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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Nov 06. 2019

수평적인 문화는 정말 좋을까

팀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가장 많이 들은 단어는 단연코 '수평적'이란 단어다. 수평적이라는 것은 직급을 막론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전달하고 서로 피드백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기대감으로는 구성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일에 대한 책임과 성취감을 느끼게 하면서 만족감을 올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겉으로만 들으면 완벽할 것 같은 이 단어가 좀처럼 실행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쉽게 떠오르는 것으로는 '꼰대가 있어서'라든가 '군대식 문화', '경직된 커뮤니케이션', '까라면 깐다'등 부조리한 것에도 불만을 갖지 못하고 해야만 하는 현상이다. 하지만 정말 이것뿐일까?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총대를 맨다고 한다.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좀 더 잘 알지 않을까 생각하기에, 쉽게 말해 '네 머릿속에 나왔으니 네가 가장 잘 알겠지'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나쁘게는 '네가 낸 아이디어니까 네가 알아서 해봐'라는 것도 있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한두 번 조성되면 이후부터는 아무도 아이디어를 내놓지 않는다.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많은데 일을 더 떠맡는다는 생각에 진저리 치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현상이 직급이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서 회의해도 똑같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상사가 있건 없건, 시키는 사람이 있건 없건 간에 이런 현상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아이디어만 내놓고 실행하지 않으면 입으로만 떠드는 꼴이 돼버린다. 의견은 의견일 뿐, 실제로 업무에 적용하기 위해 가꾸려면 더 많은 것을 가공해야 한다. 그 과정을 끈질기게 붙잡고 함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내다 보면 아이디어만 내놓고 막상 실행에는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전에는 이런 행동을 상사나 의사결정권자가 더러 했었고 그래서 그들이 비난의 대상이 되었지만, 목격한 경험에 의하면 비슷한 직급끼리 회의해도 비슷한 현상은 일어났다. 꼰대란 상대적인 게 아닐까 생각이 든 순간이었다.


사내 문화와 업무환경에도 문제가 있다. 수평적인 조직이 된다는 것은 한 팀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달려 있을 때나 어느 정도 가능하다. 이미 하고 있는 일을 그대로 물고 오면서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되면 효율성은 물론이고, 일을 더 맡게 되는 되는 문제로 회피 성향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회사가 TF팀을 꾸린다 해서 이전 업무에서 탈피시키는 경우는 잘 없다. TF는 TF대로, 네가 할 일은 해야 할 일로 그대로 있기 때문에 현실은 환영받지 못하는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책임의 문제가 있다. 자유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책임이 따라야 한다. 문제는 책임을 누가, 얼마큼 질 것이냐는 것이다. 어찌 보면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이미 팀 프로젝트를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무게감 있는 누군가를 조용히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여기서 무게감이 있는 사람이란 반드시 상사를 의미하지 않는다. 일의 비중이 가장 높은 사람, 그 일에 반드시 필요한 사람에게도 힘은 쏠리는 법이다.


또한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고 그 의견이 적극 반영된다는 환상보다는 그래서 그 의견을 수용해 어떤 파급을 줄 것인지, 그렇다면 의견을 낸 나는 얼마큼의 무게를 견뎌야 할지를 생각한다면 그리 단순한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저마다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는 것처럼 모두가 책임감을 좋아한다고 말할 순 없다. 어쩌면 그런 팀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스트레스일 것이다.


세상에 절대적인 답은 없다. 구성원에 따라 맞는 것을 찾아 적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문화라는 것은 혼자서 노력한다고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좋아 보이는 것 이면에 갈등과 부조리함이 늘 존재한다. 수평적이라는 단어가 어떤 명확한 기준점을 제시해주지 못하는 이상, 단어에서 오는 긍정적인 요소와 현실과의 괴리는 생길 수밖에 없다. 수평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개인적으로 느끼는 편차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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