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큰돈에 예민하다. 반대로 작은 돈에는 상대적으로 무심하다. 또한 한번 사는 상품에 대해선 심사숙고 하지만 매일 사는 상품에 대해선 무심하다. 간단한 예로, 30만 원짜리 모니터를 살 때는 심사숙고 하지만 장을 볼 때 10만 원 정도는 상대적으로 덜 신중하다. 장을 일주일에 한 번씩 본다고 하면 한 달만 모으면 30만 원짜리 모니터를 살 수 있는데 말이다.
<프레임> 책에서 나온 흥미로운 실험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어느 쇼핑몰에서 100만 원짜리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1시간 떨어진 매장에서 3만 원 할인해 준다고 했을 때와, 5만 원짜리 상품을 1시간 떨어진 매장에서 3만 원 할인해준다고 할 때, 다수가 전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후자는 참여했다는 것이다. 아주 '귀한 돈'이라는 표현까지 쓰면 말이다.
사실 둘의 가치는 완전히 같은 것이다. 다른 것이라면 딱 하나다. 바로 비교가치다. 100만 원에서 3만 원은 3% 정도 차이밖에 안된다. 그런데 5만 원에서 3만 원은 60%가 넘는 할인율이다. 전자는 별거 아니지만 후자는 거저 얻는 느낌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둘 다 같은 금액인데 말이다.
이런 현상은 일상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특히 쇼핑에서 이런 심리를 자극한다. 작게는 구독 서비스가 그렇다. 실제로 사용하는 양에 비해 만원도 하지 않는 구독 서비스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해지하지 않는다. 이런 것이 1~2개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여러 개 쌓여 있다면 분명 재고할만한 사안이다. 재무상담을 할 때도 가장 먼저 점검하는 것이 매달 무의미하게 나가는 돈을 자르는 것부터 시작한다.
사람의 심리는 참으로 오묘하다. 내가 별일 아닌 것에 일조해서 일하는 것에는 기꺼이 한다. 하지만 회사나 돈을 받는 일을 할 때에는 행동 하나하나에 인색해진다. 일 좀 더 해주는 것이 왠지 나만 손해 보는 것 같고, 호구가 된 느낌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회사에서 쇼핑하며 적당히 시간 보내는 월급루팡 짓을 잘하는 짓처럼 치장한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혹은 가만히 있어도 돈이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야 말로 손해다. 일이든 공부든 그 시간에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조건일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자기 계발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일이 끝나고 영어공부를 한다는 것이, 헬스장에 간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인내를 갖게 하는지 말이다.
내 시간을 진정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주어진 시간에 내 할 일을 잘 끝내는 것이 가장 좋다. 여유가 있다면 다음 일을 위해 미리 준비하는 습관을 갖는 것도 추천한다. 회사일이라는 게 제시간에 일을 끝내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타인에게 안 좋은 소리가 나올 구실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반대로 남는 시간을 조금씩 할당해서 일을 조기에 끝내 둘 수 있다면 다음 일을 할 때도 훨씬 여유롭게 일을 대할 수 있다.
공돈에 의미를 두는 사람은 저도 모르게 낭비하는 시간에 대해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생산성이 좋은 사람, 일을 잘하는 사람은 버려지는 시간을 무척이나 신경 쓴다. 더 효율적으로 쓰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이 자기 시간을 가장 가치 있게 쓰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타인을 대할 때도 나타난다. 내 시간을 귀하게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은 타인의 시간에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일을 던진다. 그러나 내 시간을 귀하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상대방의 시간도 소중한지 알기 때문에 일을 주어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사전에 정리해서 줄줄 안다. 결과적으로 이런 사람이 많은 조직일수록 커뮤니케이션에 사용되는 암묵적 비용이 줄어들고 본연의 가치에 집중할 시간을 벌어준다.
오늘도 아무렇지 않게 버린 시간이 있는지 한번 떠올려 보자. 그런 시간이 있었다면 다음부턴 그 시간을 주워서 가치 있는데 써보자. 그게 나의 가치를 올리는 가장 쉬우면서 바로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이다.
참고:
책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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