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연결의 시대다. 이전에도 연결은 끊임없이 생기고 사라졌지만, 인터넷 발전으로 인해 연결이 더욱 빠르게 확장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다양한 SNS 매체들은 사람들의 연결을 쉽게 이어주고 서로 원활히 영향을 주고받는 것으로 발전했다. 그래서 이전에는 소수만 알게 되는 정보들이 쉽게 퍼지기도 하고, 마음이 맞는 사람을 빠르게 찾을 수 있다.
인류발전 계기가 연결이라고 하면 쉽사리 믿을 수 있을까? 자칫 거짓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다. 인간 개개인의 능력은 신체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명확한 한계가 있고 우월하지 않기 때문에 타인과 협력을 해야만 했다. 그런데 문제는 연결은 되는데 어떻게 협상까지 이끌어내느냐 하는 것이다. 타인을 설득하는데 시도해 본 경험이 있다면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서로 처한 환경, 자원의 한계, 이해관계에 따라 제각각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전에 하나 더 염두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누구와 협력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 누구와 협력할 것인가
협력이라고 하면 몇 가지 떠오르는 생물이 있다. 바로 개미이다. 개미는 여왕개미를 통해 끈끈한 혈연관계에 놓여있다. 하나의 여왕개미가 다수의 일꾼들을 만들어내면서 왕국을 형성한다. 서로의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고 각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면서 점점 축적해 마침내 집단이 크게 성장할 수 있다. 그런데 개미는 혁신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들은 하나의 군락으로 성장하여 성공할 순 있었지만 곤충 세계를 지배할 수 없었다. 혈연끼리 협력을 할지언정 타 군단과 협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혀 다른 집단과 협력을 하는 것이 왜 중요할까? A라는 벼농사를 잘하는 집단이 있다. 강 건너에는 B라는 집단이 있는데 큰 동물을 사냥하는데 매우 특화되어 있다. 이들은 날카로운 도구를 만들 줄 알며, 그것을 활용하는데 매우 뛰어나다. 어느 해,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이 들면서 벼농사를 망치게 된다. 굶어 죽을 수 없으니 B집단에게 제안을 한다. 내년 수확물의 50%를 건네줄 테니 사냥하고 비축한 것을 줄 수 있는지. B집단이 흔쾌하게 받아들인다. 만약 B집단도 농사를 잘 짓는 집단이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두 집단 모두 적지 않은 인구가 굶어 죽거나 기아로 허덕였을 것이다.
인류는 서로 전혀 관계가 없었더라도 타 집단과 협력하며 발전해 나갈 수 있었다. 이질적인 것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내것화 하는 작업이 중요한데 매일 보는 집단, 늘 함께 하는 집단에게서 이런 것들을 기대하기엔 발전 속도가 대체로 느리다. 자극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 타인과 협력해야 하는 이유
우리는 손실에 대해 민감하다. 심리학에도 이런 기질을 가리켜 손실 회피 성향(Loss aversion)이라 부른다. 그래서 배신을 당했을 때의 감정이나 기억을 잊지 못하고 치를 떤다. 그래서 더욱 안정적인 것을 찾는 것은 본성에 가까운 행동이다. 우리의 인맥에서 가장 안정적인 것은 무엇일까? 바로 혈연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속담처럼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의 끈끈함을 보여주는 우화나 사례들은 다양하게 퍼져있다. 좀 더 큰 사례로 18세기 후반, 로스차일드가의 다섯 형제는 독일, 영국,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프랑스로 퍼져 각국의 금융업을 시작해 긴말한 협업관계를 가졌다. 이들의 긴밀한 협업은 기업을 넘어 국가를 흔들 정도로 거대한 규모로 성장했으며 250년이 넘게 유럽과 전 세계의 금융을 장악했다. 이런 사례를 보면 '그래도 모르는 사람보다 형제가 낫지'라고 판단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친구의 친구>에서는 흥미로운 사례를 설명한다. 바로 논문에 관련된 이야기다. 브라이언 우치, 스테판 우치, 벤저민 존스는 함께한 연구에서 협업 확대를 통해 파급력 있는 과학 논문이 나오는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1955년~2000년까지 약 2,000만 건의 상호 심사 논문 200만 개 이상의 특허를 수집하여 분석한 결과, 협업으로 일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고(거의 2배), 팀을 이뤄 논문을 작성하는 비율이 약 3배(17.5% => 51.5%)로 늘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어떤 논문이 다른 논문에 인용된 횟수를 보는 것이다. 50년에 걸쳐 공동 저술 논문이 단독 저술 논문보다 훨씬 더 빈번하게 인용됐고, 인용된 공동 저술 논문의 비율도 증가했다.
그들은 누구와 팀을 맺었을까? 바로 이전과 함께 일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놀랍게도 이 결과는 논문이 게재된 저널에 차이를 보였다. 익숙한 상대와 협업한 논문은 영향력이 낮은 저널에서 많이 발견된 반면, 함께 일한 적이 없는 공동 저자들의 논문은 영향력이 높은 저널에 자주 볼 수 있었다.
감정은 혈연이 그래도 더 낫지 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통계적 사례로는 서로 잘 알지 못하는 관계가 더 좋은 효율을 낸다고 이야기한다.
# 성장에는 한계가 없다
수학적으로 보면 1+1=2이다. 그런데 이 샘은 어느 상황에선 개선되어야 한다. 타인과의 협업으로 인한 성장은 3, 4 혹은 그 훨씬 뛰어넘는 수치로 크게 발전할 수도 있다. 여기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 하락 경우 0으로 수렴된다. 즉 손해는 100% 에서 더 이상 늘어날 수 없다. 그런데 상승은 100%를 초과할 수 있다. 한계가 없기 때문이다. 간혹 지나치게 상승하여 다시 내려오는 국면을 바라보곤 하지만, 그것은 실질적 가치에 비해 너무나 튀어올랐기 때문이지 그것 자체가 손해는 아니다.
위에서 A와 B집단 사례를 들었다. A는 B의 도움으로 인해 위기상황을 잘 모면했을 것이다. 그러나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한번 이어진 연결은 서로의 기술이나 노하우가 교환되면서 도구를 개선하고 질 좋은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게 된다. 시작은 조촐하게 했을지언정 그들의 성장력은 단순히 1+1 이 아닌 그 이상을 가져오게 된다.
인류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한 셈법에서 벗어난 성장폭에 그 비밀이 있지 않았을까 짐작되는 부분이다. 어디까지 뻗어갈지 모를 성장 가능 곡선에 유일하게 올라탈 수 있었던 것은 지구의 전 종족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유일했고, 성장을 거듭하여 생존의 위협에서 벗어나 지구를 정복할 수 있게 되었다.
인류의 발전 역사를 살펴보면 기업이나 단체가 어떻게 성장하면 좋을지 살펴볼 좋은 롤모델을 발견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냉정한 이타주의자가 되어 타인을 돕고 사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이타적으로 살면 호구라는 소리와 함께 손해 보는 행동을 바보 같다고 손가락질받는다. 주위의 이런 시선 때문에 행동에 제한이 생기고 타인을 돕는데 머뭇거리게 만든다. 하지만 서로 돕지 않았다면, 협상과 동맹이라는 개념이 없었다면 지금의 인류발전도 없었을 것이다. 때문에 당하는 호구가 아닌 똑똑한 호구가 되어야 한다. 타인을 먼저 도와주되 나에게 부당한 이익을 준 사람은 이후 거래에서 확실하게 선을 긋는 것이다.
유전적인 사회적 진화에는 냉엄한 법칙이 하나 있다. 이기적 개인이 이타적 개인을 이기는 반면, 이타주의자들의 집단은 이기주의자들의 집단을 이긴다는 것이다. - <지구의 정복자> 중
서로에게 win-win이 될 수 있도록 발전하는 것, 더 나아가 서로 돕고 신뢰할 수 있는 문화 속에 단체가 꾸려지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신뢰할 것인가'와 함께 '누구를 신뢰할 것인가'를 같이 고민해야 한다
참고:
지구의 정복자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3583684
친구의 친구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83986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