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카드키! …어라?

by 김광일

우리 집은 1994년 이후로 한 번도 현관문 잠금장치를 바꾼 적이 없다. 마치 가족의 일원이 된 것처럼 늘 그 자리를 지켜온 녀석이다. 열쇠를 들고 다니는 일은 불편 그 자체였다. 어디 뒀는지 매번 까먹고, 안 잊어버려도 잊어버리는 사람이 꼭 있었다. 잃어버릴 때마다 새 열쇠를 만들었지만, 그 열쇠마저도 어디론가 사라지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의 한 마디가 우리의 평온한(?) 일상을 뒤흔들었다.


“야, 이리 와봐. 나한테 이런 녹슨 열쇠를 주고 문 열라고 하냐?”


“어머니, 원래는 반짝반짝 빛나던 열쇠였어요. 하지만 어머니 주머니 속의 소금이 열쇠를 다른 차원으로 보내버린 거죠.”


어머니는 소금이 잡귀를 물리친다고 믿으신다. 나는 어머니가 잡귀를 걱정할 때마다, 지평 좌표계를 잡지 못해 지구를 떠나는 귀신을 생각했다. 확실히 잡귀보다 녹슨 열쇠가 더 무섭다. 아버지는 옆에서 조용히 한 마디 던지셨다.


“그러지 말고, 동네 열쇠집 가서 새로 맞춰라.”


“아버지, 열쇠 여러 개 맞추느니 차라리 현관문 잠금장치를 새로 사는 게 낫죠.”


나는 스마트폰으로 자동 잠금장치를 보여줬다. 가격은 5~6만 원. 비밀번호는 물론 카드로도 열 수 있었다. 어머니는 본인이 못 쓸까 걱정하셨지만, 카드가 무려 4장이다. 그 중에 하나는 성공하시겠지.


토요일, 드디어 현관문 자동 잠금장치가 도착했다. 나는 자신만만하게 설치를 시작했다. 설명서를 읽으며 ‘이 정도쯤이야’ 하고 조립했는데, 설명서가 마치 암호문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대충 맞춰보니 문이 닫혔다. ‘잘했군, 잘했어!’ 라고 생각하는 순간.


문이 열리지 않았다.


급히 어머니를 불렀다.


“어머니! 문 좀 열어봐요. 조립을 잘못해서 밖에서 안 열려요.”


어머니가 문고리를 돌려보셨지만, 문은 마치 ‘난 절대 안 열린다!’고 선언하는 듯했다.


“어머니, 드라이버로 문 손잡이 밑의 나사 두 개만 풀어보세요.”


어머니는 드라이버를 들고 한참을 응시하시더니 결론을 내리셨다.


“안 되겠다. 너의 아버지 올 때까지 기다리자.”


아버지가 와도 상황은 같을 것이 뻔했다. 결국 나는 담을 넘어야 했다. 2층 높이에서 떨어지면 안 죽겠지만, 화단에는 가시덤불이 있었다. 인간 고슴도치가 될 확률은 100%.


손에 땀을 쥐고, ‘손, 손, 발, 발’을 외치며 난간을 따라 움직였다. 이렇게 외치면 두뇌 편도체가 공포로 몸을 마비시키는 걸 막아준다. 드디어 우리 집 발코니에 도달! 어머니가 창문 너머로 말했다.


“아무래도 아버지 올 때까지 기다려야겠다.”


“어머니! 저 지금 집 안에 들어왔어요!”


결국 드라이버로 나사를 풀고, 문제의 고정핀을 발견했다. 그 순간, 미션 임파서블을 성공한 기분이었다. 나는 오늘의 일과를 기록하며 일기장 끝에 이렇게 썼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 것. 실패해도 좌절하지 말 것. 실수해도 만회할 기회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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