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와의 전쟁: 권력과 자유의 교차로

by 김광일

범죄와의 전쟁. 이는 단순한 영화 제목이 아니라, 권력이 대중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선택하는 익숙한 수단이다. 정부가 정의의 편에 서서 악의 축인 범죄자들을 처단한다고 외치는 순간, 그 이면에는 권력 유지의 전략이 숨어 있다.


역사 속 반복된 전략


박정희, 전두환 정권은 민주주의 탄압으로 인한 인기도 하락을 범죄와의 전쟁이라는 이름 아래 감추려 했다. 1970년대 박정희 정부는 ‘사회정화’라는 명목으로 조직폭력배와 유흥업소 단속을 강화했으며, 이는 국민의 불만을 억누르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1980년대 전두환 정권 역시 삼청교육대를 운영하며 범죄자와 부적응자를 강제 수용하는 방식으로 권위주의적 통제를 강화했다.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수천 명의 시민을 재판 없이 처형했다. 이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일시적으로 지지를 얻어 그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데 기여했다.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 역시 갱단 단속을 강화하며 인권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 D.C.의 거리에서 군대를 동원하며 비슷한 전략을 펼쳤다. 2025년 8월 현재 거리의 범죄자와 노숙자들을 없앤다는 명목으로 사람들을 강제로 잡아 가두고 있다. 지나친 공권력은 많은 시민들에게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권력의 본질과 대중의 모순적 심리


“자유를 포기하는 대가로 얻는 안전은 진정한 안전이 아니다.” - 벤저민 프랭클린


사람들은 자유를 사랑하지만, 거리의 노숙자나 범죄의 흔적 앞에서는 불쾌함을 느낀다. 연민과 혐오가 공존하는 이 모순적 심리를 권력자들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거리의 불결함을 제거한다는 명목으로 권력을 행사하고, 그 과정에서의 폭력은 법의 이름으로 정당화된다.


독재자의 깨끗한 거리, 그 이면의 그림자


눈앞에 보이는 범죄가 사라지고 거리가 깨끗해지면, 사람들은 안도감을 느낀다. 그러나 이는 일종의 ‘심리적 마취’에 불과하다. “자유는 한 번 잃으면 되찾기 어렵다”는 역사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독재자의 손길이 만든 깨끗한 거리는 결국 더 큰 불의가 숨겨질 수 있는 장소가 된다.


역사의 준엄한 경고


“권력은 부패하기 쉽고,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 존 달버그 액턴 경


권력을 쉽게 허락한 시민들은 결국 그 칼끝이 자신을 향하게 되는 역사적 반복을 목격해왔다. 나치 독일의 경우 히틀러가 ‘질서 회복’과 ‘사회 안정’을 명분으로 삼아 권력을 집중시켰으며, 결과적으로 독재와 대량 학살로 이어졌다. 스탈린의 소련도 범죄와의 전쟁이라는 구실 아래 수백만 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숙청당했다.


결론


범죄와의 전쟁은 단순한 치안 유지가 아니다. 이는 시민의 자유와 권력을 둘러싼 치열한 줄다리기다. 거리의 평온함이 진정한 자유와 정의를 의미하는지, 우리는 늘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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