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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May 15. 2020

자유를 생각한다

우리는 늘 어떤 루틴 속에 살고 있다. 직장인을 예로 들면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회사 근처에 편의점을 들려 간단히 때울 아침을 사고, 회사 문턱을 넘어 자리에 가 사 온 음식을 먹으며 컴퓨터를 바라보고, 이메일을 체크하며 그날 할 일을 생각하는. 개인마다 그리고 날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큰 관점에서 보면 비슷해 보이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회사를 왜 다니나?라고 묻는다면 대부분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듣는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정해진 시간에 퇴근한다. 몇몇 회사는 하루 성과를 상세하게 관리하는 곳도 있다. 왠지 숨 막힐 거 같아 보이기도 하다. 한 발짝 떨어져 보기에 그들의 삶은 갇혀있는 것처럼 보인다.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정해진 시간에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 말이다. 구속보다 해방감을 좋아하는 인간의 본능은 여기서 부딪힌다. 무언가 잘못된 거 같다고 생각이 든다.


반대편에는 자유인들이 있다. 남들이 출근하는 시간에 출근하지 않고, 정해진 시간 없이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할 일을 하는 사람들. 다수의 사람은 이런 삶을 동경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가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는 것만큼 매력적인 것도 없으니 말이다. 아니 정확히는 항상 반복되는 루틴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갖는 부러움이라 할지도 모르겠다. 자유인이 자유인을 부러워한 적을 본 적은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가난한 자유인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돈이 있는 자유인을 부러워한다. 그렇다면 이 굴레를 벗어나게 하는 답이 나온다. 경제적 자유를 얻는데 초점을 두는 것이다. 불로소득의 꿈처럼 강렬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불로소득이 이뤄지면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적 자유를 이룬 사람들 중엔 여전히 일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하루키가 그렇다. 정해진 시간에 운동을 하고 글을 쓴다. 엄청난 돈을 벌고 있다는 유튜버들 역시 마찬가지다. 매일 업로드하기 위해선 그만큼 많은 양의 시간을 투자한다. 누군가는 자신의 일을 즐기면서 한다고 말하곤 하지만, 실상을 열어보면 그들 역시도 스트레스받아가며 일하고 있다. 다만 회사처럼 정해진 공간이 아닐 뿐이다.


이쯤에서 진정한 자유라는 것은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자유의 정의가 다를 거라 생각한다. 내 경우에도 자유가 있다고 하면 하고 싶은 일을 더 하는데 온전히 시간을 쏟고 싶지 놀고 싶거나 맛집을 다니고 싶진 않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기 위한 어떤 기초자원을 확보해놓은 상태를 자유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자유가 타인의 시선으로 인해 만들어진 건 아닐까 하는 의심도 있다.


웃기게도 긴 연휴 속에서 오히려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나를 발견한다. 연휴라 하면 공식적으로 쉴 수 있는, 그리고 약속된 월급이 나오는 것이 확보된 상태의 자유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하지 않음을 선택할 권리'같은 거라고 하기엔 진부하고 앞뒤가 맞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왠지 누군가가 이 글을 본다면 하고 싶은 게 그게 맞는 거니? 라며 되려 질문을 받을만한 말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생각해보면 자유란 구속과 함께 있을 때 의미가 잘 발현되는 거 같다. 자유인이 자유인을 부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자유인에게 자유란 공기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없으면 숨 막힐 거 같이 답답하지만 널브러져 있으면 아무런 관심을 가지지 않는 그런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공기가 없으면 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공기가 소중하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매번 공기에게 고맙다고 말하진 않는다. 배고플 때 음식을 먹어야 맛있는 것처럼. 그렇기에 적당히 구속되어 있는 상태를 '그리 나쁘진 않네'라는 결말로 도달한다. 그 속에서 자유를 느끼는 게 널브러진 자유를 만끽하는 것보다 더 즐겁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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