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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Oct 08. 2019

고요함에 익숙해보려 한다

아침 일찍 회사에 오는 편이다. 텅 빈 사무실에 앉아있다 보면 세상에 홀로 있는 느낌이 든다. 평소 시끌벅적한 생활이 익숙한 탓에 이런 고요함이 낯설다. 그래서 유튜브 사이트를 들린다. 거기에는 온갖 추천 영상들이 가득하다. 그중 익숙한 것, 흥미가 가는 것을 튼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영상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정보 전달을 해주는 영상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유튜브를 켠 이유는 당장 할 일을 하기에 앞서 고요함을 없애기 위해 한 것이다. 그런데 영상에 나오는 음성과 음악은 나의 집중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방해한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카페에서 나올법한 재즈음악을 틀곤 했는데 어느 날부턴 간 재즈의 취향을 선택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그래서 유튜브를 켜지 않는다.


평소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익숙한 내게 고요함은 불편한 환경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무언가 집중할 때엔 주변에 신경을 잘 쓰지 못한다. 혼자 산책도 나가고, 아무것도 없는 환경에서 사색하는 경우도 있다. 고요함의 공간은 종종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만드는 물리적, 심리적 공간이 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고요함이 어색한 건 내가 의식적으로 어색함을 느낀다고 생각할 때 그런 것 아닐까 생각이 든다.


나는 선택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갈망하지만 때로 그것을 선택할 수 있을 때는 선뜻 선택하지 못하는 모순을 가자고 있다. 엄마와 싸운 날, 상사에게 깨진 날, 기분 나쁜 일이 있던 날 과부하가 걸린 뇌를 잠잠하게 하기 위해 고요한의 공간을 찾지만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엔 그것을 선택할 수 없을 때가 많다. 반대로 고요한 새벽시간, 정적을 깨기 위해 어떤 것을 켠다. 그래서 필요했던 순간에 풀어내지 못했던 감정과 기분을 하나하나 모아 그 순간이 오면 하나씩 배출해보고자 한다.


고요함을 여전히 좋아하진 않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동안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려 한다. 고요함에 좀 더 익숙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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