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사랑의 실험

by 탕헤르의 달

코하루(陽), 코코아(愛), 미유(結), 유우신(優) 짱~

최근 선호되는 일본 아이들의 이름이다. 따뜻하고 상냥한 '마음'을 지닌 아이, 그러한 '마음'이 세상과 연결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소원이 이름 속에 담겨있다.


여름 방학을 앞두고 7월 마지막 주는 대부분의 수업에서 한 학기 동안 애써준 교사와 무탈히 학기를 마칠 수 있게 도움을 준 친구들 간에 다정한 격려와 감사의 말들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어느 수업에서는 서로에게 상장을 수여했다.

00님,

당신은 000은 물론, 000도 뛰어난 인물입니다. 000한 이유로 당신에게 00상을 수여합니다. 앞으로도 000 하기를.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이름이 쓰인 상장 포맷을 한 장씩 받았고, 상장의 빈칸을 채우기 위해 그 누군가를 구석구석 떠올리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제일 먼저 교실에 도착해 에어컨을 켜주는 누군가, 모두가 망설이는 발표의 첫 스타트를 끊어주는 누군가, 매일의 노력이 사려 깊은 언어에 반영되는 누군가, 모국의 역사와 현재를 애정을 담아 전달하는 누군가를 들여다보는 동안 서로에게 감사했고, 많이 웃었다.

국적도 나이도 성별도 다른 서로를 통해 어딘가 조금 자라고 깊어지며, 타국에서의 한 시절을 무사히 매듭지었다. 그리고 저마다 근사한 마음 한 장씩을 받아 들고 방학을 맞이했다.

'일본인 퍼스트'. 2025년 여름, 일본의 키워드일지도 모르겠다. 지난달 20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는 '외국인 정책'이 이슈로 떠올랐다. 그중에서도 '일본인 퍼스트'를 외치며 반(反) 외국인 정서를 부추긴 극우 정당 '참정당(參政党)*'의 약진은 일본 사회의 정서가 변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참정당의 대표 가미야 소헤이(神谷宗幣)는 고물가, 쌀값상승, 낮은 실질임금 등 일본 사회 주요 문제의 원인을 외국인에게 돌렸고, 많은 이들이 그를 지지했다.


2025년 일본 사회의 문제는 그 뿌리가 깊고 넓다. 일본은 1947년에서 49년 사이 출생자가 급증했는데, 이때 태어난 일본인들이 하나의 커다란 덩어리를 이뤘다고 하여 '단카이(団塊) 세대'라고 불린다.

'단카이 세대'는 일본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끈 주역들이지만, 많은 인구가 오랜 기간 현역으로 머무른 탓에, 그들의 자녀와 그 이후 세대는 취직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때부터 일본은 비정규직 고용이 늘어났고, 취직에 실패한 많은 젊은이가 사회와 단절되며 수많은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탄생됐다.


2025년은 약 800만 명의 '단카이 세대'가 75세 이상의 '후기고령자'가 되는 해이다. 이는 일본사회의 노동력 감소, 사회보장비 부담 급증, 의료·요양 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이어진다.


일본 사회 내 '외국인의 노동자'의 증가는 이러한 복합적인 사회문제 속에서 탄생했다. 이에 더불어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엔화의 약세는 외국인 관광객을 불러 모았고, 고물가에 시달리는 일본인들에게 그들의 씀씀이는 상대적 상실감을 안겨주었다.


이때 등장한 '일본인 퍼스트'는 고단한 삶을 위로해 주는 단순하고 명료한 구호였다. 단순 명료한 구호 안에서는 복잡하게 이해받아야 할 사람과 삶의 구체성은 지워진다.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은 게을러지고, 배제하려는 마음은 쉽게 무성해진다.


누군가를 이해하고자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은 수고롭고, 단순해지지 않으려는 마음에는 힘이 든다. 그러나 이것은 쉽게 미워하지 않겠다는 의지이고, 정확하게 사랑하고픈 노력이다.


코하루(心陽)와 코코아(心愛)와 미유(心結)와 유우신(優心). 그들의 이름을 부르며 수많은 누군가들은 정확한 사랑을 향한 부지런한 마음을 심고 자라게 했을 것이다.

아주 많은 心(마음)들이 행할 ‘정확한 사랑의 실험’이 일본사회의 정서를 다시 한번 변화시키기를 기대하며, 빈칸의 상장 하나를 준비해야겠다. 자세히 보고, 오래 보며 채워나갈.


*참정당(參政党) : 2020년 창당된 극우 성향의 일본 정당으로, ‘일본인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의석수 14석을 확보(기존 1석)하는 등 돌풍을 일으켰다.

*2025년 참의원 선거결과 : 자민당 39석, 입헌민주당 22석, 국민민주당 17석, 참정당 14석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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