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로그를 연지 적지 않은 시간이지만 오랜 기간 동안 방치했었다.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써야 할 어떤 주제를 찾지 못한 것도 있었고, 블로그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전자 때문이었다. 어떤 내용을 블로그에 담아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쓰는 것 자체가 굉장한 스트레스였다. 지금이라고 해서 나아진 건 없다. 여전히 글을 쓸 땐 스트레스를 받고 하기 싫어 죽겠다는 표정을 짓곤 한다. 그럼에도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었다. 쓸 수 있는 주제가 더 많아진 것이다.
# 혼자 하던 활동
처음에는 어떤 컨셉으로 블로그를 하면 좋을까 생각했었다. 직업이 IT 쪽이니까 그쪽을 써볼까 하다가도 현장에만 국한되는 기술이 많았기 때문에 쉬이 쓰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다른 걸 찾다 보니 내가 책을 보고 있다는 사실과 그걸 주제로 쓰면 되겠다 싶었다.
대체로 한 분야에 꽂히면 해당분야 관련된 책만 보는 성향이 있는데 최근에는 자기개발서를, 이전에는 경제와 역사 쪽을 주로 봤었다. 책을 보면서 알지 못한 사실을 알았을 때의 희열을 기록하기 위해 블로그를 했고, 이후 책 리뷰를 쓰는 것으로 바꿨다. 꾸준히 책을 보는 만큼 쓸거리가 나왔고, 얼추 약 320개의 서평을 썼으니 그럭저럭 양의 글을 썼다.
그리고 꾸준히 하기만 하면 뭐든 괜찮아질 거야 라는 생각을 했었다.
# 혼자 하던 활동에서 함께 하는 활동으로
[씽큐베이션] 이란 모임을 봤다. 평소 페이스북으로 팔로우하던 [체인지 그라운드] 그룹을 통해 알게 된 모임인데, 이곳에서 1기를 모집했었다. 들어가기 위해선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12주 동안 매주 1권 책을 보고 서평을 작성해야 하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나로서는 읽은 책에 서평을 쓰는 것이 어느 정도 익숙해진 터라 괜찮겠다 싶어 모집기간에 신청서를 냈고 운이 좋게도 합격했다.
12주 동안 12권의 책을 보고 리뷰를 써야 했다. 내 입장에선 그리 강도 높은 요구조건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전과 같이하면 되겠거니 싶었다. 그런데 1회, 2회, 3회가 지나면서 서서히 위화감이 들었다. 사람들의 글을 보게 되면서 내가 쓴 방식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글을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타인의 글을 염탐했다. 똑같은 책을 읽었는데 서로 전혀 다른 리뷰가 나오는 것을 보면서 책을 다시 펼치게 되었고, 타인의 관점을 다양하게 이해하려 노력했다.
오프라인 모임은 색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2주마다 진행되던 오프라인 모임에서의 토론은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었다.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이들이 모여 토론을 하는데, 나와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흥미와 영감을 동시에 얻었다. 최근에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것도 사실 여기의 영향 덕분이었다.
지난 주말에는 함께 카페에 모여 독서를 했다. 공식 모임은 아니었지만 모여 서로 각자의 책을 보는 시간을 가졌다. 평소에도 책을 보기 위해 혼자 카페를 이용하지만, 그날은 같은 공간에 함께 책을 읽는다는 소속감을 느꼈다. 당시 읽고 있던 <생각의 탄생>을 단숨에 읽어버렸다. 혼자서 있었다면 적당히 읽다가 집중이 안된다는 핑계로 2~3일은 더 들고 다녔을지도 모를 책을 말이다.
# 함께하면서 달라진 점
블로그를 하긴 했지만 타인의 글엔 큰 관심이 없었다. 그 시간에 책을 보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자기 오류에 빠져있었고 그래서 내가 할 일에만 집중했다. 그런데 타인의 서평과 리뷰를 보면서 타인의 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글이 이전보다 부쩍 좋아진 것을 느낀다. 그리고 이제는 무심코 지나가는 글귀에도 어떻게 연결을 하면 좋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싶다'라고 생각한 마음은 이전엔 단순히 책 제목으로 시작하는 서평을 이제는 '어떻게 해야 더 좋은 제목과 내용으로 쓸 수 있을까'로 변했다. 책 제목에 신경 쓰다 보니 전체 내용도 전보다 일관성과 목적성을 뚜렷이 갖게 되었다. '무엇을 전달하면 좋을지', '명확하게 쓰러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고, 어떤 방식으로 스토리텔링 하면 좋을지에 많은 시간을 보낸다. 심할 때는 다 써놓고 책 제목만 몇 시간을 고민한 적도 있다. 그땐 정말 죽을 맛이다.
서평을 더 좋게 쓰려고 노력하다 보니 자연스레 스트레스가 늘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때려치우고 대충 쓸까 생각한 적도 있다. 아니 많다. 그럴 때마다 지금 속한 [씽큐베이션] 그룹을 떠올렸고 여기서 항복하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혼자 하면 진즉에 대충 넘겼을 것들도 두 번 세 번 쳐다보며 디테일을 올렸고, 적당히 할까 하는 생각을 지웠다.
의지가 강한 사람은 혼자서도 척척 해내겠지만 때론 그 의지나 의욕도 꺾일 때가 있다. 스스로도 무언가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꾸준하게 밀어붙이는데 돌이켜보면 그러지 못한 것들도 많았다. 꺾이는 포인트를 점검해보니 '이것보다 더 잘하고 싶다'라고 생각하고 디테일을 올리려다가 생각보다 높은 허들에 받는 스트레스가 과해지면서 의욕이 꺾이는 경우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머릿속으론 그 단계를 넘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존의 습관처럼 꺾이는 관성을 어찌할 바 몰랐던 것이다.
함께하면 멀리 갈 수 있다
머릿속으로만 알고 있던 것이 [씽큐베이션]에 참가하면서 온몸으로 깨달았다. 혼자서도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지만 함께하면 더 잘할 수 있다.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성장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큰 만족감과 즐거움, 발전을 전해 줄 것이다. 그러니 기회가 된다면 혼자보다 함께 하는 것을 추천한다.
현재 씽큐베이션 2기를 6월 16일(일요일)까지 모집하고 있으니 기회를 꼭 잡았으면 좋겠다.
[신청 링크]
https://forms.gle/szxf1fMMEd2JyF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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