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에 오래 있었음에도 딱히 리더 역할을 한적은 없다. 짧게는 그런 일이 있긴 했지만 프로젝트 단위로 잠깐 만난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그리 중요하게 생각한 적이 없다. 그래서 도서를 봐도 내가 관심 있어하는 분야나, 혹은 내가 하고하고 있는 일과 연관된 서적을 보곤 했다. 그러다가 최근에 팀 문화, 리더십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학습하고 있다.
어쩌다 삼국지를 다시 해석해주는 유튜브를 보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유비와 조조야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인물에 대한 평도 정해져 있었는데, 거기서 해석하는 것은 전혀 다른 생각을 들게 했다. 유비든 조조든 자기 세력이 약한 타이밍이 분명 있었다. 그것도 강한 세력들 사이에서 몇번의 위기를 이겨내며 전쟁터에서 몇십 년을 구르고 구르면서 살아남았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계속 변화시키고 있었다. 상황과 영향력에 따라 나를 변화시킬 줄 아는 변신의 귀재였다.
내 분야는 어느 정도 전문성을 요구하다 보니 기술을 추구하고 관리를 원하지 않으며 일하던 방식을 쭉 유지하길 바라는 사람이 제법 있다. 삼국지에서도 비슷한 인물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조조나 유비가 되지 못했다. 그들은 한순간 강한 힘을 갖게 되었을 때도 활용하여 넓히기보다는 현상유지를 하길 바라거나, 눈치만 보다 멸망하거나 사라졌다.
'젊은 친구들은 못 당해내'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땐, 그들보다 노련한 사람이 더 유리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젊은 사람들은 시간이 무기다. 당연히 학습을 할 땐 경험이 있는 사람이 유리하지만 결국 시간을 이길 수 있는 장사는 아무도 없다. 젊을 때는 효율성을 보고 따지는 게 아니라 이것을 반드시 내 것으로 소화시키겠다는 각오로 들이대기 때문에 시간을 크게 따지지 않는다. 그게 무서운 것이다. 반대로 그렇게 투자하지 않는 젊은 사람은 전혀 무섭지 않다. 그렇게 하다가 이 업계를 떠난 사람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그 영향이 있어선지, 아님 개인적 욕심 때문인지 나는 적지 않은 시간을 기술에 투자한다.
하지만 나 역시도 어느 순간이 되면 변신을 해야 할 타이밍이 있겠구나 싶었다. 최근에 팀 문화와 리더십에 관련 서적이나 학습을 많이 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호기심에 시작한 것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큰일을 도모하기 위해선 팀플레이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은 한계가 있기에 함께하면서 그런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결국 나도 조조나 유비처럼 어느 순간엔 변신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 리더십 공부를 한다. 언제나 그렇지만 나는 이런 공부를 먼저 하라고 지시받아서 한 적이 거의 없다. 하다 보니 '이게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까지의 기술공부도 그랬고, 글쓰기, 책 읽기도 그랬다. 나는 운이 좋은 편이라 생각한다.
이것은 선행학습과 닮았다. 기회라는 것은 어느 순간 찾아오지만 그것을 잡아낼 수 있는 것은 그 순간 내가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가에 달려있다. 비록 규모가 있는 팀장이 아닌 일개 파트장이라 하더라도 사람과 함께 일하는 방법, 사람에게 동기부여를 주는 방법, 팀을 고양시키는 방법, 좋은 문화를 갖기 위한 선행조건 등을 미리 학습할 수 있었다.
기회는 찾아오는 게 아니라 틈이 보이는 곳을 찾아 비틀고 헤집어 파고들어가야 한다. 사실 이것은 전장의 전술이다. 그런데 나는 이 말을 듣고 정말 무릎을 탁 쳤다. 기회가 거저 오는 경우는 없었다. 조그만 틈이라도 파고들을 수 있는 용기와 과감함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평소 날을 벼려두어야 한다. 그래야 기회가 왔을 때 찔러 틈을 벌리고 내가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내게 리더십과 팀 문화 공부가 그렇다. 언젠가 반드시 써먹을 때가 온다고 생각한다. 그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자잘한 실험을 하면서 레퍼런스를 쌓는 것, 그리고 꾸준히 학습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