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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Sep 01. 2020

한방에 인생역전 될 기적같은건 없다

만화를 보면 아무 능력이 없다가 어느 날 엄청난 능력을 갖는 주인공을 본다. 그래서 이전까지는 불가능한 일들을 척척 해낸다. 뭔가 엄청난 존재가 돼버린다. 어릴 땐 이런 각성의 순간이 내게도 있을 줄 알았다. 어느 날 슈퍼맨이 되어 몇 단계 업그레이드시켜줄 무언가가.


일전에 어릴 적에 본 슬램덩크를 다시 볼 일이 있었다. 북산과 해남의 경기에서 위기의 순간 3점 슛을 깨끗하게 넣는 신준섭의 모습이 클로즈업되었다. 그때 감독에게서 독백이 흐른다.


슈터에게는 확실히 재능이 필요하다. 중학 MVP를 따낸 정대만에겐 그 재능이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진정한 슈터는 연습에 의해서만 만들어진다. 끝없는 반복 연습만이 슛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신준섭은 그때부터 하루 500개의 슛 연습을 거른 적이 없다.


매일 슛 500개를 연습하는 모습을 한 권 내내 보여준다면 독자는 지루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그래서 앞뒤 순서를 바꾼다. 결정적 순간에 3점 슛을 성공시킴으로써 뒷배경을 설명한다. 여타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노력의 과정을 보여주지 않고 결과를 보여준 후 그 노력의 배경을 설명한다. 그래야 독자가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신준섭처럼 되려면 기다리는 현실은 슛 500개를 매일 연습해야 하는 것이다. 어쩌다 하루 슛 500개 연습하는 건 어려워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해내는 것은 마음 깊은 곳에 무엇을 건드린다. 이것을 과정이자 단계라고 말한다.


세상 모든 일에는 단계가 있다. 그리고 단계를 착실히 올라가야 그다음 단계를 진입할 수 있다. 수천 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는 삼국지 역시 장수나 군사가 어느 순간 잊지 못할 활약을 하며 강렬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평소 그런 실력이나 능력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단계를 단축시키는 방법은 있다. 나의 실력을 기본으로 갖고 있으면서 난세일 경우만 가능하다. 삼국지를 보면 난세이기 때문에 조조나 제갈량, 관우 같은 인물이 탄생했다. 나라가 안정되고 평화로운 상태라면 결코 지금의 후광을 받지 못할 인물들이다. 슬램덩크 역시 마찬가지다. 도저히 희망이 보이지 않던 북산이란 팀은 난세였기 때문에 신입이었던 강백호가 활약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단계를 단축시킨 것이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강백호가 아무리 열심히 한다 하더라도 수년간 실력을 쌓아온 서태웅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때문에 강백호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리바운드를 중점으로 슛 연습 등 조금씩 자신의 역량을 늘렸다. 여전히 서태웅보다 부족하지만 그런 성장단계를 거침으로써 강백호는 자기만의 색깔을 갖게 돈다.


단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나의 수준이 어느 단계인지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또 그에 걸맞은 실력을 꾸준히 키워야 한다. 강백호의 피지컬이 좋지 않았다면 리바운드를 재패하기는커녕 스타팅 멤버로도 활약하지 못했을 것처럼 말이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부터 착실히 끌어올려 단계를 업시켜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것. 역사든 만화든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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