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스포츠데이 때 이야기다. 스포츠데이는 운동회처럼 아이들이 팀을 나눠 릴레이 달리기도 하고 여러 경기를 하는 날인데, 딸아이가 기어코 엄마 아빠는 오지 말라고 했다. 자기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거다. 선생님이 엄마, 아빠가 와서 보실 테니 참여하자고 설득했을 때 우리 엄마 아빠는 못 오실 거라고 했단다. 본인이 이미 그렇게 말을 했으니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는데 말문이 막혔다. 어떻게 엄마 아빠가 안 간단 말을 한 적도 없는데 그렇게 말했을까... 황당하면서도 걱정도 되고, 다른 부모들은 다 갈 텐데 우리만 진짜 안 갈 수도 없으니 일단 학교로 향했다.
남편과 내가 도착했을 때 마침 아이들이 릴레이 달리기 중이었는데, 정말 우리 딸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이 달리기를 하려고 줄을 서있는데, 아이는 제일 끝에 서 있기만 하지 달리기는 하지 않았다. 선생님들이 아이를 설득하는데도 아이는 단호했다. 안 뛰겠단 아이를 어떻게 뛰게 할까. 결국 아이는 뛰지 않았고, 그나마 다행히 달리기 외에 공 던지기 등의 다른 종목 경기는 참여를 했다.
그리고 며칠 후 담임 선생님과의 상담이 있었다. 스포츠데이 때 달리기 거부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다른 활동에는 적극적인 아이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셨다. PE시간에도 달리기는 싫어한다며, 진짜 달리기가 싫어서 그랬던 것 같다고 선생님은 아이 마음을 이해한다고 하셨다. 그래도 체육 활동은 중요하니 다양한 운동을 해서 운동을 좋아하게 만들자고 하신다. 아이가 활동을 거부할 때 무시하거나 힘으로 제압하지 않고 아이의 마음을 그래도 이해해주려고 하는 선생님이시라 다행이긴 하다.
그래도 엄마로선 아이가 학교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 맘이 편하지가 않다. 지금은 달리기지만 나중엔 다른 학교 활동도 하기 싫다거나 힘들다는 이유로 거부하면 어떡할지 걱정이 된다. 아이가 선생님 말씀이라면 무조건 복종하고 따르는 학생이 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학교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이 되는 것도 싫다.
이 이야기를 초등 교사인 친구에게 했다. "하기 싫다고 안 할 수 있는 거야?" 친구가 되물었다. 친구의 교실에서는 하기 싫으면 핑계를 대지 그냥 안 하겠다고 하는 아이들은 없단다. 친구는 꿋꿋하게 하기 싫다는 말을 할 줄 아는 용기를 칭찬이라도 해주어야 하는 게 아니냐며 웃으며 말했다. 그래, 좋게 생각하자. 우리는 다들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고 하기 싫은 거 안 하고 사는 삶을 꿈꾸지 않는가. 아이의 앞으로의 삶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이라도 할 수 있을 땐 그냥 그렇게 살아보라고 응원해 줘야겠다. 그래, 때론 너무 하기 싫을 땐 안 해도 괜찮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