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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Oct 29. 2019

솔루션적 사고 말고 디자인적 사고를

상황을 가정해보자. 지금 다니는 회사가 택배회사고 매일 고객센터에 불만사항이 올라온다. 이때 어떤 관점으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할까? 누군가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할 것이고 누군가는 무엇이 문제인지 원인을 고민할 것이다.


<작고 멋진 발견>의 저자는 이 두 가지를 솔루션적 사고와 디자인적 사고라고 말한다. 솔루션적 사고는 택배 시스템 개선 방안을 찾으려 하는 노력에 속한다. 배송시간을 체크한다던지, 최적 루트는 어딘지 시스템적 문제를 찾고 개선하려 하는 관점을 의미한다. 그러나 디자인적 사고는 조금 다르다. 고객이 왜 그 글을 썼는지를 먼저 살피려 한다.


택배가 아무리 빨리 온다 하더라도 아침 일찍 주문하지 않는 한 대부분 익일에 배송된다. 익일 배송될 것을 모르고 기다리지 못하는 고객이 있진 않을 것이다. 그럼 그들은 익일 배송이 불편해 고객센터에 불평을 적어놓는 것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실은 배송이 언제 올지 알 수 없어 기다림밖에 할 수 없는 불안함이 불편함으로 번진 것이다. 그래서 요즘 택배회사는 어디쯤 와 있는지, 몇 시쯤 도착 예정인지 문자로 알리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처럼 관점에 따라 접근 및 해결하는 방안이 전혀 다르다.


실제 배송보다 더 길게 느껴지는 이유는 시간의 양이 아니라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막연한 기다림과 불확실성이 주는 불안감에서 출발한다. 사람을 알고 있는 위기보다 모르는 위기에 더욱 크게 반응한다. 막상 한 발자국 나아가면 아무렇지 않을 일을 공포감에 휩싸여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심리적인 불안함은 현상을 크게 왜곡하고,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게 방해한다. 사람은 예측된 불편함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나,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과 같은 이유다. 그래서 배송 위치 및 시간을 미리 알리고 예측하게 함으로써 배송 만족도를 올리는 것이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돌아가는 시스템이 있으면 어떨까. 아침에 일어나면 침대에서 일으켜주고 자동으로 양치를 해주고 식사를 갖다 주는 그런 집이 있다면 상상만으로 굉장히 편리하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편해졌더라도 아날로그식 사용법을 버리지 못할지도 모른다. 바로 음성채팅 시장이 그렇다. 인공지능 스피커가 있는 집은 음성을 통해 TV를 켜기도, 끄기도 하고 채널을 변경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날로그인 리모컨이 존재한다. 리모컨은 자주 잊어버리기도 하고, 버튼을 직접 눌러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선호되는 것일까?. 그것은 익숙함에서 오는 심리적 안정을 원하기 때문이다. 하이테크놀로지가 항상 각광받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지난 커피 박람회에서 로봇이 커피를 만들어주는 것을 봤다. 거의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의 로봇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 로봇을 신기하게 봤지만 아직 일상에 들어와 있지 않다. 기술이나 가격의 문제라기보다는 고객이 원치 않기 때문이 가장 크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키오스크도 마찬가지다. 젊은 층이 많은 패스트푸드점은 대부분 키오스크로 주문을 받는데, 이미 기술에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에 이것을 크게 불편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고급 레스토랑이나 와인바는 여전히 사람이 서빙을 한다. 아직은 로봇의 이질감보다는 사람이 좀 더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해 주기 때문이다. 챗봇또한 마찬가지다. 사람에게 서비스를 받았던 세대는 채팅으로 문의사항을 물어보기가 힘들어 전화를 걸지만,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채팅으로 해결하는 것을 원한다. 만약 챗봇을 만들지 않고 여전히 전화응대만 하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 은행은 많은 직원을 유지해야 하고, 챗봇을 원하는 고객은 상담을 하지 않거나 불만이 계속 쌓여갈 것이다. 이처럼 대상에 대한 관찰을 디자인적 관점으로 본다는 것은 매우 유용하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기술 우선"을 외치고 있지만 과연 그 기술로 무엇을 할 것인가? 결국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 아직 채워지지 않은 욕구를 발견하는 것이 기술을 더욱 진화시키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 <작고 멋진 발견> 중


뛰어난 것과 인기가 많은 것은 서로 다른 단어다. 기술의 발전은 편리성을 제공한다고 알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겠지만, 개인이 그것에 익숙해지지 않는다면 그건 불편한 것이다. 테크 회사의 흔한 실수가 여기서 비롯된다. 사람을 중심에 놓는 게 아니라 기술을 중심에 놓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혹은 지식의 저주에 걸려 '내가 해보니까 이게 더 편하다'라고 주관적인 관점으로만 주장할 수도 있다.


디즈니는 손목에 차는 밴드를 개발했다. 매직밴드라 불리는 이것은 놀이기구를 이용할 입장권 역할을 하고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면 연결된 계정으로 사진을 받아 구매할 수 있다. 또한 리조트를 묶는다면 방 열쇠 대신 역할도 한다. 그러나 매직밴드의 진정한 가치는 몇 주 전 우편발송에 있다. 우편을 받은 아이들은 이미 디즈니월드에 와 있듯 즐거워하고, 매일 밤 설렘으로 보낼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전략을 수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행의 시작을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가 아닌 마음먹은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고객의 만족도는 크게 달라진다. 그리고 파악하기 위해선 많이 관찰해야 한다. 관찰은 솔루션을 요구하지 않는다. 지켜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등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에서 마침내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잡을 수 있게 된다.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바로 해결하려고 들기보다는 그 원인과 과정, 효과 등을 다양하게 분석하여 적용해야 한다. 때문에 단 하나의 답을 추구하는 솔루션 관점을 벗어나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 제공하는 디자인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책은 조언한다.




참고:

<작고 멋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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