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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Jan 07. 2020

특별한 목표가 환경을 바꾼다

괴베클리 테페, 통념을 날린 새로운 역사

역사책을 보면 인류의 큰 변화중 하나는 수렵활동에서 농경사회로의 변화다. 농경사회로의 변화는 단순히 먹고사니즘을 해결하는 걸 넘어 사람들을 모아 한 곳에 정착하게 하고 사회를 구축하게 하기 때문이다. 사회가 구축되면 정치, 사회, 종교, 문화가 발전한다. 이전에는 없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종교적 건축인 신전 건설 등이다.


농경사회로의 변화는 어떻게 생긴 걸까? 그럼 그전에는 사람들이 전혀 모이거나 대단위 협력을 하지 않았던 것일까? 흥미롭게도 그렇지 않다는 것이 최근 논란이다. 그 증거가 바로 괴베클리 테페다.


괴베클리 테페는 고대 유적지다. 터키어로 '배불뚝이 언덕'이란 뜻으로, 2018년 6월 터키의 18번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유적지야 워낙 많으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이것이 대단한 이유는 여태까지의 통념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고대 유적지가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건축이다. 혼자서는 절대 만들 수 없을듯한 건축물이 있을 때 그것을 어떻게 만들어냈는지를 파헤친다.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그랬고, 중국의 만리장성이 그랬다. 때론 종교적인 이유로, 때론 실효성의 이유로 건축되곤 한다.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건 전자다. 어찌 보면 실용성이라곤 1도 없는 것을 많은 인력을 동원해지었다면 반드시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오래된 부분이 기원전 9,600년 무렵으로 잡혀있다. 이집트 피라미드가 대략 2,000~2,700년 경 유적으로 알려져 있으니 훨씬 오래 전의 유적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기둥에 새겨진 부조나 주변 흔적 등을 토대로 파악한 결과 수렵채집인들이 건축한 듯 보이고 일정기간 마을에서 거주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둥 하나의 무게가 10~20톤에 달하기 때문에 운반과 조각, 건설에 적어도 5백 명 이상의 대규모 인력이 필요했으리라 파악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여기에 주목할까? 그건 바로 농경사회가 본격 등장하기 전에 어떻게 조직 노동력과 문화가 등장했냐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수렵 시절 -> 농경사회로의 변화 -> 집단생활 시작으로 봤었다. 수렵채집 시절에는 집단생활이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먹을 것을 재배하는 게 아닌 자연에서 가져와야 하기 때문에 항상 부족했고, 행여 풍요로운 곳에 정착했다 하더라도 사람 수가 많으면 모두를 먹여 살리기가 만만치 않았다.


당시 농경은 수렵에 비하면 형편없는 수준이다.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농산품의 상당수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겨우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종 수도 상당히 제한적이다. 대부분은 재배를 하면 망치기 일수였다. 외부에서 탈취나 강탈당하기 이전에 애초에 키우는 것이 힘들다. 농경은 기후, 날씨, 토양, 물 등 다양한 조건이 맞아야만 겨우 재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수렵활동이 오래 지속된 이유이기도 하다.


괴베클리 테페가 발견되는 당시를 추정하면 농업을 했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다. 유적지 주변에도 농경이나 사람이 거주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연중 어느 정도 머무르며 종교적 행사를 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먹고 묻은 야생동물들의 뼈가 대량으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해보면 '먼저 종교가 있었고, 종교적 재단을 만들기 위해 사람을 모으고, 그 인력을 먹여 살리기 위해 농경이 발달한 것이 아니냐'라는 가설을 세우게 되는 것이다.


만약 위의 가설이 맞다면 농업으로의 전환이 우연이 아닌 필연적인 사건으로 변한다. 괴베클리 테페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장황하게 역사유물을 설명한 이유는 바로 종교(믿음)이 환경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어서다.


환경이 받쳐주면 더 잘하는 것이 있기는 하겠지만, 때로는 믿음과 행동으로 인해 환경이 크게 바뀔 수 있다. 농업이라는 환경이 주어지지 않더라도 거대한 건축물이 가능했던 이유는 집단이 어느 믿음으로 하나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환경이 사람을 바꾼다고 말한다. 강남의 집값이 비싸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학군도 한몫한다. 공부 잘하는 친구가 근처에 있어야 자극을 받아 열심히 하고 관련 학원이 많이 생기고 성적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를 흔드는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 모두가 강남 출신은 아니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신념과 목표를 꾸준히 관철시켜 탁월한 자리에 이른다.


그러니 환경이 좋지 못하다 하더라도 스스로 확고한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자. 환경에 기대는 것은 외부적 요건이기에 불확실성이 많고 수동적 입장을 취하게 된다. 반대로 내가 나를 믿는 것은 오로지 내가, 나만이 컨트롤할 수 있다. 환경에 기대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구분되고 실행 여부가 이미 갈리지만, 스스로를 믿는 것은 가능성을 만들어내고 지금 당장 해야 할 것을 선별하는데 도움을 준다. 스스로를 믿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참고: 

책 - <어디서 살 것인가>

사이트 - 나무위키: 괴페클리 테페

https://bit.ly/2NgLT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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