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무리(モームリ, 더이상~ 무리)'
기본요금 정규직 22,000엔(약 21만원), 아르바이트 12,000엔(약 11만원).
‘모~무리’는 일본의 ‘퇴직대행 서비스’ 회사 이름이다. 기본요금은 퇴직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필요한 금액. 일본에서 주로 사용되는 메신저 앱인 ‘라인’으로 퇴직 대행을 의뢰하면, ‘모~ 무리’는 본인을 대신해 다니던 직장에 퇴직의사를 전달해 주고 필요한 절차를 진행해 준다. 의뢰인은 과도한 감정소모나 회사와의 불필요한 마찰을 피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낯설지만 현재 일본에는 이런 회사가 100여 곳이 넘는다. 그중 한 곳인 '모~무리'도 작년 한 해 동안 2만 6천여 명에게 의뢰를 받았다.
기업이 신입사원을 맞이하는 4월과 골든위크(5월초)라는 긴 연휴가 끝난 직후의 이용객이 가장 많다.
입사해 보니 근무환경이나 업무가 생각과 다르다. 상사의 갑질이 심하다. 상담을 요청해도 제대로 응해 주지 않는다. 퇴사를 결심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퇴직의사를 직접 말히기가 부담스럽다. '퇴직대행서비스'에 연락한다.
'뒤처리도 혼자 못하는 무책임한 젊은이들'과 '그들을 양산하는 장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반론도 팽팽하다. 이것이 올봄 일본사회의 일부를 뜨겁게 했던 이슈였다. 당분간 '퇴직대행 서비스'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세상에 힘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조금 힘들다고 회피하면 자립도 성장도 없지..' 이것이 나의 첫 반응이다. 그러나 나의 경험 밖에는 '더이상~무리'인 사정들이 존재할지도.
세상의 모든 것은 자신만의 속도로 변화한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속도, 가족의 형태가 달라지는 속도, 비대면의 가상공간이 구축되는 속도, 새로운 언어가 생기고 사라지는 속도, 수직이 수평화되는 속도는 제각각이다.
인터넷, 핵가족화, 코로나는 빠른 속도로 소통의 양과 형태와 질감을 바꾸어 놓았다. 그에 비해 일본의 조직문화는 무겁고 느리게 움직인다.
일본어는 '겸양어(자신을 낮추는 말)'부터 '경어(상대를 높이는 말)'에 이르기까지 표현의 ‘수직화’가 풍성하다. 게다가 입사의 세계에서는 비지니스 경어를 따로 익혀야 할 정도이다.
존중과 배려를 층층이 담은 '경어'는 사회에 질서를 부여하지만 그만큼 사회는 조용해진다. ‘말’들이 넘어야 할 층이 많아 ‘말’들은 입 밖으로 나가기를 꺼린다. 조용한 사회에서 젊은이의 '퇴사'는 너무 빨라 소란스럽고, 그들이 주고받은 ‘말’이 없어 당황스럽다.
그리고 ‘말’이 무성해진다. 어떤 세대가 견디어 온 것을 견디지 못하는 세대는 나약하고 무책임하다며.
그러나 누군가의 '강함'과 누군가의 '무책임'은 '흰색'과 '검은색'이 아니다. 두 개의 단어 뒤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개인과 사회의 서사가 풀 수 없는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흰색과 검은색 사이 존재하는 무수한 회색들처럼. 그 회색들 어딘가에서 '강함'과 '무책임'은 연결되어 있다.
언어를 단순화하는 순간 세상의 무수한 이야기가 지워지고, 사연과 사정들이 사라진다. 차이와 구분과 경계가 탄생한다. '젊은이'와 '노인'과 '여'와 '남'과.
‘모~무리’의 대표는 말한다. “퇴직대행은 바람직한 사회의 모습은 아니다. 언젠가는 없어지기를 희망한다”
조용한 일본사회에 울려 퍼진 ‘퇴직대행 서비스’의 경종은 반갑고 희망적이다.
어떤 소란은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