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한가운데

by 탕헤르의 달

이 지구에서는, 언제나 어딘가에서 아침이 시작되고 있다.

경도(経度)에서 경도(経度)로 아침을 릴레이 하며, 우리는 교대로 지구를 지킨다.


알람 소리와 함께 깨어나 멕시코의 어느 소년이 보낸 아침을 정성스레 이어받은 나는, 아침 릴레이를 위한 달리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렇게 나는 가끔 타니카와 슌타로(谷川俊太郎)의 시 '아침의 릴레이(朝のリレー)*'를 떠올리며 힘차게 달린다.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온도와 습도의 변화를 감지하고, 피고 지는 꽃과 깊어지는 초록을 알아보고, 계절의 곤충과 새를 만나는 것은 아침 파수꾼의 즐거움이다.


그중에서도, 공이 든 커다란 가방을 메고 무릎까지 오는 타이즈의 운동복 차림에 검게 그을린 몸으로 학교로 향하는 학생들과 마주치는 아침이면 부럽고 그리운 미소를 짓게 된다.


이들은 '부카츠(部活)'의 아침 연습을 하러 가는 중고생들이다. '부카츠(部活)'는 '부활동(部活動)'을 줄여 말한 일본어 표현으로, 중고생들의 동아리 활동을 일컫는다. 일본의 중고등학교에서 부활동은 학업만큼 중요하다.


중학교 때 선택한 부활동은 대부분 고등학교까지 이어지고, 이를 통해 학생들은 끈기와 인내, 협업과 리더십 등을 배운다. 부활동의 경험은 삶의 중요한 밑거름이 되는 것은 물론, 대학진학과 취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일본의 부활동은 메이지시대(1868~1912년)의 서구문화 수용과 함께 시작되어, 1950년대 제도화되었고, 1960~70년대에는 필수 활동으로 확대되어 현재는 거의 모든 학생이 참여한다.


크게 운동부와 문화부로 나뉘며, 흥미와 적성에 따라 야구, 축구, 배구, 서예, 음악부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방과 후 연습이 주를 이루지만 시합을 앞두고는 평일, 주말, 아침, 오후 할 것 없이 맹훈련을 한다.


부활동이 활발하게 이어지는 이유 중 하나가 '전국대회'라는 목표일 것이다. 거의 모든 활동이 전국대회로 이어지는데, '전중(全中)'이라 불리는 '전국 중학교 체육대회'가 8월 중순에서 말까지 펼쳐지고, '인터하이'로 불리는 '전국 고교 종합 체육대회'와 '전국 고등학교 종합 문화제'가 각각 여름과 가을을 장식한다.


그중에서도 일본 사회 전체가 열광하는 것이 '고시엔(甲子園)'이라는 '전국 고등학교 야구 선수권 대회'이다. 고시엔은 효고현(兵庫県)에 위치한 야구 경기장의 이름이지만, 일반적으로 '고교 야구 선수권 대회'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다.


올해로 107회를 맞이하는 고시엔은 8월 5일 개막하여 오는 22일까지 전국에서 선발된 49개 팀이 뜨거운 시합을 펼친다.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작년 고시엔 구장에 울려 퍼진 '교토국제고등학교'의 교가로 많은 한국인들이 눈물을 흘렸다. 재일 교포가 설립한 작은 학교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학생들이 보냈을 치열한 아침과 오후의 시간들을 상상하며, 감동과 감사와 찬사와 응원이 뒤섞인 마음들이 눈물로 나왔을 것이다.


올해도 교토 예선전에서 교토국제고등학교가 선발되었다. 며칠 후면 있을 결승을 향한 그들의 첫 번째 경기를 응원한다.


'부카츠(部活)'를 통해 학생들은 단단하고 빛나는 청춘을 만들어 간다. 여름의 무더위에 지지 않고, 이기지도 않은 채 여름의 한 가운데를 뜨겁게 통과한다.


우리 모두는 매일 누군가로부터 찬란한 아침을 이어받는다. 그리고 질 수도 이길 수도 없는 ‘삶의 한 가운데’를 매일매일. 뜨겁게 시리게 그저 통과한다.


어느 순간 울려 퍼질 ‘나와 당신의 교가’를 꿈꾸며 그리워하며, 꿋꿋하게 빛나게. 아침과 삶을 이어간다.


*'아침의 릴레이(朝のリレー)’


캄차카의 청년이

기린의 꿈을 꾸고 있을 때

멕시코의 아가씨는

아침 안개 속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뉴욕의 소녀가

미소 지으며 잠결에 몸을 뒤척일 때

로마의 소년은

기둥머리를 물들이는 아침 햇살에 윙크한다

이 지구에서는

언제나 어딘가에서 아침이 시작되고 있다

우리는 아침을 릴레이 하는 것이다

경도(経度)에서 경도로

이렇게 말하자면 교대로 지구를 지킨다

자기 전에 잠시 귀를 기울이면

어딘가 먼 곳에서 알람시계가 울리고 있다

그것은 당신이 보낸 아침을

누군가가 잘 받았다는 증거인 것이다

-타니카와 슌타로(谷川俊太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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