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비에 둔감한 사람이다. 그래도 마케팅은 잘해보고 싶어 관련 서적을 꾸준히 사서 보거나 인터넷 글을 보며 학습한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예전엔 마케팅을 사람을 속이고 사리사욕을 채우는 나쁜 학문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다 어느 날 관점 디자이너 박용후 님의 책인 <관점을 디자인하라>를 보고 나서는 관점을 바꾼다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 것임을 깨달았다. 생각해보면 게임으로 점철된 인생을 살았던 내가 자기 계발을 시작하게 된 이유도 관점을 바꿨기 때문이다. 관점이라는 것은 때론 사람의 운명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마케팅과 무슨 상관이냐고? 상관있다. 좋은 상품을 알아보도록 도움을 주는 것, 그것이 마케터의 선한 영향력이라 생각한다. 내가 자주 쓰는 칼이 있는데 너무 오랬어 무뎌져 잘 썰어지지 않는다. 그런 칼을 들고 쓰면 쓸수록 손목이 나빠진다. 그럼 내가 만약 칼을 바꾸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칼이면 충분하다는 생각, 그리고 익숙함에서 오는 편리함 때문이다. 이때 나의 관점을 바꿔 새로 산 칼이 더 좋다고 말할 수 있다면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뿐더러 내 손목도 안전해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케팅은 내가 몇 년간 꾸준히 봐온, 그러면서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애증의 관계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마케터라면, 내 직업이 마케터라면 지금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까?
나는 익숙한 것을 쉽게 떼어내지 않는 편이다. 도구에 대한 의존도 낮은 편이고 얼리어답터 기질이 거의 전무하다. 오히려 소비를 좋게 보지 않는 편에 속한다. 그러다 보니 마케터를 머리로만 배웠다. 그러다 어느 날 교보문고에 들러 볼펜을 하나 사게 됐는데, 이전에 쓰던 제품이 없어 새로운 걸 샀다. 그런데 새 펜을 쓸 때마다 묘하게 기분이 들뜬다. 글씨도 잘 써지는 느낌이 든다. 이전까지 적당한 펜을 썼다면 이제는 이 펜을 고집하고 싶어 졌다.
나의 문제점이 뭔지 눈치챘는가? 만약 눈치챘다면 당신은 뛰어난 마케터 소질이 있다. 나는 이것을 써보기 전에 다른펜이 더 나을거란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어떤 볼펜이 나에게 잘 맞을까? 하는 궁금증보다 그냥 이전 것을 쓰는 게 익숙하다고 쓰는 사람이었다. 내가 도구에 나를 맞추고 있는 꼴이었다. 볼펜뿐만이 아니다. 먹는 것도, 노트도 그랬다.
좋은 가치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 이것이 마케터의 기본 소양이라 생각한다. 내가 본 마케팅 서적은 대부분 이 질문이 앞부분에 있었다. 고객의 필요 가치를 만들어 내는 사람. 그러기위해 궁금증을 탑재하여 질문을 할 줄 아는 사람. 그런 면에서 나는 그런 부분이 부족했다.
이런 험난한 세상을 잘 헤쳐나갈 좋은 마케터란 무엇일까요? 마케터는 고객에게 필요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입니다.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세상을 조금 다르게 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다르게 보려면 다른 관점이 필요하고요. 나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차별화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나만의 관점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냥 하는 경험이 아닌, 노력에 기반한 경험이 필요하고, 그 경험들 속에서 다양한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마케터란 경험하고, 질문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자신만의 관점을 가진 사람입니다. - <마케터로 살고 있습니다> 중
나의 경험이 나의 관점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고, 나의 관점이 차별화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낸다. 그러기 위해선 질문을 해야 한다. 기존 관성에 질문을 해야 하고, 더 나은 것은 없을까 질문을 해야 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방법은 성장을 위한 자기 계발과 닮았다.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가 생각나는 순간이다.
참조:
책, <마케터로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