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와 마음

by 탕헤르의 달

일본어 '稽古(계고)'라는 말은 '연습', '훈련'이라는 의미이다. 한자 '稽(계)'는 '옛일을 자세히 조사하다, 헤아리다, 머물다' 등의 의미를 갖고 있다. '稽古'는 본래 옛것을 고찰한다는 의미이나, 일본어에서는 주로 다도, 무도, 전통 예능 등을 배우고 연습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선생님은 양손을 무릎 앞에 가지런히 모으고 우리들을 똑바로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스윽 머리를 숙이고 잠시 멈추었다가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충격적이었다. ...


절을 한다는 것은 그저 머리를 숙이는 것이 아니었다. 머리를 숙이는 단순한 움직임에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형태' 그 자체가 '마음'이었다. 아니, '마음'이 형태가 되어 있었다. “

<'매일 매일 좋은 날' 中, 모리시타 노리코 지음, 이유라 옮김>


얼음이 가득 든 투명한 컵 안에 우유가 채워진다. 그 위에 진한 녹색의 말차(抹茶)를 에스프레소 한 잔 분량 정도 부으면 아이스 말차라테가 된다.


카페라테가 에스프레소와 우유의 조합이라면, 말차라테는 진한 말차와 우유의 조합이다. 말차의 맛과 우유와의 비율이 중요하다.


커피를 에스프레소 자체로 즐기기도 하지만 물이나 우유를 섞어 마시기도 하는 것처럼, 말차도 진한 말차가 있지만 대부분은 물이나 우유를 섞어 연한말차나 말차라테로 즐긴다.


"수굥상, 말차라테는 오늘 남은 분량 판매하면 당분간 판매가 어려울 것 같아요. 문제가 좀 생겨서요.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았어요"

매일 말차라테를 주문하는 단골손님에게 카페 점원은 걱정 어린 배려의 말을 건넨다.


얼마 전 세계적으로 말차 붐이 일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 건강 지향적인 추세와 일본을 찾는 관광객 증가가 맞물려 일본의 차문화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말차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졌고, 나의 단골 카페에도 영향을 미친 모양이다.


말차는 선명하고 쨍한 녹색 가루차이다. 차 잎을 찐 뒤 말려서 만든 텐차(碾茶)를 맷돌로 갈아 고운 가루로 만든다. 가루가 된 초록은 색동저고리처럼 원색적이고 곱다. '올리브 그린', '민트그린'처럼 '말차 그린'을 추가하고 싶을 정도로 독자적인 색감이다.


밥공기보다 조금 큰 다완(茶碗)에 말차 가루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차선(茶筅)으로 거품을 낸다. '삭삭 삭삭'. '삭삭 삭삭'. 대나무로 만든 거품기 모양의 도구인 차선을 앞뒤로 빠르게 휘저으면 부드럽게 거품이 인다.

단맛의 화과자를 먼저 먹은 후, 쌉싸름한 말차로 단맛을 가라앉힌다. 남기지 말고 끝까지 마시며 마지막에는 '스읍'하고 찻잔을 비우는 소리를 낸다. 다실(茶室)에서의 예법이지만, 카페에서는 서양식 디저트와 함께 자유롭게 즐긴다.


교토역에서 전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교토부 우지시(宇治市)는 고급말차 산지로 유명하다. 14세기부터 최고급차로 명성을 얻은 '우지말차(宇治抹茶)'는 교토의 다도(茶道) 문화를 꽃피웠다.


손님에게 차를 대접하기 위해 기모노를 차려입고, 계절과 손님의 성향에 맞게 다실(茶室)을 꾸민다. 신중하게 차와 도구를 고르고 왼발을 내디뎌 다실로 들어서며, 여섯 걸음으로 다다미 한 장을 이동한다.


다실로 내딛는 발걸음부터 손님에게 차를 내기까지 다도의 작법은 세밀하고 까다롭다. 모든 동작에 규정이 있어, 다도를 처음 배우는 사람은 일일이 지적을 당한다. 그 순간을 작가 '모리시타 노리코(森下典子)'는 사방팔방에서 칼을 꽃아 대는 작은 상자 속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는 마술사의 조수가 된 심정이었다고 말한다.


다도는 정해진 작법에 따라 '형태'를 먼저 만들어 간다. 걷고 앉는 법, 물을 뜨는 법, 다완을 닦는 법 등 작법은 사소한 부분까지 세밀하다. 무수한 점의 '형태'가 저절로 몸에 배도록, 점들이 이어져 절제되고 부드러운 선의 움직임이 자연스러워지도록 평생을 연습(稽古)하며 마음을 담는다.


'稽古(계고)'는 결국 '수행(修行)'에 가까워진다.


매일의 연습은 상대를 향해 있지만, 자신의 몸과 마음을 새롭게 만드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무수히 반복하며 몸과 마음이 낯선 형태에 익숙해지도록 한다.


반복의 과정마다 버려지고 태어나며 미세하게 변화한다. 아름다운 선을 향한 반복의 과정은 ‘마음’이 무너지고 싶은 순간에도 무너지지 않을 단단한 ‘형태’를 만들어 낼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알아챌 것이다. '형태' 그 자체가 '마음'이었음을. '마음'이 형태가 되어 있음을. 그렇게 아름다워졌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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