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조수 노릇하기
엄마는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야
오전에 등산도 다녀오고, 점심 먹고 이것저것 같이 하며 시간을 보냈건만 아이는 늦은 오후가 되니 심심하다고 야단이었다. 결국 체력 방지된 날 쓰려고 숨겨둔 육아템인 새로운 레고를 내어주었다. 그런데 이 레고는 아이에겐 난이도가 높은 것이기도 하고 오후 늦게 시작한 것이기도 해서 오늘 안에 끝내기 위해 조수 노릇을 시작했다.
그냥 조용히 조각만 찾아주려 했는데 아이가 잘못 조립하는 게 자꾸 눈에 들어왔다. 그냥 둬야 하나, 잘못됐다고 얘기를 해줘야 하나 고민이 됐다. 스스로 잘못된 부분을 알아차릴 때까지 기다려주는 게 좋을 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지금 하나가 잘못되면 나중에 다시 해체하고 다시 조립해야 할 텐데.. 그럼 시간이 더 지체되어 오늘 끝내지 못할 테고 아이가 속상해할 거란 생각도 들었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본 드라마 짤 하나가 생각났다. "부모는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야. 네 인생의 운전자는 너야.... 네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네 힘으로 가야 해."
무슨 드라마였는지,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지만 저 대사가 인상 깊어 몇 번을 다시 읽었었다. 부모는 조력자라는 말은 육아의 기본이 되는 흔한 말이지만 연기자 분의 표정 때문이었는지, 요즘 나의 육아 태도가 그 말과는 달라지고 있어서였는지 유독 인상 깊게 다가왔는데 레고 조수를 하고 있자니 다시 생각난 것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가 실수했을 때나 뭔가를 잘하지 못할 때, 또는 지름길을 두고 멀리 돌아가는 것 같은 순간들을 견디지 못할 때가 있다. 스스로 답을 구하길 기다려주지 못하고 알려줘버리기도 하고, 때론 실수를 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대신해주기도 한다.
아이의 레고 조립을 보고 있자니 순간순간 잘못 조립된 부분을 해체하고 다시 조립해주고 싶어 손이 나가려 하기도 하고, 여기가 잘못됐다고 알려주고 싶어 손가락이 나가려 하기도 했다. 오늘은 겨우 그 손을 막고 "조립설명서 그림과 조금 달라 보이는데?"의 말 정도로만 조수 노릇을 하였다.
딱 그 한마디면 아이는 스스로 잘못된 부분을 찾아냈고, 혼자서도 충분히 고칠 수 있었다.
아이가 조금 더 크면 나도 드라마 속 엄마처럼 말해줘야 되겠다. 엄마가 중간에 내리든, 시끄러운 소리로 방해하든 운전대를 놓치지 말고 네가 정한 그 목적지까지 네 힘으로 가라고.
그리고 그때 아이가 "그럼 내가 내 인생의 운전자니 내 맘대로 할래"라고 한다면 웃으며 "그래, 알았다."라고 말해줄 수 있는, 내 아이에 대한 믿음이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