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은 소란하지 않고,
소멸은 쓸쓸하지 않다

by 탕헤르의 달

정수리는 하늘을 향한다. 두 다리는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리듯 단단하게 지면을 밟는다. 몸은 곧아지고 땅을 향한 손끝으로는 에너지가 흐른다.

타다아사나(산 자세).


가로 60cm, 세로 180cm의 매트 위에서 우뚝 선 몸은 산이 된다.


옴(Om)~ 몸의 깊은 곳에서부터 미세하게 진동하는 공기가 구(球) 모양의 소리가 되어 밖으로 나온다. 기도와 같은 낮고 둥근 소리가 공간을 채우면 몸의 감각이 하나둘 깨어난다.


코를 통해 긴 숨이 들고 난다. 숨을 들이는 리듬에 맞춰 두 팔을 머리 위로 크게 올린다. 시선은 태양을 향해 뻗어 있는 손을 향하고, 숨을 내보내며 상체를 천천히 숙인다.


두 손은 바닥을 짚고 상체와 하체가 맞닿으며 몸은 반으로 접힌다. 태양을 향한 경배는 이렇게 시작된다. 후굴과 전굴, 차투랑가 단다아사나(팔 굽혀 펴기 자세), 업독*과 다운독* 자세를 연결하며 몸과 마음에서 군더더기를 없앤다.


상점이 즐비한 번화가를 걷다 보면 테라마치(寺町)의 한쪽 끝에 하얀 외벽의 요가원이 있다. 나무 바닥, 거친 질감의 하얀 벽, 텅 빈 공간에 저마다 매트 한 장을 펼친다.


매트는 나와 나를 연결하고 나와 세상을 연결하는 문이 된다. 매트에서 마주하는 세상은 고요하고, 깊고, 광활하다.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길이 감각되고, 팽창하고 수축하는 몸이 제3의 눈으로 응시된다. 얼굴은 바닥을 향하다가 하늘을 향하고, 등은 활처럼 휘다가 일직선이 된다. 상체는 하체와 다른 방향으로 비틀어진다.


몸의 움직임이 부드럽게 연결되며 고양이로, 코브라고, 개로, 독수리로 탄생과 소멸을 거듭한다. 탄생과 소멸이 물의 흐름처럼 자연스럽다. 반복되는 움직임 속에서 몸은 전사처럼 강해진다.


몇 차례의 환생을 경험한 전사의 몸은 편안한 죽음을 맞이한다. 사바아사나. 죽은 사람이 되는 자세이다. 매트에 등을 대고 곧게 누워 팔과 다리를 편하게 벌리고 눈을 감는다. 잠시 죽음을 받아들인다.

요가의 동작은 단순하면서도 생명력이 넘친다. 부드럽고 강하다. 아름답고 무상하다.


어떤 동작도 완벽을 요하지 않는다. 자신의 몸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호흡과 흐름에 집중한다.

와비사비(詫び寂び).


일본인의 미의식을 이해하는데 핵심을 이루는 요소가 와비(詫び)와 사비(寂び)이다. 와비(詫び)는 궁핍함, 불완전에서 유래하여 소박함 속에서 발견되는 아름다움을 의미한다.


사비(寂び) 본래 ‘낡음’, ‘녹슮’을 의미한다. 이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간결해지고 깊어지는 멋이며, 무상한 아름다움이다.


돌과 모래와 이끼로 구성된 정원, 꾸밈없이 정갈한 다실, 균열이 담긴 투박한 찻사발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매트 위에서 만나는 인간의 몸은 불완전하면서도 온전하다.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몸의 움직임을 통해 마음은 이내 평온해진다.


탄생은 소란하지 않고, 소멸은 쓸쓸하지 않다. 스스로(自) 그러한(然) 가운데 무상히도 아름다울 뿐이다.


옴(Om)~ 낮고 둥근 소리가 공간을 채우면, 텅 빈 공간이 충만해진다.


함께 한 사람들과 선생님께 감사를 표한다. 이 순간 요가를 할 수 있었음에 감사를 표한다. 앉은 자세에서 합장한 손을 이마에 올리고 몸을 구부려 절을 한다. 탄생과 소멸을 거듭하며 우리를 존재하게 한 선조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균열이 늘어 나는 투박한 찻사발 같은 삶은 어느 순간에도 온전하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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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독 : 바닥에 엎드린 상태에서 손바닥으로 바닥을 밀어 상채를 들어 올리고, 가슴을 열며 시선을 위로 향하는 자세.

*다운독 : 몸을 삼각형으로 만들어, 손바닥과 발바닥을 바닥에 붙이고 엉덩이를 천장 쪽으로 들어 올린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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