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에 필요한 네 가지

by 탕헤르의 달


필요한 것은 네 가지. 오이, 가지, 나무젓가락.


나무젓가락을 네 등분으로 잘라 오이와 가지에 끼워 네 개의 다리를 만들어 준다.

길고 멋진 등을 가진 오이는 말(馬)이 되고, 가지는 몸집 큰 소(牛)가 된다*.


땅과 하늘의 문이 일제히 열린다. 강 저편으로 먼저 떠난 사람들이 그리운 이를 만나러 여행길에 오른다. 푸른 오이는 갈퀴를 휘날리는 청마(青馬)가 되어 그들을 마중한다. 청마에 오른 저 세상의 사람들이 집을 향해 힘차게 달려온다.


집집마다 작은 불을 지핀다. 길을 찾아주는 ‘등대’처럼.

'어서 오소서'.

1년에 한 번. 이 세상과 저 세상이 만나 축제가 시작된다.


8월 15일은 '오봉(お盆)'이라는 일본의 명절이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는 곳도 있지만, 보통은 8월 13일부터 16일까지가 '오봉기간'이다. 달력상의 공휴일은 아니지만, 회사나 관공서의 대부분이 쉬고 고향을 찾는 사람들로 역과 도로는 붐빈다.


'오봉'은 불교에 기원을 둔다. 부처의 제자인 목련존자가 지옥에서 고통받는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7월 15일 승려들에게 음식을 공양했다는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오래전부터 일본에서는 여름에 선조를 공양하는 풍습이 이어져왔고, 음력 7월 15일이 현재는 양력 8월 15일로 정착되어 고향을 찾고, 가족과 만나고, 성묘를 가는 '오봉'이 되었다.


'오봉'이 시작되는 13일부터는 집집마다 작은 '마중 불'을 지피는데, 선조의 정령이 길을 잃지 않고 무사히 당도하기를 바라는 불이다. 그리고 '오봉기간'의 마지막 날인 16일 밤이 되면 큰 불을 지펴 돌아가는 길을 배웅한다.


크게 불을 지피고 선조를 배웅하는 행사를 '고잔오쿠리비(五山送り火)'라고 하는데, 매년 8월 16일 교토에서 행해진다. 저녁 8시부터 교토를 둘러싼 다섯 곳의 산에 문자나 그림 형태의 불이 점화된다. 각 글자와 그림의 크기는 대략 가로세로 80미터 안팎이고, 100개 안팎의 장작을 사용해 글자와 그림의 형태를 만든다.


大(큰 대)、妙(묘할 묘)、法(법 법)의 글자와 '배(船)' 모양, '신전의 문' 형태의 그림이 차례차례 어두운 하늘에 붉게 떠오른다. 이를 보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글자는 살아나 힘을 얻고, 그림은 땅과 하늘 사이에서 정령을 실어 나르는 마법을 부린다.


'大(크나큰 부처님의 가호)'와 '妙法(가르침)'이 세상을 밝히면, 잠시나마 불법(佛法)의 세계에서 경외와 평안을 느낀다. 이어 커다랗게 반짝이는 배가 검은 산에서 떠오른다. 망자가 타고 갈 화려한 배는 보내는 이도 가는 이도 조금은 덜 쓸쓸하게 만든다. 내년을 기약하며 마지막 인사를 나눌 무렵, 서쪽 하늘에서 '신전의 문'이 나타난다.


교토 시민이 다 나온 듯 거리는 사람들로 가득 차고, 저마다 먼 산의 붉은 글자와 그림을 보며, 축제처럼 망자를 보낸다.


하나. 둘. 불이 꺼지면서 '신진의 문'이 사라지면, 8월의 마법도 사라진다.


오봉기간의 둘째 날 저녁 지인에게서 영상과 함께 메시지가 왔다. '돌아가신 아빠랑 엄마가 집에 오셨나 봐'. 전송된 영상 속에는 지인의 집에 걸려 있는 나무 재질의 사각형 벽시계가 있었고, 갑자기 분침이 빠른 속도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시간이 얽히는 순간 그녀의 '믿음' 속에서는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했고, 반가운 마음으로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축제의 시간을 보냈다.


이것은 '믿음'에 대한 이야기였다. 오이가 말(馬)이 되는, 가지가 소(牛)가 되는. 땅과 하늘이 열리고, 불법(佛法) 아래 커다랗게 세상이 연결되는. 마법에 대한 ‘믿음’의 이야기.


'무엇을 믿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


현실을 축제로 만드는 마법. 필요한 것은 네 가지. 오이, 가지, 나무젓가락 그리고 '믿음'


*오이와 가지로 만든 말(馬)과 소(牛)는 정령마(精霊馬)와 정령우(精霊牛)라고 불리며, 8월 13일부터 16일까지 불단에 올려진다. 올 때는 말을 타고 빨리 오시기를, 갈 때는 소를 타고 천천히 가시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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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1: https://search.yahoo.co.jp/image/search?p=%E3%81%94%E3%81%96%E3%82%93%20%E9%80%81%E3%82%8A%E7%81%AB%202025&fr=top_ga1_sa&ei=UTF-8&ts=16892&aq=0&oq=%E3%81%94%E3%81%96%E3%82%93&at=s&ai=eff9d42c-7903-41b0-b177-ec3c5a891eb8&x=nl#31098959a17ed023bbdbfe98d077d7ac


출처2: https://comeon-house.jp/fromhouse/62/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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