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덕근 Nov 21. 2019

게임으로 보는 인생

처음 게임에 접하면 레벨 1부터 시작한다. 근처에서 사냥을 하고 NPC가 주는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나면 점점 캐릭터가 강해진다. 캐릭터가 성정 할수록 더 좋은 무기를 착용할 수 있고, 레벨이 낮을 땐 진입하지 못했던 던전을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점점 더 강해지다가 마침내 게임 내 설정된 최고 레벨에 도달한다. 최고 레벨에 도달했다 하더라도 그게 끝이 아니다. 더 높은 난이도와 던전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모든 콘텐츠를 즐기려면 더 높은 던전에 도전하고 보상으로 좋은 아이템을 획득하여 장착해 차근차근 정복해 나가면 된다.


게임은 가상의 공간에서 어느 한 역할을 맡아 그 세계관에 참여하게 된다. 세계관에 존재하는 수많은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성장을 동반해야 한다. 낮은 레벨에는 갈 수 있는 지역이 한정되어 있어 이동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더 많은 콘텐츠를 경험하기 위해선 성장을 해야 한다. 게임에서는 일정 레벨에 도달하면 이전에는 장착하지 못한 아이템을 할 수 있거나 진입하지 못한 던전에 입장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우리가 나이 먹는 것과 흡사한 패턴이다.


레벨은 높은데 컨트롤이 형편없는 경우가 있다. 누군가가 대신 키워주거나, 혹은 자기 캐릭터가 가진 기술이나 능력의 이해 없이 반복적으로 몬스터를 잡아 레벨업을 하는 경우가 그렇다. 혼자 있을 때는 잘 모르다가 누군가와 파티를 맺거나 던전에 진입할 때 스스로의 부족함을 깨닫게 된다. 그전까진 아무 문제없었다가 갑자기 문제에 부딪히는 것이다. 이때부터 타인과의 격차가 조금씩 생긴다. 똑같은 캐릭터에 똑같은 레벨에 똑같은 아이템을 장착해도 누군가는 능숙하게 클리어하는데 누군가는 클리어하지 못해 포기한다.


잘하지 못하는 사람은 파티에서도 점점 제외된다. 처음에는 그냥저냥 클리어가 되었다면 시간이 갈수록 더 높은 난이도를 클리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높은 난이도를 도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더 좋은 아이템을 얻을 기회를 얻고, 얻은 아이템으로 더 높은 곳을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살아남는 사람은 적어진다. 자연스레 못하는 사람이 제외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잘하는 사람은 늘 환영받는다. 가만히 있어도 귓속말로 물어본다. 실력에 신뢰가 쌓이는 것이다.




게임에서 레벨을 올리는 것은 일상에서 나이를 먹는 것과 비슷하다. 어린 시절에는 돌아다닐 수 있는 곳도 한정되어 있고, 어떤 것은 금기시되어 있다. 점점 성장하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 되고 성인이 되면 혼자 비행기 타고 여행을 가는데 자유롭고 이전에 하지 못했던 금기들, 예를 들어 음주나 담배 등을 경험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개개인이 가지는 능력에는 편차가 생긴다. 같은 유년시절을 보냈어도 누군가는 영어를 잘하고 누군가는 못한다. 영어를 잘하는 아이에게는 외국과 관련된 이슈를 접하는데 문제가 없기 때문에 관련 기회를 잡을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영어를 못하는 아이에게는 그와 관련된 기회가 제공되지 않는다. 우연히 제공된다 하더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다음부터 제외된다. 이런 차이는 점점 기술적으로나 경험적으로 격차가 벌린다.


똑같이 영어를 몇 년간 했어도 누군가는 영어를 괄목할 정도로 잘하고, 누군가는 단순한 회화도 하지 못한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일을 해도 누군가는 성과를 잘 내고 누군가는 하지 못한다. 똑같이 레벨은 올라가고 있는데 숙련도는 천차만별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좋은 숙련도를 가진 사람이 좋은 아이템을 획득하면 더 좋은 성과를 낸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좋은 성과를 낸 사람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기가 높아진다. 세상에는 거저 이뤄지는 것은 없다. 똑같은 세월을 보냈어도 누군가는 더 높은 숙련과 가치를 위해 노력하고 누군가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산다. 당시에는 몰랐던 미묘한 차이가 나중에 큰 격차를 만든다.



매거진의 이전글 군중 속에서의 나만의 공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