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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Aug 10. 2020

인류 역사는 회사의 성장과 닮았다

<사피엔스> 책에선 크게 4가지로 분류된다. 인지 혁명, 농업혁명, 인류의 통합, 과학혁명. 오랜만에 이 책을 다시 보면서 이 4가지가 기업의 성장과 다르지 않음을 실감했다. 



# 첫 번째, 인지 혁명


인지라는 것은 무언가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가령 눈앞에 의자가 있으면 의자가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을 말한다. 눈앞에 있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사람은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힘을 가졌다. 그리고 몇몇은 이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까지 한다. 인류를 화성으로 보내겠다던 앨론 머스크의 계획은 처음에는 허무맹랑하게 들렸지만 지금은 그를 보며 이전처럼 비웃지 않는다. 하나하나 착실히 이뤄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금은 없지만 미래를 상상하는 것, 그리고 만드는 능력은 사피엔스의 능력 중 하나다. 


이를 개인이나 기업으로 빗대어보면 계획과 많이 흡사함을 알 수 없다. 사업계획이라는 것은 지금 하고 있지는 않지만 자원을 활용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개발하는 것을 말한다. 개개인의 계획도 마찬가지다. 운동을 목표삼는 것은 건강과 체력을 길러 일상생활을 좀더 여유있게 보내기 위함이다.



# 두 번째, 농업혁명


농업은 수렵에 비하면 턱없이 효율이 좋지 못했다. 노동과 시간을 충분히 투입해도 거둘 수 있는 생산량이 수렵활동에 비하면 턱없이 적었다. 또한 자연재해나 야생동물, 강탈로 인해 망칠 수 있기에 위험부담도 컸다. 생산기간도 길다. 적게는 2~3개월부터 길게는 약 1년을 바라보아야 한다. 이래저래 수렵활동보다 여간 손해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으로 인해 인류가 크게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농업은 일종의 투자와 닮았다. 씨앗을 뿌려두고 관심을 갖고 키우는 것과 비슷하다.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모든 투자가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고 하는 것은 오만에 가깝다. 실질적으로 투자는 운의 영역에 가까우며,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하지 않으면 항상 지금 수준으로만 살 게 된다. 혁명을 일으킬 어떤 것도 생산해내지 못한다.


또한 농업은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과도 닮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은 농사법을 개발하게 되고 더 다양한 품종을 심는다.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시스템을 하나 둘 구축하다보면 더 좋은 방향으로 점점 발전하게 된다. 꾸준히 발전된 기술이나 시스템은 어느덧 서로 다른 종류의 시스템을 융합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간다. 그런 시도가 때론 훨씬 좋은 성과를 내기도 한다.



# 세 번째, 통합


농업문명이 시작되고 나서 인류는 단체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조직을 운영하고 국가를 세운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는 잉여생산물이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농사를 짓게 되면 다른 일에 전문가가 생길 수 없다. 누군가 농사를 짓는 동안 외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전문 군인이 생기는 것처럼 저마다 가진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된다.


인류의 통합은 국가와 종교를 만들고,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질서를 창조한다. 서로 돕게 되고 더 높은 발전을 이룩하려 노력한다. 회사 역시 마찬가지다.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회사는 자원의 활용도나 재활용성이 매우 낮다. 그러나 인프라가 점점 갖춰지면서 같은 일에 효율성이 붙는다. 이로인해 노력은 줄어들고 정보를 빠르게 취득,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해서 남겨진 시간을 더 나은 시스템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도전한다. 혼자서 a-z까지 모든 일을 맡는 것보다 각 분야별로 전문가가 맡는 게 더 효율적이다. 분업화의 탄생이자 인류의 발전이 시작되는 것이다.



# 네 번째, 과학혁명


과학혁명은 모르는 것을 밝혀내는 단계이자 기술혁신이 일어나는 단계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 새롭게 발견된 사실을 다시 재적용, 활용하면서 더 높은 단계로 이르는 것을 의미한다. 과학혁명이 일어나기 위해선 충분한 자원이 지원되어야 한다. 정치 경제적 지원이 충분하지 않으면 사실상 새로운 것을 개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것은 마치 당장 먹고사는 것이 급한 사람에게 공부하라고 윽박지르는 것과 같다.


청동기 시절, 더 강한 철기가 나오는 부족이 나오면 다른 부족은 멸망했다. 지금은 피 튀기는 살육전은 없다 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싸움은 지속되는 편이다. 때문에 기업은 핵심기술과 노하우에 투자하여 더 높은 격차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삼성전자는 이미 반도체로 전 세계 1위지만 2019년엔 영업이익의 70%가량의 돈을 재투자했다. 돈이 많아서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의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하는 선택이자 투자인 것이다.


소비자는 더 나은 상품을 갈망한다. 종종 충성고객이 사주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것도 몇 번 거듭되다 보면 어느 순간 돌아서게 된다. 기업이 새로운 먹거리, 혹은 기술의 고도화를 추구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이자 모습이다.




인류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신체적으로 열악하지만 인류는 꾸준히 성장했고 마침내 지금 수준까지 다다랐다. 성공하는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다. 성공한 기업들 역시 지금의 자리에 위치하기 위해 수많은 고비를 넘겨야만 했다. CEO와의 인터뷰들을 보다 보면 그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운이 좋았다'라고.


그러나 운에만 모든 것을 기대하고 아무것도 안 한다면 그런 기회는 영영 오지 않는다. 효율이라곤 바닥 수준인 농업도 꾸준히 개량한 결과 마침내 만족할 수준의 식량을 얻을 수 있었고, 그것을 계기로 인류는 번창할 수 있었다. 농업을 처음 시도한 사람들은 이런 미래를 상상할 수 있었을까? 아마 그해 먹이를 확보하는 것에만 온 신경을 썼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은 우연을 넘어 지금 발전에 필연적인 역할을 해냈다. 회사 역시 마찬가지다. 이렇게 보면 거대한 흐름이라는 것은 정말 존재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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