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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Aug 28. 2020

500원짜리 빵파는 가게에서 얻은 배움

동네에 500원짜리 빵을 파는 가게가 있다. 꽤 오랫동안 장사를 한 집이었는데 저렴한 가격 덕분에 많은 인기가 있었던 곳이다. 최근 빵을 잘 안 먹기로 하여 자주 찾아가지 않았다가 엊그제 오랜만에 들렀다. 한동안 공사를 했던걸 알고 있는데, 아마 주인이 바뀐 거 같다.


빵맛은 이전과 많은 차이가 있었다. 좋은 쪽이면 좋겠지만 그러진 않았다. 아마 물가상승 대비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려 하다 보니 그런 결과물이 나온 건 아닐까 생각한다.


가격이 저렴한 것은 매력적이다. 같은 상품이라면 가격이 저렴한 상품을 사는 게 소비자 입장에선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경쟁은 2가지 단점이 있다. 수익에 한계가 있다는 점, 그리고 인플레이션을 견딜 수 없다는 점이다.


매년 물가가 오른다. 물가가 오르지 않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거 같다. 그 가게는 5년도 더 전에 적어놓은 500원 이란 금액을 지켜내고 있었다. 하지만 물가 + 인건비의 상승은 가히 살인적이라 말할 수 있다. 그래서였을까? 맛은 이전보다 많이 부족했다.


가게에도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할 때 말이다. 여기서 핵심은 '좋은 상품'이다. 좋지 않은 상품을 저렴하게 파는 것은 말하는 건 아니다. 좋지 않은 상품을 저렴하게 파는 건 어렵지 않다. 음식이라면 재료를 충분히 넣지 않거나 싼 음식재료를 넣으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파는 것은 어디선가에 혁신이 필요하다. 원가를 절감한다거나, 생산라인을 단순화시키거나 등. 이것을 해내지 못하면 그저 그런 빵집이 돼버린다.


음식을 파는 집의 본질은 맛이 있어야 한다. 대단한 맛집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 기대하는 맛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누구도 500원짜리 빵을 먹으면서 세상에서 가장 맛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500원짜리를 사 먹는 이유는 가성비 때문이다. 이 정도 가격이니까 이 정도면 훌륭하지 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게 중요하다. 


500원짜리 빵이 500원어치 수준의 맛만 한다면 별로 매력이 없다. 비싼 상품일수록 더욱 그렇다. 가격이상의 가치를 주느냐가 소비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한 상품은 점점 매력을 잃게 된다. 급기야 '돈 좀 더 주더라도 맛있는 빵 먹고 말지'라는 생각으로 바뀐다. 그 순간 그 손님은 더는 찾아오지 않는다.


힘들게 유지하는 가게보다 차라리 가격을 조금이라도 올려 맛있게 하는 집이 좀더 전략적이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내놓는 상품의 품질에 확신이 있길 희망한다. 5cm의 빵이 4cm로 작아졌을 때, 빵을 입에 넣었을 때 느껴지는 푹신함이 사라질 때 소비자는 귀신같이 알아낸다.


가격을 올린다는 것은 양해해달라는 정중한 부탁이다. 하지만 어느 날 같은 가격의 빵의 크기나 맛이 달라졌다면 배신당한 기분이 든다. '초심이 변했네' 같은 생각을 하게 한다.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 알 순 없지만 한 가지 짐작컨데 경영이 힘들어서 그런 결정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고객의 마음을 다르게 한다.


차라리 고객이 좀 적어지더라도 자신의 가치를 지키길 바란다. 그게 손님을 위해서도, 주인을 위해서도 좋은 방향이라 생각한다. 가격만 보고 오는 사람은 빵 크기가 작아졌다는 걸 알기 때문에 발걸음을 뗀다. 하지만 맛을 기억하는 사람은 가격이 조금 올랐다고 해서 끊지 않는다. 가격이 아닌 상품을 팔아야 한다. 그게 빵집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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