해 취향과 상황에 따라 다른 할인과 이벤트, 혜택을 앱으로 전달한다. 이전과 다른 점이라면 개개인을 분석한 것을 활용하여 서비스 역시도 개인화에 맞춰진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카페 할인 쿠폰을 전달하려 하는데 A라는 고객에게는 출근시간에, B라는 고객은 점심시간에 주는 것이다. 이전이라면 줄 때 다 같이 주고 '알아서 써'같은 방식이라면, 이제는 유저의 소비패턴을 보고 해당 시간과 공간에 적합한 쿠폰을 선물하는 샘이다. 그들은 개인 단위의 자잘한 요소까지도 추출하여 활용하고 있으며 내부 데이터뿐 아니라 외부 데이터, 예를 들어 날씨나 요일, 외부적 변수와 구매 맥락까지 고려해 반영하고 있다.


이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커피 1000원 할인이라는 똑같은 쿠폰이라 하더라도 어떤 때는 '오늘 커피 한잔 어떠세요'같이 부드럽게 전달하는가 하면, 어떤 때는 '이 쿠폰 오늘 안 쓰면 손해입니다'와 같이 단도직입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고객의 취향에 따라 적절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설계한 것이다.



이전과 달라진 서비스


과거에는 '고객들이 가장 좋아할 서비스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고객들의 공통분모를 추출해 하나의 군집으로 나눠 그 고객들에게 같은 시각, 같은 쿠폰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서비스를 '어떻게' 해야 최대한 많은 고객이 사용할까?로 바뀌었다. 이는 일대 반향을 일으켰다. '고객 A는 무엇을 필요로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 것이다. 예를 들면 A라는 고객이 음식점에서 결제를 했다면 인근에 있는 카페의 할인 쿠폰을 추천하는 식이다. 개인을 특정 카테고리에 포함시키려 하는 것 대신 개개인의 행동 맥락을 알고리즘이 파악하게 하는데 중점을 둔 것이다. 이런 것들이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머신러닝이다. A라는 사람은 어디에 거주하는지, 어디에서 일을 하고 주말에는 주로 어떤 생활 패턴을 갖는지 기계 학습을 시켜 분석한 것이다.



# 넷플릭스의 개인화 작업


개인화하면 떠오르는 기업이 바로 넷플릭스이다. 넷플릭스는 사용자에게 영화를 추천해주는 프로세서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콘텐츠 플랫폼이다. 그들은 크게 2단계로 나뉘어 영화를 추천한다.


1) 태깅

새 영화가 나오면 어떤 영화인지 꼬리표를 달아두는 샘이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하다 보면 보이는 해시태그와 비슷한 것이다. 아직까지는 태깅을 하는 게 컴퓨터보다 사람이 더 잘하는 터라 사람이 직접 달아주고 있는데, 이들을 '편집 애널리스트'라 부른다. 하루 종일 콘텐츠를 시청하고 태깅하는 일을 맡는다.


2) 매칭

태그 된 영화를 사용자의 취향과 특성에 맞게 자동으로 추천해준다. 심지어 트레일러나 썸네일도 여러 종류를 만들어 사용자에 따라 알고리즘이 선택해 보여주고 있다. 로맨틱 영화를 많이 본 사람에게는 '굿 월 헌팅'의 남녀 주인공이 다정하게 머리를 맞대고 속삭이는 장면을, 코디미 영화를 많이 본 시청자에게는 조연으로 등장하는 코미디언 로빈 윌리엄스의 익살스러운 표정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새로운 알고리즘이 만들어질 때는 A/B테스트를 진행하는데, 이 테스트도 인간이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놀랍다. 'contextual bandit'이라고 하는 일종의 머신러닝 과정을 통해 자동 진행된다. 이마저도 사람의 손을 쓰기보다는 기술의 고도화를 이뤄낸 그들의 노력이 가히 놀랍기만 하다



# 그들이 최근 심혈을 기울이는 것, 메시지


상황에 따라 적절한 말을 건네는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신한카드에서는 빅데이터를 통해 초개인화를 진행하고 있지만, 그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공감대가 형성될 메시지를 보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똑같은 쿠폰이라 하더라도 어떻게 전달되느냐에 따라 기분이 달라진다. 그래서 어떤 메시지를 전하느냐도 중요하겠지만 언제 보내느냐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들은 5가지 행동경제학 기법을 선택하여 분류를 했다. 5가지 행동경제학 기법은 다음과 같다.


기법 1. 노력: 노력이 들어간 과정을 알게 되면 더 호감이 간다
기법 2. 심리적 회계: 수입과 지출을 머릿속으로 계산한다
기법 3. 공감 격차: 감정적일 때와 이성적일 때 결정이 다르다
기법 4. 소유 효과: 내가 소유하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기법 5. 사회적 규범: 집단 내 군중심리에 따른다


이렇게 각 기법을 적용하여 하나의 메시지를 5개의 분류로 나눠 맞는 텍스트를 써둔다. 가령 1만 원 결제 시 2000원 할인 쿠폰이 있을 때, '노력'기법일 경우 '당신을 위해 지난해부터 준비했어요'와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들은 이것들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무작위로 선발된 59만 명의 가입자를 대상으로 동일한 오퍼를 보내되 조건을 18가지(6가지 메시지[일반 메시지 + 5 기법] x 3가지 타이밍[각각 다른 날짜를 선택])로 달리 만들어 메시지를 보내 실험한 것이다.



# 실험을 통해 알아낸 것


기법 5가지의 반응은 일반 메시지(1만 원 결제 시 2000원 할인 같은 문구)보다 모두 좋았다. 특히 1번인 노력형이 무려 7%나 높은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결과물을 좋아하는 북미형 사람들과는 달리 한국사람은 중간 과정을 중시하고 보상보다 기업이 열심히 노력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 더욱 효과적임을 밝혀냈다. 또한 날씨나 주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노력. 사회적 규범, 공감 격차'형의 경우 10% 이상 반응률을 보였으며 날씨가 맑은 날은 도리어 감소하고,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은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이를 통해 알아낸 것은 한국인은 바쁜 일상에서는 효과가 미미하는 점, 하지만 일상에서 벗어나는 특수상황에서는 행동경제학 효과가 나타는 것을 확인했다. 주말이나 금요일의 긍정적 감정, 또는 미세먼지 때문에 생기는 부정적 감정은 모두 행동경제학 효과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즉 한국에서는 일상을 벗어나는 상황이 생겨야만 비합리성이 관여하는 행동경제학이 효과가 있음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그리고 젊은 층보다는 4050대의 남성이 가장 격한을 보였다는 것은 의외의 결과였다. 반대로 2030은 미지근한 반응이다. 사회의 주목을 받는 20~30대에게는 각종의 마케팅에 노출되어 있는데 반해, 4050대 남성들에게는 사회적 관심이 덜해서 그런게 아닐까 추측되고 있다.


빅데이터는 이제 맥락적 사고에 다가가는 중이라고 이해해도 되는 걸까? 신한카드 이중재 부부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예전에는 기업이 고객에게 혜택을 쫙 뿌리고 알아서 쓰라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점점 고객 각자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소비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 사람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고민의 폭이 넓어져야 한다. 그래야 차별점을 발견할 수 있다. 누가 이런 요일, 이런 날씨를 좋아하는지 알아내면 그에 맞는 메시지가 나가야 한다. 이런 것들을 시스템화하는 것이 초개인화다.




이런 기사를 보면 한편으로 생각이 드는 것은 바로 보안과 개인 사생활 노출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두 분류로 나뉘는 거 같다. 누군가는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여 거부감을 드러내는 반면, 누군가는 이 상황을 즐긴다. 어느 쪽이 맞다 아니다를 판별할 순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기술의 발전될수록 개인에게 필요로 되는 것을 더욱 잘 찔러 넣어 줄 것이고, 우리는 여기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다는 것이다. 이런 발전이 불편하다고 해서 내일부터 카드를 쓰지 않는다거나, 현금만 사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거나 불편을 사서 해야 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런 것들이 염두가 된다면 광고나 소비에 흔들리지 않을 뚜렷한 주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게 부각되리라 생각한다. 무엇을 선택하든 개인의 자유겠지만.


한편으론 이렇게까지 발전한 신한카드에 대한 존경심이다. 기술 불모지인 한국에서 빅데이터를 이용한 꾸준한 분석, 그리고 맥락적 사고를 바탕으로 분석해 고객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면에서 그는 무엇을 중요하게 봐야하는지 잘 이해하고 있는듯 보였다. 처음 신한카드가 빅데이터를 가지고 뭔가를 한다고 할 때에는 반신반의 했었는데, 이제는 그들의 행보가 궁금하다. 앞으로는 어떤 서비스를 만들지, 그리고 어떤 미래를 우리에게 보여줄지.




참고:

- <DBR No.272: 신한카드 '초개인화' 마케팅 프로젝트> - p.76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90343924

- 신한카드, 빅데이터·AI 접목한 카드로 차별화

https://www.mk.co.kr/news/special-edition/view/2018/03/183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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