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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Oct 06. 2019

교양과 인문학을 봐야 하는 이유

4차 산업혁명,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전 이후 핫하게 떠오른 단어다. 몇몇 곳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란 건 없다 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산업혁명이라는 것은 지나가 보니까 산업혁명이었다 라고 여겨지는 것이 많다. 처음 증기가 발견되고 나서 그렇게 많은 구두장인들이 사라질지 예측하지 못했고, 포드의 자동차 대량생산 시설이 성공적으로 발돋움할 때도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마차를 이용했다. 그러나 10년 후에 뉴욕 거리가 순식간에 마차 => 자동차로 바뀌었다. 아래 사진은 1900년과 1913년 뉴욕의 사진이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혁명은 스마트폰이다. 지금이야 익숙한 기기지만 당시 처음 나올 때만 해도 여전히 이전 폰을 고수한 곳이 많았다. LG의 경우, 당시 스마트폰을 보면서도 이전 핸드폰 방식을 고수하겠다며 삽질을 하다가 뒤늦게 참여하였고 그 결과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은 매우 낮고 계속 적자를 내고 있다. 사람은 어떤 환경에 쉽고 빠르게 적응하며, 이 수요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기업은 순식간에 도태되어 버린다. 하루하루 보면 느릿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월~연단위로 보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허구이든 진실이든 간에 AI는 다가오는 현실이다. 미래에 없어질 직업이라고 떠들썩하게 한 미디어는 잠잠하다 한 번씩 앵무새처럼 반복하여 읊는다. 실제로 그런 미래가 올 때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핵심은 언제든 올 수 있는 미래라는 것이다. 그 시기를 정확히 알 수가 없을 뿐이다. 정말 5년~10년 안에 성큼 다가올지, 아니면 20~30년이 걸려서도 도래하지 않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준비하는 자세는 필요하다. 어쨌든 사회가 그쪽 방향에 맞춰 조금씩 변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해결책마냥 완벽한 제품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분명 조금씩 이전보다 나은 개선적인 방면으로 시장에 선보이게 될 것이고, 그것이 하루 이틀 축적되다가 어느새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인터넷보다 더 많은 혁신을 가져온 세탁기는 초반에는 통이나 밥솥처럼 생겼고 손으로 직접 돌렸다. 그러나 꾸준히 발전하면서 지금의 형태에 이뤘고, 빨래를 손으로 하는 경우는 대부분 사라졌다. 덕분에 수많은 여성들이 빨래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사실 기술이라는 것이 어떤 거창한 이름을 붙지 않아도 직업을 사라지게 한 것은 여럿 있다. 대표적으로 '버스 안내양'이란 직업이다. 버스 안내양이 한창 많을 때는 5만 명 정도나 되었다 한다. 그 많은 버스 안내양은 어디로 갔을까? 웃프게도 어떤 대단한 기술이 아닌 현금을 넣으면 기사님이 버튼을 눌러 잔돈이 나오게 한 수납통이 5만 명이나 되는 버스 안내양을 실직으로 만들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이든 뭐든 관계없이 기존에 인간이 하는 일을 대체할 수 있다면 자연스레 실직으로 이어진다.


한국은 이제 임금이 높은 나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리고 요즘은 무인화 기술이 이슈를 몰고 있다. 기업에서는 로봇 자동화라는 시스템을 서로 도입하고 있다. 그럼 이 기술이 최근 들어 갑작스레 등장한 것일까? 우리보다 10년이 빠르다는 일본은 진작에 시작된 노령화로 인해 로봇기술이 제법 높은 수준으로 발전했다. 그럼에도 이웃나라인 한국이 로봇을 접하지 못한 이유는 서비스는 사람이 해야 한다는 정서적인 문제와 로봇을 도입하는 것보다 사람을 쓰는 게 더 쌌기 때문에 구태여 도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인건비가 올라갈수록 자동화 기술을 찾는 사람은 많아질 것이고, 간단한 일은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다.


물론 새롭게 떠오르는 직업들, 그러니까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최첨단 기술에서 파생되는 직업뿐 아니라 그 외 로봇이 하기 애매한 새로운 직업이 더 늘어날지도 모른다. 인터넷이 발전하고 온라인 쇼핑이 발전한다고 해서 오프라인 매장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서비스의 기준이 달라지고 사람이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로봇 대신 사람이 하게 될 것이다. 최근에 많아진 배달일을 하는 분들이 비슷한 경우다. 배달앱이 커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배달앱과 배달음식을 더 활발하게 이용하면서 배달하는 사람이 급증한 것처럼 말이다.


없어지는 것만 이야기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새롭게 생길 것을 말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렵다. 상상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변화가 앞으로도 어떻게든 될 테니 마냥 기다리는 태도를 가져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당연히 새로 생기는 직업도 갑자기 폭발적으로 수요가 생길지 아닐지 알 수 없으며, 무엇보다 언제 그렇게 창궐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모를 시대이기에 대비하기가 막막하지만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꾸준한 학습이 필요하다. 교양과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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