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덥던 여름이 지나가는 줄도 모르게
폭우에 떠밀려 사라진 느낌이다.
잔잔하게 비가 오는, 그래서 여기가
영국인가 싶은 날씨에 하루 종일 보슬비가
내리던 어느 날 테라스 창문을 열고 소파에
누워 있으니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 때문인지, 빗소리 때문인지
솔솔 잠이 몰려온다... 낮잠인데도
거의 1시간을 넘게 잔 거 같다...
평소 잠을 잘 못 이루는 편인데,
낮잠을 이렇게 자긴 또 처음이다.
시원한 바람이 불면증에 특효가 보다란
생각을 하며 내리는 비를 하염없이
바라보다 보니 창밖 테라스에서
또 하염없이 빗줄기를 감내하는
식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좌측 화분에 봄에 예쁘게 꽃을 피었던 수선화 싹이 다시 올라오고 있다, 우측은 토마토 꽃 참 신기하게도 땅에 박힌 노지에서
자라나는 것도 아닌 화분 속에서도
식물들이 너무하다 싶게 내리는 비와
세찬 바람을 이겨내고 화분 안에서도
곧게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는 식물들이
참 대견하게 보이기까지 하다, 서로 대화가
통한다면 당장이라도 큰소리로
정말 대견하고, 장하다고 몇 번이라도
말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면서 나의 모습도 함께 되돌아보게 된다,
피곤해서... 시간이 없어서... 건강하지 못해서...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이런저런 핑계들로
시도조차 하지 않고 지낸 시간들과 일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식물들은 저 작은 화분
안에서 갖은 시련 속에서 열매까지
맺고 있는데 나는 너무 환경 탓만 하고
살지 않았나 하는 생각 말이다.
이제 좀 화분을 본받아서라도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건 최대한 열심히 하면서
살아보자~
또 곳곳에 물난리가 날 만큼 비가 왔고, 요즘도
이 틀에 한 번씩 서울엔 비가 내리고 있는 데다
태풍까지 밀려온다고 하는데, 이제껏
그래 왔던 거처럼 겨울이 오기 전까진 나의
식물들이 테라스 작은 화분 속에서도 잘
버텨주기를 바래본다.