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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Dec 03. 2019

마케팅을 공부하려던 내가 착각했던 것

얼마 전 독서모임에서 이런 대화가 오갔다. 마케팅과 브랜딩의 차이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마케팅에 관심이 많다. 하는 일이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거라서 처음에는 그런 분야가 있는지도 잘 몰랐는데 시간이 갈수록 상품을 잘 판매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점점 깨닫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에 마케팅을 잘 알게 된다면 내가 만드는 서버스를 좀 더 최적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고, 그래서 마케팅을 한번 배워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임하게 되었다.


그러나 사실을 고백하자면 내가 진정 원했던 것은 마케팅이 아니라 브랜딩에 가까웠다. 내가 가져다 팔 상품은 없지만 나 자신이 상품화되어 시장에 내놓고 좋은 비용을 받으려면 내 가치를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때는 자본주의는 나쁜 것이고 자본주의가 개개인을 부품화 만드는 것에 강한 반발을 가졌었지만 시장이라는 것은 더 좋고. 차이 있는 것에 더 좋은 금액을 지불한다는 불변(?)의 법칙을 깨닫고 나서는 내가 철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음을 알았다. 자본주의의 부품이니, 도구니 하는 말에 반발감을 갖기 전에 나 역시도 똑같은 상품이라면 보다 좋은 것을 사용하길 바라는 한 명의 소비자이자 소속에 속해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소비를 많이 하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왕이면 좋은 제품을 사기 위해 기꺼이 인터넷에 들어가 후기를 보고 나름 꼼꼼히 검색해보고 산다. 하지만 적은 소비는 내가 더 좋은 제품을 구매하게 하는 노하우를 쌓는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 마케팅에 무감각하게 만들고 인기 있는 광고에 호기심을 갖는 것을 방해한다. 연애를 잘하려면 많이 사귀어봐야 한다는 말처럼 물건을 잘 구매하려면 많이 구매해봐야 한다는 말이 일리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많이 산 사람이 마케팅에도 더 민감할 거란 말에 동감한다. 많은 소비가 사람들의 취향을 살펴보게 할 것이고 더 좋은 마케팅을 구성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적은 소비보다 더 큰 실수는 사람들은 편향을 가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야 했다는 점이다. 나는 꽤 젊은 시절부터 역학을 배웠다. 점성술과 타로카드를 오랜 시간 배우고 적지 않은 사람들을 상담해주면서 배운 것은 흔히 말하는 운이 안 좋은 시기일수록 극단적인 선택을 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었다. 인생을 너무 다이내믹하게 사는 것은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도 힘들게 한다. 그런 것 때문에 무언가 치우침은 좋지 않다는 인식이 머릿속에 있었다. 동양에서 강조하는 삶도 중도 아니던가. 그런 와중에 <어떻게 팔지 답답할 때 읽는 마케팅 책>에 한 구절을 보며 무릎을 탁 쳤다.


그 시간 동안 내가 찾아낸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는 현장에서 다양한 편향이 다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행동과학을 뒷받침해줄 단 하나의 원대한 이론 같은 건 없다. 그보다는 광범위한 편향의 집합이 존재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점이 있다. 첫째, 당신이 어떤 업무와 씨름하건 이용할 수 있는 적절한 편향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가까이 있는 해결책을 내버려 두고 엉뚱한 행동을 할 위험을 피하게 해 준다. - <어떻게 팔지 답답할 때 읽는 마케팅 책>


소비패턴이라는 것이 있다. 모두가 똑같은 소비패턴을 갖는 것은 아니겠지만 수많은 광고가 치우침으로 광고를 하는 이유가 있었던 샘이다. 즉 편향을 이용해 소비자에게 상상력을 자극하고 그것을 상품과 연계해 판매한다. 사람마다 인지하는 것과 배경지식에 따라 인지하는 기준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이것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는 것이 바로 유튜브다. 접속하는 사람에 따라 완전히 다른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은 사람마다 흥미에 편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인 샘이다.


사람을 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마케팅뿐만 아니라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도 비슷한 말을 한다. 결국 need 보다 want를 자극하라는 말은 어쩌면 이것과 큰 연관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need만 보면 상품은 매우 한정적이다. 인간이 먹고사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물건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want에 주목함으로써 상품은 훨씬 다양해졌고, 수많은 상품이 개인의 취향을 만들어낸다. 사람을 살펴보라는 말은 언제 그렇듯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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