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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Sep 11. 2020

여행과 도전의 닮은 점

좋아하는 가수가 한 명 있는데, 오랜 기간 동안 고민하던걸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고 선언했다. 고민 내용의 핵심은 도전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것. '에이 그게 무슨 고민이 돼? 당연히 해야지'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사정이 그리 녹록친 않았다. 처음이라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도전이란 말로 포장해 시작했겠지만 비슷한 경험을 몇 번이나 했던 사람이기에 다시 해보는 게 진정 좋은 걸까 고민하는 것이다.


초심자의 행운이란 게 있다. 도박판에 처음 입문한 사람은 대부분 돈을 딴다는 일종의 미신 같은 것이다. 그것을 몇 번 경험해보면 더 이상 초심자라 부를 수 없게 된다. 과거 실패경험이 선택을 망설이게 된다. 흔히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지 않는 삶을 산다고 하는데, 그러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게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도전이 항상 아름답지 않다는 것도 안다.


우리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를 이전에 없는 새로운 곳에 데려다 놓기 때문이다. 평소 싸지도 않는 짐을 생각하고, 묵을 숙소를 고르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며, 그곳에 어떤 경험을 할까 상상한다. 이 모든 것은 이전에 없는 새로운 경험이다. 그런 면에서 도전은 여행과 닮았다. 모든 것이 낯설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행에서도 익숙함을 발견한다. 옆집에서 키우는 화단에 꽃을 여행지에서 다시 발견하게 됐을 때 그 앞을 항상 무심코 지나가던 내가 왠지 그 순간만큼은 그 꽃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는다. 비슷하지만 다른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여행의 묘미다. 


도전은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다만 이 풍요라는 것이 정신적인 자극을 많이 준다는 의미지 그 자체가 즐겁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과정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우게 된다. 이 모든 게 여행과 닮았다. 여행 역시도 짐 싸고, 이동하고, 밥 먹을 때마다 찾아봐야 하는 번거로움을 기꺼이 감내한다. 즐겁고 낯선 곳에 와있다는 감정 하나로 이 모든 것을 이겨낸다. 도전 역시 이와 닮았다. 하지만 도전은 힘든 것이고 여행은 즐거운 것이 된다. 도전은 평가가 있지만 여행엔 평가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삶은 여행의 연속이다. 그리고 종종 돌아보면서 평가하고 반성한다. 이 과정을 생각하면 도전역시도 충분히 즐길거리가 될 수 있다. 성취를 했다면 성취의 만족감이, 실패를 했다면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실패는 괴로운 것에 가깝지 그것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기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나 여행에 가면 우린 수시로 실패한다. 비가 왕창 내린다거나, 가고 싶은 매장이 문을 닫는 거나 등. 그러나 이것을 그리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다. 그냥 일상의 한 이벤트거리쯤으로 생각한다.


도전 역시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항상 의미 있는 도전 말고 때론 별 의미 없어 보이는 것에도 시도해보고, 실패도 자주 맛보다 보면 도전 역시도 여행처럼 낯섦의 연속을 맞이할 수 있을지 모른다.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라는 말처럼 도전은 우리 삶 중 하나의 여정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배는 안전하다. 그러나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



무엇에 도전할까 다시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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