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덕근 Dec 09. 2019

연봉 협상하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

곧 다가올 연봉협상에 대비하여 이전에 봐 둔 책을 다시금 꺼내 들었다.

책 이름은 <협상 바이블>. 변호사 류재언 님이 쓴 책이다. 이 책을 처음 본 것은 2018년 11월이니 딱 1년이 지났다. 당시 책을 보면서 연봉 협상하기 전에 꼭 한번 다시 봐야지 라고 생각했던 것이 이맘때쯤 진행되는 연봉협상에 단번에 떠오른 책이다.



# 먼저 말할까 들어볼까


연봉협상을 떠올리면 얼마를 불러야 할지가 고민이다. 너무 많이 부르면 터무니없다고 핀잔을 들을 거 같고, 너무 적게 부르면 앞으로 다닐 1년이 괴로울 것 같기 때문이다. 내가 먼저 '500만 원 더 인상해주세요.'라고 말했을 때 상대방이 너무나 쉽게 승낙한다면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더 높게 부를걸 그랬나?'라는 묘한 후회감도 몰려온다. 즉 내가 먼저 제시한 조건이 내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반대로 상대방이 먼저 제시할 경우 상대방이 제안한 수치에서 기준점을 잡고 고민하게 된다. 이를 앵커링 효과라고 하는데, 내가 500만 원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상대방이 100만 원을 제시할 경우, 그 기준으로 제안금액을 2~300만 원으로 하향해 재조정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먼저 말할 것인가 들을 것인가를 판단할 때는 다음의 조건을 먼저 살펴야 한다.


'나와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 혹은 나의 선임은 얼마를 받았더라?'


정보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면 먼저 제시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대로 정보를 확보할 수 없다면 먼저 듣는 것이 좋다. 정보가 있다면 상대방이 앵커링 효과를 시도할 때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정보가 없으면 '다들 그렇게 하나 보구나'하며 넘어갈 수 있다. 그러니 연봉협상 전 반드시 관련 정보를 최대한 획득해두자.



# 목표


받고자 하는 목표금액이 있는가? 이것이 명확하지 않으면 상대방과의 대화중 흔들릴 수 있다. 내가 사인할 수 있는 기준점과 양보할 수 있는 기준점은 반드시 설정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상대방의 언변이나 협상능력에 흔들려 당초에 의도했던 금액에서 한참 못 미치게 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협상금액을 굉장히 높게 부른다 한들 상대방이 전혀 공감할 수 없다면 성사될 리 만무하다. 즉 상대방이 어느 정도 수긍할만한 금액을 찾아 기준선을 정하는 것이 좋다. 만약 높은 금액을 원한다면 상대도 알고 있을 만한 중요한 성과를 언급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아무런 실적이 없는 상태에서 막연히 높은 금액만 이야기한다면 그 협상은 결렬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 논리적 or 감정적


'연봉협상'이란 단어를 생각하면 논리적인 근거로 나의 실적을 작성하여 협상 때 그걸 바탕으로 타협하는 것을 떠올린다. 그런데 주위를 돌아보면 한두 명은 '저 사람은 그리 실적이 뛰어난 거 같지 않았는데 어떻게 협상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사람이 있다. 물론 상대방이 나도 모르게 훨씬 많은 것을 해냈을 수도 있고, 내가 생각하는 기여도가 회사가 바라보는 기여도와 달라 차이가 생겼을 수도 있다. 그런데 사실 연봉협상이 객관적인 지표보다 감정이 더 우선시 된다는 걸 안다면 어떨까?


우리는 감정적인 이유로 결정하고 논리적인 이유를 댄다.

   

연봉협상이 대부분 일방적으로 정해지는 경험이 많기 때문에 협상이 아닌 일방적인 것이다 라고 생각할 순 있지만 엄연히 협상의 범주에 속한다. 즉 협상을 통해 서로의 합의점을 찾는 것이 연봉협상이다. 그렇다면 연봉협상의 목적은 상대방에게 높은 급여를 지급하라고 설득하는 것이다. 즉 설득의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 설득되거나 설득하는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 기억을 천천히 꺼내보자. 타인이 나를 이겨먹기 위해 온갖 객관적인 자료와 논리를 들이미는 것과, 나의 감정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들어봐 주는 사람 중 누구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였는가? 당연히 후자일 것이다. 지극히 논리적이고 차갑게 접근하여 이겨먹으려 하는 것은 좋은 협상법이 아니다. 내가 옳고 상대가 틀렸다는 고압적 태도는 반감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때문에 연봉협상이란 타이틀 이전에 내가 어떻게 상대방에게 호감을 이끌어내게 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어쩌면 지난 1년간 내가 해온 수많은 객관적인 자료들을 보기 좋게 꾸미는 것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감정을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가? 저자인 류재언 변호사는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에 상대방을 인정함으로써 긍정적 감정을 끌어올리라고 한다.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 조금만 고민해보면 상대를 인정해줄 수 있는 말은 의외로 너무 많다. 협상 테이블에서 오프닝을 인정으로 시작하면, 상대방은 정서적인 만족감과 함께 본인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고 협상 초반의 분위기가 우호적으로 흘러가게 된다.


상대방의 호감을 이끌어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것. 이것이야 말로 연봉협상에 정말 중요한 요인이다.


협상의 만족도는 객관적인 수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부분이 협상의 만족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우리는 협상을 통해 어떻게 서로의 주관적 만족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불필요한 출혈을 감수하면서 과도하게 양보하지 않아도 나와 상대방이 만족할 수 있는 거래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 당신에게 배트나(BATNA)가 있나요


만약 협상에 실패한다면 나는 상대방이 제시한 금액에 그저 사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내가 다른 패를 들고 있다면? 배트나라는 것은 협상이 결렬되었을 때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을 뜻한다. 


미국에서의 취업시장에서는 회사를 알아볼 때 2~3 군대 합격통지서를 받아두라고 한다. 그래서 합격통지가 날아오고 연봉에 대해 이야기할 때 '다른 곳에도 합격을 해서 당사가 준 금액으로는 부족한 거 같다'라는 말로 상대방을 자극한다. 실제로 1 군대 합격한 사람보다 2~3 군대 합격한 사람이 동일 대비 연봉이 더 높게 측정되었다. 그들의 차이는 배트나의 유무였다.


사람들은 협상력의 차이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궁금해한다.
경제력? 정치력? 인맥? 성별? 호감도? 외모?
나와 상대방의 협상력의 차이를 규정짓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을 한 가지만 꼽자면
그것은 바로 배트나의 존재 여부다.


강자가 강자인 이유는 나보다 더 많은 패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빠진다 하더라도 쉽게 다른 사람을 채워 넣어 돌아가게 할 수 있다면 상대방은 나보다 강자가 된다. 반대로 내가 하는 일이 유일무이하고 많은 성과를 내는 중이라면 쉽게 대체할 수 없다. 즉 '나는 얼마나 특수한 일을 하고 있는가'역시도 배트나에 포함된다.


소위 말하는 '사람 뽑으면 되지'라는 말은 기업 입장에선 새로운 리스크를 껴안는 것이다. 더 좋은 사람이 올지 안 올지도 모르고, 면접 준비도 해야 하고, 오면 교육도 하고 인사등록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보면 결국 총체적인 비용이 올라간다. 그래서 자꾸 회유를 하는 것이다. 다만 말로만 하거나 조금 올려주고 회유해서 문제지만.



# 모든 것을 뒤집는 요소. 신뢰


똑같은 결재서류를 결재받아야 하는 2명의 부장이 있다. A 부장은 매번 결제를 올릴 때 승인이 나는데 반해, B부장은 매번 거절당한다. 역량 문제일까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누군가는 이런 것을 극복하기 위해 협상 기술 관련 서적을 보거나 강의를 듣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이 모든 것이 신뢰와 관련되어 있다면?


한 학생이 문제집이 필요해 부모님에게 돈을 달라고 한다. A라는 학생은 돈을 즉각 건네받는데 반해 B학생에게는 영수증을 꼭 가져오라고 말한다. 우리는 이 상황을 들었을 때 직감적으로 부모님이 자식에게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고 있다.


신로가 있으면 협상하지 않아도 들어준다. 똑같은 메시지를 전달해도 어떤 메시지냐 보다 누가 전달하느냐를 더 중요하게 보는 이유다.


저자는 일본 골드만삭스에 대표이사로 10년간 근무한 도키 다이스케의 신뢰 5단계를 인용한다

출처: (퍼블리) https://publy.co/content/1407


신뢰도가 4단계 이상이 되기 전까진 의미 있는 비즈니스는 이뤄지지 않는다. 즉 신뢰도를 4단계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내가 원하는 연봉을 부를 때도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1년간, 혹은 회사생활을 하면서 그간 쌓아온 업무능력에 대한 신뢰를 차곡차곡 잘 쌓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만약 신뢰라는 강력한 무기를 장착하지 못했다면 보다 전략적으로 다가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협상에 앞서 이 한마디가 가장 인상 깊었다.


모든 협상은 두 가지를 남긴다.
하나는 협상 결과물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관계다.
이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성공한 협상이다


협상이란 서로 win-win 할 수 있게 이끄는 것이다. 상대방이 나의 요구를 수용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무작정 언성을 높이는 것도, 상대방이 이야기하는 것을 고분고분하게 들어주는 것도 올바른 협상이 아니다. 양측이 서로 웃으면서 악수할 수 있도록 이끌어내는 것이 진정한 협상이다. 그러니 감정에 앞서 지나치게 논리적으로 주장하지 말고 목표는 명확하게 기준을 잡되 최대한 서로를 존중해주면서 진행하여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길 바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